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영홈쇼핑’으로 추진 중인 제7홈쇼핑을 두고 언론사의 ‘지분투자’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가 참여하고 있는 ‘국민장터 설립 준비위원회’는 중소기업청과 우정사업본부 등 제7홈쇼핑 운영주체로 거론되는 공공부문과 ‘협의 중’이고, 언론사 중심의 커머스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언론사들에게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협의한 적도, 할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는 지난 8월 공영홈쇼핑을 2015년에 출범시켜 중소기업의 제품 판로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기존 6개 홈쇼핑사업자들은 ‘홈쇼핑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7홈쇼핑은 실효성이 없고, 채널이 늘어나면 황금채널 확보 경쟁만 격화된다’며 반대했으나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이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재확인했다. 중소기업청과 우정사업본부 등도 자본금 마련 계획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정부에 제시했고, 미래부는 오는 17일 공청회를 열어 제7홈쇼핑 관련 정책방향을 공개할 계획이다.

정부가 제7홈쇼핑을 신설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올해 초부터 나왔다. 공공부문 51%+민간자본 49% 모델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부 보수신문과 종합편성채널이 민간 몫 49%를 ‘작업’ 중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면서 ‘제7홈쇼핑이 종편 특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100% 공공부문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수신문과 종편은) 홈쇼핑 투자 건을 아예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일보가 나서 정부에 민간 참여를 촉구하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전·현직 인사가 주도하는 ‘국민장터’ 설립준비위는 최근 다수의 언론사에 사업제안서를 보내 ‘중소기업청과 농림축산식품부, 우정사업본부가 추진 중인 제7홈쇼핑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장터는 특히 “(설립자본금 1500억 원을 목표로) 민관 합작 형태의 제7홈쇼핑 통합 컨소시엄을 추진 중”이라며 중기청, 농식품부, 우정본부 중 일부와 “협의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국민장터는 제7홈쇼핑 지분 투자와 함께 '미디어연합'의 쇼핑몰 사업을 제안했다. 한국일보의 계획에 따르면 언론사들의 공동 쇼핑몰 사업은 제7홈쇼핑 지분투자가 무산되더라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장터 설립준비위는 참여 언론사의 기대 이익으로 △언론사가 보유하고 있는 신문 등을 통해 홈쇼핑의 카탈로그 제작·배포 대행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고(2013년 기준 GS 480억 원, CJ 464억 원) △홈쇼핑 채널 상품판매 수수료를 얻을 수 있으며 △보유매체를 통해 제7홈쇼핑 광고를 집행해 광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장터 설립준비위는 제7홈쇼핑이 공영모델이라 TV부문의 수익이 낮지만 커머스사업으로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주식도 크게 오를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 국민장터 설립 준비위원회가 언론사에 배포한 제안서 중 일부.

제7홈쇼핑과 관련, 국민장터 설립준비위는 공공부문이 50% 이상을 출자한다고 전제하고 나머지 민간부문을 “미디어연합 40% 이하, 국민주주 10%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언론사들을 한 데 모은 ‘미디어연합’이 특수목적법인을 구성, 제7홈쇼핑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국민장터는 희망하는 언론사를 특수목적법인 주주로 끌어당기고, 지분 30분의 1을 상한으로 투자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11월 말을 목표로 민관 통합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는 게 국민장터 계획이다.

국민장터는 “제7홈쇼핑은 업계 최저 수수료율 및 공공성 중심의 운영을 추구하므로 TV홈쇼핑 부문의 순이익률은 0을 목표로 한다”면서도 “CJ GS 현대 등 상장 홈쇼핑 3사 및 올해 상장예정인 NS농수산홈쇼핑의 주가는 액면가 대비 40배~70배 수준”이라며 투자를 권했다. 국민장터는 “제7홈쇼핑 전체매출은 기존 홈쇼핑 선두권은 CJ 및 GS를 웃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7홈쇼핑 주가는 TV부문의 비영리 운영에도 불구하고 투자수익이 발생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언론사들이 연합으로 쇼핑몰을 만들면 커머스 사업에서 ‘대박’이 날 수 있다는 게 국민장터 설립준비위 주장이다. 국민장터는 “미디어커머스 플랫폼은 미디어연합의 강력한 홍보마케팅 지원에 힘입어 업계 최고 수준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장터는 “미디어연합 쇼핑몰의 2016년도 목표는 취급액 6조1931억 원, 매출액 7862억 원(판매수수료 수입)”이라며 “목표 순이익 546억 원을 차명 언론사들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제안서를 받은 한 언론사 관계자는 “정부가 100% 공공부문으로 추진하는 분위기인데, 언론사에 ‘제7홈쇼핑 지분투자+커머스 사업’을 제안하는 것은, 제7홈쇼핑을 내세워서 언론사 홈페이지에 쇼핑몰을 입점시키고 수수료와 광고수익을 조금 나눠주겠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장터가 한국일보를 들러리로 세워 잇속만 챙기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언론 몫을 염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다시 흘러 나온다.

