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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기업 이름 가려주며 이번에는 한발 뺀 손석희 뉴스[기자수첩] 손석희 사장님, JTBC가 고발한 기업은 ○○아니라 이 회사들입니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11.07 15:21

언론사가 기업을 비판하는 보도를 준비하거나 내보내면 기업 관계자들은 부리나케 편집국과 보도국을 찾아온다. ‘제목이 좀 세다, 톤다운(tone down)이라도 부탁한다’는 경우도 많고 알게 모르게 광고와 기사를 바꾸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한국의 재벌은 회장님과 본사 이름이 나오는 것에 민감하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SK텔레콤의 단말기를 유통·판매하는 계열사 SK네트웍스가 대구·경북지역에서만 대포폰 십만 대 이상을 개통해 검찰이 이를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려던 JTBC 보도국에는 SK텔레콤 임원이 찾아가 ‘SK텔레콤’이라는 이름만 빼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기업의 보도국 방문에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은 대노했고, JTBC는 리포트 순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리 “관계가 팩트보다 더 중요할 때가 있다”고 하지만 기자가 작심하고 발로 뛰어 사실을 확인한 보도에서 기업 이름이 빠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만약 언론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환자에 관한 소식을 “한 대기업 반도체 공장에서~”라고 보도한다면 독자와 시청자는 그 문제적 기업이 어딘지 알 수 없다. 다른 매체의 후속 취재에서 이름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지만, 만약 그 기사가 단독기사라면 ‘물 먹어 자존심 상한’ 다른 매체 기자들은 받아쓰지도 않는다. 물론 해당기업은 적극적으로 기사 확산을 막는다. 독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돌고 있는 정보로 기업을 알아내고, 이름을 가린 언론사를 두고 ‘광고나 협찬 같은 딜이 있었겠지?’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 JTBC 리포트 갈무리.
   
▲ JTBC 리포트 갈무리.

6일 밤 언론사와 광고주의 ‘딜’을 의심하게 하는 보도가 있었다. JTBC와 LG유플러스 이야기다. JTBC <뉴스룸>은 이날 <“노동청에 알려달라”…이통사 고객센터 상담원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회사의 노동착취와 수당미지급 등을 폭로한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담사 이아무개(30)씨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이씨는 회사의 부조리를 꼭 노동청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에 알려 달라 부탁했다. JTBC는 <뉴스룸>을 시작하며 세 번째로 이 리포트가 나갈 것을 예고했다. 신문으로 따지면 사회면 머리기사다. 리포트 역시 5분28초로 길었다. 이호진 기자는 유가족과 지인은 물론 이씨의 전 직장동료와 관리자를 만났다. 이씨가 고발한 내용은 사실로 보였다.

그런데 리포트 어디에도 이씨의 직장이 ‘LG유플러스 고객센터’라는 사실이 없다. 손석희 앵커는 이 리포트를 소개하며 ‘LG유플러스’를 ‘한 통신 대기업’으로 표현했다. JTBC는 이씨 친구의 말에 나오는 ‘LG’를 ‘○○’으로 처리했다. “저희도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요. 진실된 것은 OO만 알고 있겠죠.” 고객센터가 있는 전북 전주를 직접 찾아가 촬영했는데도 해당 업체의 이름이 있는 곳을 전부 ‘블라인드’ 처리했다. 어이없는 해명을 늘어놓는 관리자가 나오는 대목에도 ‘LG’는 없다. “00고객센터 관계자 : 개인적으로 남아서 일하는 경우가 있어요. 가라고 했는데 안 가는 걸 어떻게 합니까.” JTBC는 시청자가 문제기업의 정체를 절대 모르게 리포트를 편집했다. LG는 불끄기에 성공했다.

JTBC는 고발내용을 알려달라는 이씨의 ‘부탁’을 져버렸다. 기자에게 유서를 건네고 “자기가 목숨을 끊을 정도가 됐으면 뭔가 이유가, 깊은 내막이 있을 것”이라며 아들의 뜻에 따라 노동청에 진정을 낼 계획이라는 고인의 아버지의 심정은 또 어떨까. JTBC의 수상한 비판보도로 기분이 좋은 사람들은 LG그룹과 LG유플러스 경영진과 홍보팀뿐이다. 손석희 앵커와 이호진 기자가 그 이름을 부르지 못한 배경에는 ‘깊은 내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발’을 준비 중인 아버지가 ‘LG’를 빼달라고 부탁했을 리는 없다. 전적으로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과 JTBC 보도국의 판단이다. LG유플러스가 어떤 ‘딜’을 제안했는지는 모르겠다. LG유플러스 비판보도에 LG유플러스는 없었다는 결과만 남는다.

   
▲ JTBC 리포트 갈무리.
   
▲ JTBC 리포트 갈무리.

