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네이버에 연재되는 박동희 <스포츠 춘추> 기자의 <박동희의 야구탐사> 코너에 실린 <충격과 공포의 롯데 CCTV 불법 사찰>란 제목의 기사가 야구 팬덤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기사는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최하진 대표이사의 지시 하에 원정 숙소 호텔에서 지난 4월에서 6월까지의 기간 동안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에 대한 ‘CCTV 사찰’이 시행되었다는 점을 매우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 춘추> 기자는 기존에 보도된 ‘선수단 항명’ 사건을 다시 되짚으면서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야구계는 롯데 선수들의 집단행동을 ‘항명’ ‘쿠데타’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 부장과 권 수석은 ‘사상 초유의 선수단 CCTV 감시를 주도한 악랄한 야구인’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CCTV 사건의 구체적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저 ‘설(說)’로만 떠돌 뿐이었다”라고 적었다.
▲ 4일 네이버에 연재되는 박동희 <스포츠 춘추> 기자의 <박동희의 야구탐사> 코너에 실린 <충격과 공포의 롯데 CCTV 불법 사찰> 기사 네이버 화면 캡쳐 사진
이어서 박동희 기자는 원정 호텔 관계자의 증언, 롯데 측이 작성한 원정 숙소 검토 내용 문건, 2014년 원정 안정 대상 문건, 롯데 관계자 증언 등을 바탕으로 최하진 대표이사가 지시한 호텔 CCTV 선수단 사찰이 이어져 왔음을 밝혔다. 특히 박동희 기자는 롯데 측이 5월의 선수들의 집단행동에 의해 애초 CCTV 사찰 주모자로 알려진 프런트 내 두 직원을 해임한 이후 6월까지도 사찰을 지속했다고 폭로했다. 최하진 대표이사는 선수들 앞에서 CCTV 사찰의 책임을 물어 두 직원을 해임했음에도 두 직원에겐 해임 이유를 뚜렷히 밝히지 않았고 사찰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또 박동희 기자는 CCTV 사찰이 단지 롯데 구단 내부의 일이 아니라 명백한 실정법 위반으로 사회적 공론화가 되어야 할 사안이란 사실을 환기했다. 박동희 기자의 기사에 나온 법무법인 현재의 손수호 변호사는 “CCTV 영상은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선수)의 동의없이 제3자(롯데)에게 제공한 자(호텔) 및 그 사정을 알고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야구 팬덤에선 박동희 기자가 주류 스포츠언론사에 소속되지 않은 이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기사란 목소리가 높다. 말하자면 주류 스포츠언론사가 구단과 너무 가깝기 때문에 이와 같은 보도를 하지 못한다는 추측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포츠언론사의 실정을 잘 아는 이들 중에서도 이와 같은 추측에 신빙성이 있다고 확인을 해주는 이들이 있다. 스포츠언론사의 한 관계자는 “다른 언론에서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보도당시 CCTV 사찰이 실정법 위반 문제란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고, ‘선수단 항명’에 초점을 맞췄다. 또 <스포츠동아> 등 CCTV 사찰의 실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도한 곳도 있었다. 박동희 기자는 그게 구단 사장의 지시였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시 이문한 부장이 시월 말 몇몇 기자들 앞에서 폭로하는 바람에 몇몇 언론에서 기사로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동희 기자의 기사가 나오기 사나흘 전부터 몇몇 언론에서는 "구단 사장의 지시로 CCTV 사찰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추가적으로 밝혀졌다"는 식으로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징역 5년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실정법 위반 사안에 대해 이렇게밖에 쓰지 않은 것은 확실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라며 개탄했다.
스포츠언론의 한 기자는 다른 기사에서 최하진 대표이사가 적시되었을 때 이만한 반향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선 "네이버가 '네이버 필진' 글을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같은 정보를 보더라도 독자들이 짧은 일간지 기사보다 '서사'와 '수사'가 가미된 긴 호흡의 글에 훨씬 반향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5일 <스포츠조선>에 실린 <[속보]롯데 최하진 사장 격정토로 "CCTV, 선수 사전 통보 지시했다"> 기사 인터넷 화면 캡쳐 사진
주류 스포츠언론의 ‘구단 친화적 보도’와 이에 맞선 ‘네이버 필진’들의 ‘폭로’는 5일까지도 지속됐다. 5일 오후 1시 <스포츠조선>은 <[속보]롯데 최하진 사장 격정토로 "CCTV, 선수 사전 통보 지시했다">란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최하진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의 해명성 발언을 적극 반영했다.
<스포츠조선> 기사에서 최하진 대표이사는 “우리 선수단 관리 규정에 이런 게 있다. 구체적으로 3조5항에 나온다. 선수단 관리 규정에 통제 지시 불응이 있다. 그게 뭐냐 하면 통제 시간이다. 통제 시간 지시불응에 대한 항목에 보며 원정 숙소가 여기에 해당된다. 출입 통제를 어겼을 경우 벌금을 내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또 최하진 대표이사는 “그래서 선수들에게 미리 공지하라고 지시했다. 제일 중요한 것이다. 당사자 동의를 받는 부분이다. 선수들 몰래 하라는 게 아니었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층 입구에서 기타 출입자가 있는지, 취침시간을 체크해보라고 안전 관리 차원에서 요청했다. 그래서 실무자들이 '안전관리 대장'이라고 제목을 정한 것 같다. 선수들의 동의를 구하라고 분명히 지시했다”라며 ‘CCTV 감시’가 사전 동의를 얻었기에 사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하진 대표이사는 “김시진 감독과 코치진들도 다 안다. 시즌 개막전 코치진을 격려하는 식사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얘기했다. CCTV 하고 있으니까 잘 하라고 해라. 김시진 감독에게 주장한테 얘기하라고까지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최하진 대표이사의 주장은 자신은 ‘CCTV 감시’에 대해 선수들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지시했으며, 설령 실무진이 선수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CCTV 사찰’이 되었다 해도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으로 들린다.
