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신인 인권위원으로 동성애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온 최이우 목사를 임명했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위반한 인사라고 주장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번 인사는 ICC 권고 조치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10일(오늘) 11시,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위원회>,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 행동>은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자격·반인권 최이우 인권위원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요즘 인권이라는 말이 정말 이권이라는 말처럼 느껴진다”면서 “말도 안 되는 것들에 ‘인권’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언어도단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10일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위원회, 성소주자 차별 반대 무지개 행동은 기자회견을 열어 "무자격·반인권 최이우 인권위원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미디어스
“최이우 목사 임명…박근혜 대통령, ‘차별금지법’ 공약 이행 않겠다는 뜻”

명숙 활동가는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성폭력 피해자 인권을 침해해 ‘반인권’ 논란은 빚은 유영하 씨를 비롯해 ‘무자격’ 김영혜 씨를 인권위원을 임명한 바 있다”며 “인권에 관심이 없다보니 그런가보다 했는데, 최이우 목사를 임명한 것을 보고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명숙 활동가는 “최이우 목사를 <차별금지법> 제정을 거부한 자”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이를 이행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이우 목사의 임명은 법과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숙 활동가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조에는 분명히 인권과 관련한 전문 경험이 있는 자를 임명하도록 돼 있다. 최이우 목사의 이력 어디를 보더라도 관련 경험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명숙 활동가는 “ICC(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위원 선임 및 인선절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런 우려를 귓등으로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ICC는 국가인권위원회에 현병철 위원장 임명 등 논란이 일자 인권위원 인선에 관련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지명의 원칙과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이하 인권위원선출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인권위원 지명권자인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원선출가이드라인에는 △공정한 절차, △‘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에서 천명한 기준을 법에 반영하고 여성위원 수 상향, △조직과 예산 등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조사 및 구제의 실효성 확보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이 최이우 목사를 임명한 것은 ‘반인권’, ‘무자격’ 인권위원을 통해 국가인권위의 권위와 위상을 웃음꺼리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인권위원선출가이드라인> 제정 당시 인권단체들은 법 개정이 아닌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는데, 당시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이번 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게적 등급은 하락에 결정적인 사건으로 작용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ICC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관련해 2004년 출범 당시 A등급을 결정했지만 지난 2014년 3월 ‘등급보류’ 판정을 내리고 현재, 재심사 중에 있다. 86개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은 최근 발생한 국가인권위 내 성추행 사건과 관련 “파리원칙을 인권위가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의 등급 심사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황이기도 하다.

“동성애를 ‘죄악’이라는 최이우 목사…국격의 문제와도 직결”

최이우 목사의 동성애 혐오 관련 구체적 행보도 고발됐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이종걸 활동가는 “최이우 목사는 CTS칼럼을 통해 ‘동성애라든지 동성혼이라든지 이런 문제까지 교회가 허용할 문제가 아니다’, ‘<차별금지법> 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폐해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며 동성애를 ‘죄악’시했다”며 “그런 자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반인권’이 버젓이 자리잡는 국가인권위, 동성애 혐오론자까지)

이종걸 활동가는 “한국사회는 현재 성 소수자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라면서 “마포구청은 성소수자 행사에 대한 불허 방침을 내리는 등 공공기관에서의 차별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성소수자들은 집단괴롭힘으로 인해 난민을 신청하고 나라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종걸 활동가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이야기했지만, 보수 기독교 단체들에 의해 <차별금지법> 제정은 막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동성애를 ‘죄악’이라는 혐오자를 인권위원으로 앉힌 것은 국격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민변 소수자위원회> 장서연 변호사 역시 “대한민국 정부는 2011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며 “그런데 정작 반인권 최이우 목사를 임명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위선과 기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인선 기준과 절차를 거쳤는지 낱낱이 공개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이우 목사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독립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향후 박근혜 대통령의 최이우 목사에 대한 인권위원 임명의 부적절성을 국제사회를 통해 알려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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