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열심히 찍어댔다. 지난 7월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사장 선임 반대를 외치며 목 놓아 울부짖던 노조원들의 얼굴에도, 사장실 출입을 봉쇄하며 농성중인 노조원들의 얼굴에도 카메라를 들이댔다. 지난 80일 넘게 이어진 YTN 노조 투쟁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처절하게 울고 있는 노조원들에게 취재수첩을 들고 심경을 물어보는 것이, 카메라를 들이댄 채 이들의 모습을 담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취재 현장에서 만나야 할 기자들의 두 주먹 불끈 쥔 투쟁 모습이 씁쓸해, 개인적으로 쓴웃음을 지을 때도 많았음을 고백한다.

그러면서도 '낙하산 사장 반대'를 외치며 흔들림 없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노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조금의 꾸밈도 없이 전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했고, 애써 담담하려 노력했다.

▲ YTN노조원 100여명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후문에서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송선영

YTN은 지난 6일 오후, 업무방해, 출근저지투쟁 등을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노조원 33명에게 징계 결과를 통보했다. 노종면 지부장과 현덕수 전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원 6명에 대한 해임과 노조원 6명에 대한 정직, 노조원 8명에 대한 감봉, 노조원 13명에 대한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는 지난 1992년 MBC의 방송민주화운동 당시 위원장과 사무처장 등 2명이 해고된 이후 16년 만에 다시 나타난 언론인 해고이며,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폐합 사태 이후 처음 있는 무더기 해고'라고 한다.

회사 쪽은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 사유를 명시하면서, 각 매체에 실린 보도 사진을 증거로 사용했다. 현장을 보도하기 위해 찍은 사진이었지만, 기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회사 쪽의 채증 자료로 사용되었고, 결국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를 구분 짓는 주요한 잣대가 됐다.

이에 대해 인사팀 관계자는 "징계를 목적으로 한 인사위원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따로 채증한 자료는 없다"면서 "<미디어스> <기자협회보>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PD저널> 등의 보도 사진을 증거 자료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징계를 목적으로 한 인사위원회가 아니었다"라고 말했지만 결국 인사위원회는 징계를 목적으로 열었던 것이 자명해졌고, 보도 사진이 노조원 33명을 징계하는 데 증거 자료로 사용되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해졌다.

"노조원들이 하는 집회마다 회사 쪽 관계자가 나서서 대놓고 채증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회사 쪽의 반론이 충분히 예상되지만, 엄연하게 '보도'를 목적으로 쓴 기사와 사진이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를 판가름 짓는 증거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착잡하기만 하다.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사실을 가족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는 노조원을 현장에서 직접 들은 나로서는 더욱 그렇다.

▲ YTN노조원 100여명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후문에서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노종면 지부장이 발언 하고 있다. ⓒ송선영

현재 YTN 노조원들은 징계를 당한 노조원뿐만 아니라, 자신도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역 알리바이' 증거를 스스로 찾고 있다.

한 노조원은 "일부 노조원들은 징계 사유에 명시된 현장에 있었음에도 인사위원회에 회부조차 되지 않았고, 같은 징계 사유에 대해서도 노조원마다 징계의 정도가 다르다"며 "노조가 징계를 당한 노조원들의 징계 사유를 취합해서 올려놓으면, 노조원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해당되는 징계 사유를 찾아 자료를 올리고 취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매체에 보도된 사진을 증거로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YTN, 징계가 결정된 33명뿐 아니라 '나도 현장에 있었다'라면서 스스로가 현장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자료를 찾고 있는 노조원들.

한동안 YTN 덕분에 <미디어스> 보도 사진이 곳곳에 퍼질 듯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진이 채증 자료로 사용될지, 이로 인해 얼마나 더 많은 노조원들의 징계가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다. 다만 회사 쪽이 보도 사진을 증거로 사용하는 꼼수를 부릴 때마다, 나는 누군가에 대해 '딱히 말로 설명하기 힘든 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참고 : 지난 7일 YTN 타워 후문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에 참여했던 노조원 100여명의 모습을 일부러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노조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만이라도 회사 쪽의 채증 자료로 사용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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