‘싱글세’가 화제다. 싱글세는 일부 네티즌들이 비꼬듯 ‘싱글벙글’의 ‘싱글’가 아니고 ‘single’의 싱글세다. 과거에는 ‘독신세’로도 불렸다. 1인가구에 세금을 더 매기자는 아이디어다. 저출산 보완 대책의 일환으로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SNS 등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해명을 내놨다. 관계 부처들과 저출산 보완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싱글세 등과 같이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 싱글세라는 것은 과거에도 일부 연구기관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한 바 있는 것으로 2005년에는 실제로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세금을 걷어 저출산 대책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방안이 추진됐다. 물론 반발이 심해 실현은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반발하는 네티즌들은 두 가지 점에서 반응하고 있다. 첫째는 출산률 저하의 책임이 개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산률 저하의 문제는 아이를 키울 수 있을만한 사회적 조건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다. 질 좋은 일자리는 임금이 적고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로 대체되고 있으며 양육을 책임질 사회적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하다. 충분한 숙련도를 갖추지 못한 젊은 노동자 계층이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낳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아이를 낳지 않고 소박한 풍족을 누려보려는 결심을 하는 사람의 숫자도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세금을 더 부과해 출산과 육아의 늪으로 젊은이들을 내모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에 분명 일리가 있다.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진행된 2015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출산률 저하 대책으로 굳이 세금을 들먹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해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등 논란이 불거졌을 때 “세금은 거위의 털을 뽑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깃털을 하나씩 뽑아야지 거위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한꺼번에 깃털을 뽑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름에서부터 떡하니 ‘싱글세’라고 붙어있는 세금에 반발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오직 출산률 저하에 대한 대책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주민세 등을 인상하고 3인 이상 가구인 경우에 다양한 감면책을 제시하는 방식 등이 합리적일 수 있다. 실질적으로 1~2인 가구의 세수 부담을 늘리는 결과가 되더라도 ‘거위의 털을 몰래 뽑는’ 효과를 거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대부분의 방식에도 반발은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싱글세는 그런 게 아니다.

이 때문에 결국 ‘싱글세’ 논란은 정부의 만성적인 세수부족이 반영돼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게 SNS 등에서 네티즌들이 반발하는 두 번째 이유다. 담뱃값 인상과 주민세, 자동차세(영업용) 인상 등으로 안 그래도 ‘우회증세’ 논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세수부족의 책임을 돈없는 사람들에게 지우기 위한 또 다른 ‘꼼수’를 정부가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거다.

때맞춰 정치권에서는 ‘증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무상복지에 대한 논란으로 중앙정부, 지방정부, 교육청이 서로 대립하며 날선 공방을 벌인 때문이다. 무상보육 정책을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는 세수부족으로 인한 상황이 심각하다며 ‘우는 소리’를 내놓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지방재정도 어렵지만 중앙재정도 죽을 맛”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2009년 이후 인하된 법인세를 2008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우윤근 원내대표 등이 이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은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법인세를 다시 올리면 기업 활동이 위축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뿐이라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서로의 대립을 해소해보고자 새정치민주연합이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으나 실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야권의 법인세 인하 원상복구 주장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줄기차게 제기됐다. 야권은 법인세 인하로 전체 세수 규모가 줄어들어 지방재정교부금 등도 축소돼 지방재정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내놓은 일이 있다. 무상복지에 소요되는 예산도 2009년 인하된 법인세 비율을 원상복구하면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제1야당의 계산이다.

물론 법인세 인상 만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모든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기술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적어도 법인세 인하의 논리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는 소위 ‘낙수효과론’을 펴며 법인세 인하의 정당성을 설명한 바 있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이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고, 기업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면 낙수효과에 따라 전체 경기가 살아나며, 전체 경기가 살아나면 세수가 늘고, 세수가 늘면 균형재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낙수효과론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후반기의 주요 경제담론으로 ‘동반성장’을 내걸었던 것은 낙수효과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사실상 인정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취임 당시 가계 가처분소득 증대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그럴듯한 비전을 내보였으나 실제 정책 집행에서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부양을 시도하고 ‘친환경케이블카’로 대표되는 지자체와 기업의 ‘규제완화 민원’을 담대하게 해결해줬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이러한 정책 추진의 배경에는 역시 기업이 잘돼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고전적인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여전히 ‘적자 예산’을 편성해 경기부양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경기부양의 내용에 앞서 장담한 가계 가처분소득 증대를 위한 무슨 비전이 포함돼있는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주목할 것은 이 부분이다. 더 많은 복지를 위해서라면 세금을 더 낼 수도 있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열렬한 대중적 반응을 보면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적어도 정부가 국가 복지정책의 틀을 바꾸는 과감한 비전을 보여준다면 그것의 이름이 싱글세든 벙글세든 뭐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세수 부담을 늘리는 일도 현실화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과 같은 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은 사람들에 대한 과세를 말하는 것은 반드시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이 진정으로 세수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이 1인 가구이든 2인가구 이든 더 가진 사람들과 기업에 대한 세부담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역시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그것을 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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