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예뻐. 나는 참 섹시해. 미모는 나의 무기 I'm a beautiful girl~! 모두들 날 사랑해. 나를 보면 모두 쓰러지네.’ “신사 숙녀 여러분. 미녀를 소개합니다!” - 미녀는 괴로워 OST 김아중 : beautiful girl

<시라토리 레이코입니다!> 가공할 만한 성적을 거둔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오리지널로 국내에서 첫 주목을 받은 일본 만화 ‘미녀는 괴로워’. 대학 식당에서 ‘아줌마’ 소리를 들으며 일하는 볼품없는 외모의 칸나. 그녀의 낙은 학교의 킹인 남자아이를 훔쳐보는 것.

넌 학생이고 난 식당 아줌마야! 불타는 마음만큼은 활화산 같지만, 내 이 보잘 것 없는 외모를 그가 경멸할까봐 식당일로 번 수백만 엔의 거금을 투자하여 전신 성형 미인으로 재탄생한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배경을 학교가 아닌 연예계로 바꾸고 여주인공의 직업을 만인의 사랑을 받는 슈퍼스타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칸나, 아니 김아중은 미모의 효력을 국민적 단위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하긴, 이 정도 조미료는 좀 넣어줘야 영화답지.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원작 만화의 팬인 나도 불만을 가질 수 없게끔 상당히 잘 만들어진, 리메이크의 교본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나는 이따금 보다 원작에 가까운 ‘미녀는 괴로워’를 아쉬워했다. 리메이크 된 영화의 퀄리티에 만족하면서도 소재만 빌려왔지 만화와는 전혀 다른 전개의 이 작품을 대신한 진짜 ‘미녀는 괴로워’의 실사화가 궁금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호기심은 실제 저작권을 구입한 김아중의 ‘미녀는 괴로워’가 아닌 한예슬의 TV판 미녀는 괴로워에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바로 ‘미녀의 탄생’이다.

배우 한예슬의 복귀작 ‘미녀의 탄생’은 외모 때문에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 사라가 전신성형을 강행하고 미모를 무기로 들어 복수를 계획한다는 스토리다. 지방 흡입과 배꼽 수술, 심지어 성대에 콜라겐을 주입하며 ‘목소리 성형’까지 서슴지 않아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한예슬. 애교 넘치는 콧소리에 살 떨리는 미모. 부자연스러운 시나리오의 덧붙이기나 컴퓨터 그래픽 처리가 무엄할 지경이다.

전신 성형 미녀 사라는 아름다움을 갖췄지만 속만큼은 아줌마 취급을 받던 그때와 다르지 않다. 얼굴은 미녀인데 마음은 미녀가 아닌 것이다. 결국 ‘미녀의 탄생’의 관건은 미모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많은 특혜를 누릴 수 있으며 그로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가, 하지만 수십 년을 ‘못난이’로 살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미녀의 삶에 괴리감을 느끼는 여주인공 사라 = 칸나의 소동을 지켜보는 즐거움일 것이다. 그리고 이 설정은 ‘미녀는 괴로워’의 원작자 스즈키 유미코 특유의 ‘미녀 시리즈’ 패턴과 정확히 일치한다.

드라마 ‘미녀의 탄생’은 첫 회 만에 한예슬의 아름다움을 무기로 내세웠다.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살랑대며 거리를 걷는 그녀는 존재감만으로 홍해를 가른다. 물러난 사람들은 경악하다가 감탄하다가 급기야 쓰러진다. 그 유명한 김아중의 뷰티풀 걸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난 너무 예뻐. 난 참 섹시해. 미모는 나의 무기. 아임 어 뷰리플 걸~!” 비지엠이 미녀는 괴로워가 아니어서 아쉬웠을 정도의 흡사함.

물론 ‘미녀의 탄생’은 만화 ‘미녀는 괴로워’와 무관한 작품이다. 판권을 구입한 것도 아니다. 그저 유사함을 느낀 사람들이 티비판 미녀는 괴로워라 총칭하고 있을 뿐이다. 전신성형으로 미녀가 된 추녀의 이야기는 그리 특이한 소재가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스토리다. 그럼에도 미녀의 탄생은 ‘미녀는 괴로워’의 염이 남아있다. 흡사하게 흘러가는 전개나 전신 성형 소재 때문만이 아니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이 다름 아닌 한예슬이기 때문이다.

‘미녀는 괴로워’의 원작가 스즈키 유미코의 미녀 이야기는 이 작품 하나만이 아니다. 그녀의 사랑법, 미녀를 누가 말려, 미녀는 괴로워, 오! 필승 바바라 등. 이야기의 전부가 태초부터 미녀였던 여자의 사랑스러운 오만방자나 돈으로 미모를 산 여자의 전전긍긍을 다뤘다. 미녀는 괴로워는 후자 쪽의 작품인 것이다.

스즈키 유미코가 만든 모태 미녀 캐릭터 ‘시라토리 레이코’가 졸업식에서 짝사랑했던 남자애에게 고백했다 차이는 장면으로 ‘미녀의 전설’은 시작된다. 난 너무 예쁘니까, 이런 내가 사귀어준다는 자체만으로 넌 감격해야 해! 라고 고백조차도 오만방자했던 레이코는 처절하게 차이고 나서 어떻게 이런 미모를 거절할 수 있냐고 분노하는데 벚꽃 잎과 함께 여신처럼 구불구불한 머리칼도 흩날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너무나 예쁜 그녀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막연히 한예슬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오래전,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만들고 싶은 차기작으로 ‘미녀는 괴로워’를 꼽았던 박찬욱 감독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하필 그가 낙점한 미래의 여주인공 또한 ‘한예슬’이었다. 그래서 발 빠르게 제작된 김아중의 미녀는 괴로워가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제목의 유사성이나 전신 성형 미녀의 인생 대역전이라는 소재의 유사성이 아닌, 그저 배우가 한예슬이기에 미녀는 괴로워의 향수를 느끼는 것 또한 같은 이유다.

언젠가 꼭 보길 바랐던 박찬욱과 한예슬 그리고 미녀는 괴로워의 조합. 비록 가장 큰 관건인 박찬욱 감독이 빠져버렸지만 한예슬의 미녀의 탄생이 채울 수 없었던 지난날의 호기심을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 신세계를 보며 무간도에 죄책감을 느꼈던 것처럼 스즈키 유미코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되새기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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