▲ 5일 네이버에 연재되는 <이영미의 핫피플> 코너에 실린 이영미 <헤럴드스포츠> 대표기자의 장성호 선수 인터뷰 <롯데 장성호, “내가 은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 기사 네이버 화면 캡쳐 사진
하지만 이에 대해 정면반박하는 증언이 잠깐 네이버 기사에 올라왔다가 지워졌다. 5일 오후 3시경 올라온 네이버 <이영미의 핫피플> 코너에 실린 이영미 <헤럴드스포츠> 대표기자의 장성호 선수 인터뷰 <롯데 장성호, “내가 은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장성호 선수 인터뷰는 4일 아침 <스포츠경향>에서 롯데 구단이 2015년 보류선수 명단에서 장성호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최초 보도했고, 이에 대한 장성호의 입장을 제대로 확인하고자 부산에 내려간 4일 밤 부산 해운대 근처에서 장성호를 만나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인터뷰에는 수정되기 전 도입부에 장성호 선수의 최하진 대표이사 발언에 대한 정면반박이 달려 있었다고 한다. 복수의 네이버 댓글 및 야구 커뮤니티의 증언은, 애초 이 인터뷰 기사 도입부에 5일 장성호 선수와 전화통화한 이야기라며 최하진 대표이사와 면담시 ‘CCTV 사찰’에 대해 직접 물은 것이 장성호였고 최하진 대표이사는 아무 답을 하지 못 했으며, 장성호 선수는 선수들이 ‘CCTV 감시’를 알고 있었다는 최하진 대표이사의 말에 대해 “거짓말이다”라고 단언한 내용이 있었는데 불과 십여분만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인터뷰는 삭제된 앞부분의 맥락을 보지 않으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장성호 선수는 인터뷰에서 “구단은 내가 2군에서 잘하면 부담스럽다고 했다. 2군 성적이 좋은 베테랑 선수를 1군에 올리지 않으면 팬들의 비난이 들끓기 때문에 내가 못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2군에서)좋은 성적을 내니까 어느 순간부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던 것이고. 야구선수가 야구 잘할까봐 걱정하는 구단이 세상에 어디 있나”라고 말한다. 삭제된 앞부분의 맥락이 없다면, 단지 히메네스 선수와 최준석 선수가 있다는 이유로 롯데 구단이 장성호 선수에게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이영미 기자의 장성호 선수 인터뷰 기사 네이버 댓글 중 일부 내용 화면 캡쳐 사진
인터뷰 앞부분은 어떤 경위로 삭제되었을까. <미디어스>가 이영미 <헤럴드스포츠> 대표기자와 접촉했을 때 처음으로 돌아온 답변은 “(기사 수정 연유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것이었다. <미디어스>에서 재차 “어디에서든 연락을 받으셨나”라고 묻자 이영미 대표기자는 “그런 건 없다. 다만 인터뷰기사였기 때문에, 선수가 부담스러워할 만한 내용을 수정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미디어스>가 “장성호 선수가 직접 부탁을 해왔나”라고 묻자 이영미 기자는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삭제된 장성호 선수의 폭로는 장 선수가 박동희 기자의 폭로 기사에 나오는 ‘최선참 J'였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박동희 기자 기사엔 “선수들은 5월 25일 이전까진 집단행동은 고사하고, 억눌린 감정 역시 표출하지 않았다. 그러던 게 구단의 CCTV 감시로 폭발한 것이었다. 최 사장을 만난 선수들은 정중하지만, 냉정하게 CCTV 사건의 전말을 물었다. 질문은 사장과의 면담 전 총대를 메기로 한 최선참 J가 맡았다”란 구절이 나온다.
이 구절 뒷부분은 “ ‘누가 CCTV로 선수들을 감시했는가’라고 묻는 J에게 최 사장은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면담에 참석했던 G는 ‘사장님이 우리의 질문에 말을 돌리거나 다른 화제로 대화 방향을 바꾸려 노력할 뿐 확실한 답은 들려주지 않았다’며 ‘속으로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로 이어진다. 삭제된 장성호 선수의 폭로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 이영미 기자의 장성호 선수 인터뷰 기사 네이버 댓글 중 일부 내용 화면 캡쳐 사진
결국 주류 스포츠언론이 지나치게 구단과 밀착한 상황에서 ‘네이버 필진’들이 야구계의 음울한 현실을 폭로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비주류 언론 소속인 박동희 기자가 폭로 기사를 끝까지 지켜낸 반면 상대적으로 주류 언론 소속인 이영미 대표기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기사 일부를 삭제하였다는 정황도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이영미 대표기자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야구 팬덤과 대중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한 부분만큼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주류 스포츠언론 사정을 잘 아는 다른 관계자는 “이번 건은 기성 스포츠언론도 적극적으로 불법행위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했어야 하는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이 옛날처럼 종이신문이 안 쓰면 ‘없는 일’이 되는 시대가 아닌데 다들 너무 소심하다”라면서, “(이런 식으로 행동하니) 기자들 자신들이 ‘블로거’라 폄하하는 이보다도 존중을 못 받는다”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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