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조직개편하고 인사하는 것에 대해 왜 온 동네가 시끄러운지 이해 못하겠다. 왜 외부에 있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MBC 인사에 대해서 관여를 하고 정파적으로 이용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언론계 안팎을 들끓게 했던 초유의 조직개편·인사를 단행한 MBC는 ‘도대체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모르겠다’고 발뺌했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회의에 출석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공영성 후퇴’, ‘보복인사’에 대한 문제제기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반박했다.

백종문 본부장은 MBC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조직개편과 인사발령 취지, 목적, 내용을 우선 보고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교양제작국 해체에 대해서는 “예능1국에 제작4부를 신설해 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 접목을 통해 시청자 트렌드 변화에 맞춰 MBC 교양성을 강화시키도록 했다”고 밝혔다. (<MBC, 상암시대를 열어갈 조직개편 단행>, <[알려드립니다] MBC, 미래지향적 융복합 역량 강화>)

“방송 3사 중 시사교양 프로 공영성 가장 강조한 곳이 MBC”

이날 회의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교양국 해체’와 ‘보복인사’였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공영방송 MBC 정체성의 한 축을 맡아왔던 ‘교양제작국’ 폐지 등 향후 MBC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을, 여론의 비판과 우려를 무시하고 ‘강행’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 MBC 관리감독기구 방송문화진흥회는 6일 낮 3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회의를 열어 최근 단행한 MBC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사진=미디어스)

야권 추천 최강욱 이사가 수익과 경쟁력이 떨어져 축소한 조직이 교양제작국이냐고 묻자 백종문 본부장은 “저도 교양제작국 출신”이라며 “시청자의 변화, 시청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서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들은 요즘 종편 때문에 순수 교양을 보지 않는다. 구색 맞추기 위해 ‘교양’이라는 말을 쓰는 것보다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재밌게 전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예능과 정보가 접목된 프로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실제로 방송 3사 중에서 시사교양 프로의 공영성이 가장 강조된 곳이 MBC”라고 말했다.

MBC가 만든 프로그램 품질평가 QI지수에서 전체 4위를 차지한 <불만제로>가 급작스럽게 폐지된 배경에 대해서는 “<경제매거진 M>에서 해당 기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최강욱 이사가 “<경제매거진 M>이 <불만제로>보다 성취가 높았느냐”고 하자 “아이템도 제한적이고 오랫동안 했다”고 맞받았다. 백종문 본부장은 “실적은 다 고만고만하게 나온다”며 “11월 17일부터 <생방송 저녁>이라는 프로그램 신설되는데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불만제로>만이 MBC 교양성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경제매거진 M>에서도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백종문 본부장이 거듭 ‘수익성 극대화’를 강조하자, 최강욱 이사는 “보도본부는 왜 안 없어지나? 수익 창출이 안 되는데”라며 “교양국은 백종문 PD도 활약했던 곳 아닌가. 여기가 tvN도 아니고 SBS도 아닌데 (교양국을 해체해) 시끄럽게 할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백종문 본부장은 “시사제작국, 콘텐츠제작국도 있다. ‘교양’이라는 말 안 쓴다고 해서 공영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리얼스토리 눈>, <생방송 저녁>도 있고 다큐도 그대로 하고 있다”며 “왜 MBC에서 교양국이나 교양 프로그램이 없어졌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강화됐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초유의 인사’ 강행하고는 “왜 온 동네가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모르쇠

야권 추천 선동규 이사는 유능한 기자, PD들이 신사업개발센터 등 신설 사업부서나 비제작부서로 흩어지고, 일부는 업무배치도 받지 못한 ‘인사발령’을 강력 비판했다.

선동규 이사는 “이번에 쫓겨난 기자, PD들 유심히 관찰해 보면 희한하게 공통점이 있다. (2012년 170일) 파업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다 중징계 받은 사람들인데 또 이렇게 조치하는 것은 인격살인”이라며 “MBC 역사상 내부 인사를 해서 이렇게 뒷말이 많고 후폭풍 심한 걸 본 적이 없다. 대한민국 언론계가 벌집 들쑤신 것처럼 시끄럽지 않았나. 왜 인사를 그렇게 하느냐”고 질책했다.

백종문 본부장은 “왜 MBC가 조직개편하고 인사하는 것에 대해 왜 온 동네가 시끄러운지 이해 못하겠다”며 “지금 있는 기자들이 MBC 기자로 입사했지만 퇴직할 때까지 기자로 있을 수는 없다. 새로운 뉴미디어 생기고 자기는 죽어도 기자해야겠다? 그 역할 그만큼 하느냐. 아니다. 그러면 충분히 다른 일을 시킬 수 있는 거 아니냐. MBC만 그런 게 아니라 유수한 일본, 미국 방송사는 전체적으로 조직개편에서 인력 재배치한다”고 말했다.