▲ 국민장터 설립 준비위원회가 언론사에 배포한 제안서. 국민장터 최진환 본부장은 <미디어스>의 취재에 “미디어스도 관심이 있으면 참여하라”고 말했다.

국민장터는 100% 공영홈쇼핑으로 한다면 비효율적일뿐더러 관피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지방자치단체+미디어연합’의 지분참여가 필요하고, 현재 미래부가 이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진환 국민장터 설립 준비위원회 공동본부장(한국일보 미디어전략국장)은 11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공적 문서 형태로 제안했고, 미래부에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행복백화점 같이 공공부문이 추진한 사업들에서 세금만 낭비되는 사례가 있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만큼 정부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진환 본부장은 “정부는 100% 공영으로 할 생각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음 주중 공청회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우리는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미리 기획한 것은 아니고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제7홈쇼핑의 다른 길을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소생산자, 중소기업 그리고 지역민방과 지역신문의 사정이 모두 어렵고 지난해부터 함께 (커머스사업을) 논의했다”며 “13개 시·도단체장들도 청와대와 미래부에 탄원서를 제출할 만큼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환 본부장은 ‘종편 참여’ 가능성에 대해 “실제로 물어봤으나 별 관심이 없다”며 “종편은 ‘이미 특혜를 받았는데 또 다시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또 하나의 특혜로 보지 않겠나’ 하며 여론을 의식하고 있고, 만약 한다면 지배주주로 확실히 하나를 갖겠다고 나서겠지만 정부가 줄 리가 없고, 주주 중 하나로 끼어들어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신문과 지역민방, 지자체에서 관심이 많고, 현재 한 중앙일간지와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장터는 한국일보 출신인 원인성 공동본부장(한국일보 미디어전략 TFT 기획위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환 본부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종합편성채널과 비슷한 방송모델을 만드는 작업을 했던 분”으로 소개했다. 그는 “언론사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이 방법뿐이라는 생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진환 본부장은 “그 동안 정부에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최경환 경제부총리 들어서 갑자기 제7홈쇼핑 이야기가 나왔다”며 “기존 홈쇼핑이 부패백화점 수준인데 이제 공식적으로 플랫폼을 개방해서 논의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기자 등 일부 직원들은 최근 총 2차례에 걸쳐 총 40만 원을 국민장터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에 출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진환 본부장은 “한국일보 기자들에게도 같은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래부는 협의한 적도 없고, 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진흥정책관 소속 이정구 정책관은 11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국민장터와) 협의한 적도 없고, 그쪽을 알지도 못한다”며 “제7홈쇼핑은 정부 정책인데 그런 쪽과 지분투자를 논의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정구 정책관은 “그쪽과 공문을 주고받을 이유도 없다”며 “17일 공청회 때 자세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민간 몫 논의와 별개로 제7홈쇼핑 신설과 관련해 짚어야 할 다른 문제들도 산적해있다. 홈쇼핑채널사용사업자에게 송출수수료를 받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나 IPTV사업자가 제7홈쇼핑 신설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란 점, 사업자가 늘어나면 황금채널을 얻기 위한 홈쇼핑사업자의 경쟁이 치열해져 수수료가 오를 것이란 점 등이 대표적이다. 또 정부가 제7홈쇼핑을 종합편성채널 사이에 편성할도록 유료방송사업자를 유도할 경우 종편의 시청률과 방송산업에서의 지위가 높아질 것이란 점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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