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북미 박스 오피스 소식에서 <인터스텔라>는 5천만 불의 수입을 벌어들였으나 <빅 히어로 6>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고 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매주 월요일에 '박스 오피스 모조'를 통해 전하는 북미 박스 오피스는 배급사의 예측치를 기준으로 합니다. 즉 "이 정도의 수입일 것으로 보고 있다"는 추정입니다. 따라서 실측치가 나오는 경우에는 수입과 순위에 종종 변동이 생기곤 합니다. <나이트크롤러>가 그랬습니다. 제가 전한 예측치 기준에서는 1위로 데뷔했으나 실측치에서는 <위저>에게 근소하게 밀려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인터스텔라>에게도 역전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실제로 박스 오피스 모조에서도 그렇게 언급했었는데, 이게 웬걸요!? 도리어 더 하락했습니다. 방금 확인한 실측치에 따르면 <빅 히어로 6>는 예측치와 별 차이 없는 5,622만 불로 나타난 데 반해, <인터스텔라>는 5%나 하락하면서 4,751만 불을 기록했습니다. <인셉션>과 비교하면 1,500만 불이나 적습니다. 정식 개봉일인 금요일 이전에 상영했던 수입까지 더해도 5천만 불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상영시간이 길고 3D 상영이 아니라는 걸 고려하더라도 지금의 성적은 예상을 훨씬 밑돌 만큼 저조합니다. 심지어 크리스토퍼 놀란의 일부 국내 팬은 1억 불 이상까지 내다봤고, 물론 저는 절대 무리라고 생각했으나 이렇게까지 낮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와 정반대입니다. <인셉션>의 경우에는 개봉 첫 주말까지 우리나라에서 1,238,624명을 모았으나 <인터스텔라>는 60만 명 이상 증가하면서 190만 명을 넘겼습니다. 심지어 <인셉션>은 극장가 최고 성수기인 7월에 개봉했고 <인터스텔라>는 비수기인 11월인데도 확연히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인터스텔라>가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흥행이 취약하다고 보는 SF 영화라는 점입니다. 반면 SF 영화에 관대하고 열광하는 팬이 많은 북미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으니 참 신통방통합니다. 북미만 놓고 보면 <더 저지>로 아이언맨 없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힘을 못 쓰는 것처럼, <인터스텔라>로 배트맨 없는 크리스토퍼 놀란도 사뭇 다르지 않다는 걸 보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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