교양과 예능의 결합으로 공영성은 오히려 강화됐다고 강변하던 백종문 본부장은 “교양 프로그램 (시청률) 2~3% 나오고 그러는데 그걸 계속 유지해야 되느냐. <불만제로> 제작비 4000~5000만원 나오는데 그대로 놔둬야 하느냐”라며 “저희가 참 어려운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백종문 본부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인사는 ‘선의에 따른 인사’라고 주장했다. 백종문 본부장은 “전체를 놓고 보자. 정말 일 중심의 문화를 만들어 보자, 해서 진짜 선의에서 한 인사이동이다. 누굴 갖다가 솎아내고 그런 것 아니다”라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희가 인사권 남용을 했거나 보복을 하려고 했거나 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상암동으로 이사가면서 ‘어떻게 좋은 회사 되도록 하느냐’에만 집중했다. ‘일하는 문화’를 끌어올리려고 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공영방송 MBC 정체성 흔들리는데… 방문진은 ‘후 보고’만 받으면 된다?

야권 추천 권미혁 이사는 방문진이 MBC 대주주이자 MBC의 방송과 경영에 관한 관리감독기구인데도, 방송사의 향후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 결정에 대해 ‘뒤늦은 보고’만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미혁 이사는 “이런 정도로 방향을 틀려고 하면 MBC 정체성과 관련돼 있으니 적어도 방문진과 상의해야 하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며 “MBC가 콘텐츠 중심 기업이 된다는 것은 항상 지지했지만, PP처럼 되라는 것은 아니었다. MBC가 공영방송 맞는지 의심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미혁 이사는 “수차례 얘기해도 거의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다. 진심어린 피드백이 저한테는 없었다. 이번이 정점이었다고 본다. 오죽하면 (징계대상자) 표까지 만들어 왔겠나”라며 “(회사의) ‘잘해보겠다’는 의지에 동의가 안 된다. 보고사항이 아니라 굉장한 논의가 필요한 논쟁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MBC의) 굉장한 정체성 변화를 가져오는 부분 아닌가”라고 전했다. 이어, “적어도 저는 이 개편이 디지털 시대에 공영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보여주지 못한다고 본다. (개편이 옳았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는 자료들을 가져왔으면 좋겠다. 납득 있는 설명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여권 추천 김문환 이사장 역시 “(조직개편 및 인사는) 절차상으로 제가 좀 불쾌했다. 나는 듣지 못했다. 거의 못 들어서 몰랐다. 뒤늦게 숙지를 했다”며 ‘조직개편 전반이 방문진도 모른 채 이루어진 것’을 꼬집었다.

김문환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보고사항이라고 하지만 우리(방문진)에게는 비밀이 아닐 수 있다. 인사를 대폭 할 예정이라든지 하는 건 기본 그림은 설명해주고 가는 것이 맞지 않나. 경영진도 고민 있겠지만 MBC 공적책임이라는 게 있지 않나”라며 “(방문진은) MBC 관리감독 기능이 있지 않나. 그런 차원이라면 아무리 보고사항이라고 해도 귀띔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점에 마음이 조금 언짢다”고 말했다.

방문진 수장조차 MBC의 ‘막무가내 인사’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으나, 대부분의 여권 추천 이사들은 ‘일단 경영진을 믿어보자’며 옹호에 나섰다. 여권 추천 박천일 이사는 “PD뿐 아니라 기자, 아나운서도 다른 부서에 발령 나 있는 케이스가 꽤 있지 않나. 그런 취지를 대외적으로 얘기하면 (야권 이사들도) 이해하지 않을까”라며 “한학수 PD 훌륭하시던데 개편 핵심 부서로 간 것은 아마 그런 역량을 평가받아서 간 것일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광동 이사는 “표현들이 너무 과하고 흥분된 것 같다. 제가 느끼기에는 MBC가 맞은 위기, 독점적 구조에서 원 오브 뎀으로 밀려가면서 겪어야 될 상황 속에서의 절박함을 반영했다고 본다”며 “경영진들한테 일을 맡겨 놓자. 특정 프로그램, 기자, PD 호불호나 그들에 대한 정보는 자제하면서 (얘기)해야 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비약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방문진 회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이성주 본부장은 “2~3%, 별로 시청률도 안 나오는 프로그램을 거기 둘 필요가 있느냐고 하다가 교양과 예능을 합쳐 새로운 시청자의 흐름에 맞추기 위한 개편이었다고 하고…”라며 “회사 스스로 매우 분열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조직개편이 왜 밖에서 이렇게 떠들고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하지만, (말이 모순되는 건) 스스로 하는 말과 속내에 담긴 말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이성주 본부장이 방문진 회의가 열리는 율촌빌딩 앞에서 조직개편 및 보복인사에 항의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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