더구나 JTBC는 또 다른 기업의 이름도 가렸다. 씨앤앰텔레웍스다. JTBC는 LG유플러스 리포트에 이어 <‘미소’ 부족하면 감점…상담원들, 회사 감시 속에 고통>이라는 제목의 앵커-기자 대담 리포트를 내보냈다.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회사의 일상적인 감시를 받으며 일하고 있고, 부당한 상품판매를 강요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JTBC는 “한 통신회사의 근무 평가” 자료를 공개했다. “생동감이 부족한 음성”으로 응대하거나 “반론을 극복하거나 재권유를 하지 않고 고객의 의사에 따라서 평이하게 가입으로 연결이 되면” 평가에서 5점을 감점하는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황당한 내용이다. 문제는 이 기업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의 계열사인 씨앤앰텔레웍스인데 JTBC는 ‘한 통신회사’로 처리했다.

기자는 며칠 전 JTBC가 LG유플러스와 씨앤앰을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전해 들었다. 다른 언론사가 ‘단독’ 취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취재원도 잘 알려주지 않을뿐더러 불완전한 정보로 대충 기사를 내보내 다른 언론사가 발로 뛰어 만든 단독을 가로채는 것은 도리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다. JTBC를 인용하거나 추가 취재해 기사를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6일 밤 JTBC 리포트는 매체비평지 기자가 보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업의 보도국 방문에 대노했다는 손석희 사장은 직접 기업 이름을 가렸고, 시청자에게 문제적 기업의 실체를 알 수 없게 했다. “더는 타협하지 말라”는 말을 조언이랍시고 건네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할 말은 이것뿐이다. 더는 타협하지 마시라.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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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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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brkfhem 2014-11-10 12:40:12

    해당 사건은 유플러스에서 발생한 문제지만, 언제 어느 곳에서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감정 노동자에 대한 처우와 비리가 어느 특정 업체의 관행이 아니라면 특정 업체의 비행을 밝혀서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절반의 성공밖에 안된다 봐야겠지요. 고인의 고통은 끝났지만 같은 고통을 겪고있는 분들이 많을겁니다. 모쪼록 많은 분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삭제

    • tbrkfhem 2014-11-10 12:31:35

      다른 의견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쓴소리를 더 숙고해서 받아들일줄 알아야 더 좋은 언론이 될 수 있겠지요. 감정 노동자의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비단 자살한 분이 재직했던 기업만의 문제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에 그런 의견을 달았습니다. 갑의 횡포에 대한 보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여러 의견을 반영하여 취지에 맞는 좋은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삭제

      • jimin 2014-11-09 15:40:36

        비리와 실상을 지목하고 세상을 떠났는데, 그것이 밝혀질 수 있도록 실명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취재원을 선점하고 단독보도를 했다면 더더욱이요.어떤 내막이 있는건진 알 수 없지만,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적돼야 할 것 같습니다. 업체 전반의 문제를 짚는건 그 다음 순서가 돼야겠죠.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삭제

        • jimin 2014-11-09 15:35:55

          단독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 몰랐네요. 책임감 없는 언론행태과 더불어 '물먹어 자존심 상해하는' 기자들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Jtbc가 이전과 달리 이름을 가리고 보도한 것에 대해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의혹은 조금 더 밝혀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문제가 업계 전반의 문제로 환원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선언하며 목숨 끊은 직원이 특정 업체의   삭제

          • 박장준 2014-11-08 15:42:41

            tbrkfhem님/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다만 제 생각은 특정 기업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도하는 리포트에서 문제기업을 가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삭제

            • tbrkfhem 2014-11-08 14:52:18

              정황을 보더라도, 유플러스나 개인 디자인실의 딜은 받아들이고 삼성이나 포스코같은 기업의 딜은 받아들이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하는게 더 어색한 것 같습니다.   삭제

              • tbrkfhem 2014-11-08 14:51:19

                정황을 보더라도, 유플러스나 개인 디자인실의 딜은 받아들이고 삼성이나 포스코같은 기업의 딜은 받아들이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하는게 더 어색한 것 같습니다.   삭제

                • tbrkfhem 2014-11-08 14:44:11

                  촛점이 업계 전반이 아니라 유플러스라는 특정 기업에 모아지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취재원의 바람을 들어줬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기업의 이름이 익명처리된 것을 보고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을 거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이유에서 한참 앞서나간 추측이라고 생각합니다.   삭제

                  • tbrkfhem 2014-11-08 14:43:51

                    취재원의 바람이 어땠을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기업의 이름이 노출되기를 바랐을 가능성이 높겠죠. 다만 앞서 말씀드린 디자이너실의 횡포 기사에서 디자이너의 이름 역시 익명처리 되었는데 그 디자이너들에게서도 '딜'을 받은 걸까요? 기업의 이름이 나갔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제 생각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삭제

                    • tbrkfhem 2014-11-08 14:38:57

                      촛점이 업계 전반이 아니라 유플러스라는 특정 기업에 모아지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취재원의 바람을 들어줬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기업의 이름이 익명처리된 것을 보고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을 거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이유에서 한참 앞서나간 추측이라고 생각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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