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국을 없애고 기자와 PD들을 비제작부서로 대거 이동시키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한 MBC가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하면서 관련 법률과 규정, 절차를 엄숙히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 MBC는 지난달 27일, 31일자로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사진=MBC)

MBC는 5일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실시한 인사 및 조직개편은 법과 절차를 거친 ‘정당한 경영행위’였다고 설명했다. MBC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노조)와 일부 매체가 사실과 무관하게 악의적인 비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는 “인사발령은 경영권의 핵심으로 인사 대상자에게 사전 언질을 주거나 노사협의회에서 사전협의할 의무가 없다”면서 “업무상 필요 등 인사권 행사 요건은 경영진이 판단할 사항이다. 미디어 융·복합 등 방송환경 변화에 대응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또한 “노사협의 대상인 ‘교육훈련에 관한 사항’은 5월 20일 노사협의회에서 (노조와) 교육훈련에 관한 사항을 협의 완료했다. 교육 대상자 선정, 교육내용 등 개별 교육발령의 구체적 사항은 노사협의 대상이 아니다. 사규상으로도 교육발령 대상자에 대한 사전 통보나 설명의무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조직개편이나 인사발령·교육발령은 방송문화진흥회(MBC 관리감독기구)의 MBC 관리지침 제5조가 규정한 사전협의 사항이 아니며, 2012년 교육발령 당시 이루어진 ‘브런치 교육’이 핵심인 양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546개 양질의 프로그램 중 단 하나였다고 항변했다.

“내용과 형식, 절차까지 문제인 ‘부당인사’”

하지만 MBC노조는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이 내용, 절차, 형식면에서도 모두 문제가 있는 ‘부당인사’라는 입장이다. MBC노조는 6일 낸 노보에서 회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MBC노조는 “100명이 넘는 규모의 인사발령을 시행하면서 사측은 밟아야 할 규정과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다. 판결도 상식도 아랑곳 않는 그동안의 경영형태의 연장선에 놓고 보면 그리 놀랍지도 않지만 엄연한 규칙 위반이자 부당행위”라며 “이번 인사·교육발령이 부당하다고 규정한 이유는 ‘보복’과 ‘배제’라는 이번 인사 성격뿐 아니라 형식과 절차의 하자 또한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MBC노조는 △<단체협약>을 무시한 채 아무런 사전 통보나 설명 없이 ‘직종이 바뀌는’ 전보 발령을 한 점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노사협의회의 의결 및 협의를 거치지 않고 교육발령을 낸 점 △이번 교육발령 계획이 5월 노사협의회 때 협의한 내용과 배치되는 점 △사규에 규정돼 있는 교육발령 대상자가 아닌 직원들도 교육발령을 보낸 점 등을 문제 삼았다.

▲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에 대한 MBC와 MBC노조의 입장 비교표

2012년 김재철 퇴진 및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진행한 MBC노조의 170일 파업이 정당했다는 판결을 이끌어 낸 신인수 변호사도 MBC의 인사발령에 법적 하자가 있다고 말했다. △업무상 필요 △절차적 정당성 △신의칙 등 3가지 요건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번 MBC의 인사조치는 이 같은 요건을 모두 무시했다는 설명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장영석 노무사 역시 “인사발령의 정당성을 따질 때에는 3가지 정도를 본다. 객관적인 업무상의 필요, 합리적인 대상자 선정, 당사자 협의 절차 이행 등이다. 무조건 사측이 인사권과 업무지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사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인사권이 회사가 가진 핵심 권한이자 통상적인 경영행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권리남용에 해당할 경우에는 ‘부당인사’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간 판례로도 확인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05년 “근로자에 대한 전보, 전직 등의 배치전환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하지만,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때 “업무상의 필요성은 사용자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노동력의 적정배치로 인한 업무의 능률증진, 근로자의 능력개발과 근로의욕의 고양 등 기업의 합리적 운영에 기여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한 객관적 기준에 의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행선 달리는 노사, 결국 법정 갈 듯

▲ MBC가 노조와 협의했다고 주장하는 교육연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12명의 직원들이 받는 교육 프로그램과는 상이하다. (자료=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미디어 융·복합 등 방송환경 변화에 대응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과 인사발령’과 ‘내용과 절차 모두 부적절한 밀실개편·보복인사’. 노사 입장이 확연하게 갈리는 만큼, 조직개편 문제는 법정 싸움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MBC는 이미 강경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MBC는 “MBC노조와 일부 매체가 사실과 다른 허위·왜곡·과장된 주장으로 MBC의 정당한 경영행위를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며 “MBC는 사실을 왜곡, 폄훼한 행위들에 대해 향후 단호하고 엄정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BC노조 역시 교육발령을 받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발령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다음주중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앞서 기자, PD 등 12명의 직원은 업무 배치조차 받지 못하고 인적성검사를 하고 직무능력 향상 계획을 세우는 교육발령을 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 :<MBC, 기자·PD 내쫓아 ‘농군학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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