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목요일 KBS <특명 공개수배>의 한장면이다. 대전시 만년동의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살인사건의 범인이다.

<특명 공개수배>가 실적을 또 올렸다. 방송도 나가기 전에 범인이 자수해 버린 것. 18일 방송예정이었던 '춘천 꽃뱀 공갈 사건'의 용의자 두명은 방송 전날과 방송 당일 자수했다. 심리전의 승리다.

사실 <특명 공개수배>는 단 한 사람을 위한 방송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범인이 봐야할 프로그램이다. 모두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해야 한다.

여기에 다른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게 하는 교육효과도 있고, 범인은 언젠가는 잡힌다는 사실을 재확인 시키기도 한다. 모방범죄를 낳게 한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더 이상 <수사반장> 시절이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재미는 따로 있다.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만 빼면 다른 형사물들과 차이는 없지만, 바로 그 지점이 프로그램을 몰입하게 만든다. 내가 어제 스친 사람이 범인 일수도 있고, 방송을 보고 골목에 나갔다가 범인과 마주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재연장면에서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자연스럽고, 실제 경찰관계자들이 나올 때는 어색하면 어색한대로 시선이 간다. 현대화된 수사기법들도 구경할 수 있다.

피해자들의 진술장면은 프로그램의 본질을 잊지 않게한다. 시청자가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이 된 것처럼 반드시 잡고싶다는 절박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18일 방송은 맥이 빠졌다. 용의자가 잡혔지만 방송은 그대로 나왔다. 진행자들은 자수한 범인들과 동업을 맺고 다른 범죄를 저지른 또 다른 범죄자들이 있기에 방송을 한다고 설명했지만, 그냥 <경찰청 사람들>을 보는 듯했다. 동범이야 자수한 범인들을 조사해서 일단 누군지라도 알고 수사를 시작하면 되는거 아닌가.

이런 즐거운 사태를 대비해서 여분의 방송분을 많이 준비해 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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