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2016년 총선은 어떤 모습으로 치러질까. 어찌되었건, 2012년 총선과 같은 방법으로 치러질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떤 모습으로 치러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최소한의 조정’이 시행될 경우
먼저 현행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다표제가 유지되면서 최소한의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최소한의 조정’이라고 말을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여야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영호남에선 의석이 줄어들어야 하고 수도권에선 늘어나야 한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은 국회의원들에게 매우 어렵다. 현역 국회의원들 중 “자리가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 이가 반드시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의석수 전체를 늘이는 일은 최소한 요즈음의 대중정서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조정은 지역구 의원수가 증가하고 그 조정 결과 비례대표 의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현행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다표제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는 정치세력으로 볼 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겐 ‘본전’이고 군소 정치세력들에겐 ‘손해’가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세력 내부에선 어느 지역구 의원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석패율제나 도농복합선거구제라는 대안이 나오는 배경은 이 양당 정치세력 내부의 이해관계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이 중 일정 숫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와, 도시와 농촌을 묶어 선거구를 만드는 도농복합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다표제 아래에서도 가능한 대안들이다.
그러나 선거구가 조정되면서 겨우 이 정도 변혁에서 끝날 경우 비례대표제 퇴조에 대한 비판과 ‘게리멘더링’의 우려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대선거구제로 전환될 경우?
증대선거구제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제안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득’으로 생각하고, 새누리당은 ‘본전일지 이득일지 손해일지 계산 안 됨’이라 생각하는 제도개혁이다. 이 경우 중대선거구제와 함께 엮여 자주 등장하는 것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다.
현재는 정당명부 투표를 해도 정당에 대한 전국적 득표율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각 정당으로 할당한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비레대표 국회의원을 ‘전국구’라 불러왔다. 그러나 권역별 비례대표가 되면 각 권역별로 정당 투표에 대한 지지율을 파악하고 지역별로 비례대표에 정당 후보로 입후보한 이들에게 의석이 배분된다.
이는 헌재 판결 결과로 수도권만 대변될 뿐 지역은 대의되지 않을 거라는 우려를 불식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군소 진보정당들도 경남권 등에서 의석을 노려볼만한 상황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현행 의석수를 유지할 경우 비례대표의 축소를 피할 수 없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진보정당들은 정당명부 비례대표 확대시행을 위한 국회의원 정수 증원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전면 조정은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헌법의 명령이자 국민의 명령"이라며 "현행 소선거구제는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결선투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당 역시 31일 논평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의 한계 안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현실화하기 위해 가장 확실하게 제안될 수 있는 대안은 국회의원 정수의 획기적인 증원이다. 단순계산만으로도 인구 4천만에 설정된 300명 의원정수를 5천만에 맞게 375명으로 늘릴 수 있다. 또는 인구 10만 명당 1명의 수준으로 의원을 설계해 500명으로 늘리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회의원의 정수가 상당수 늘어나야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노동당 논평은 이어서 “무엇보다도 우선 검토해야 할 것은 현행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 국회의원 선출방식을 유지할 것인가이다”라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 바로 전면비례대표제의 도입이다. 노동당은 이미 2012년 총선 공약을 통해 ‘광역단위 전면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다. 우선 전국을 대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별 최소의석을 우선 할당한 후 인구비례에 따라 나머지 의석을 배분한다. 정당은 권역별로 각 당의 후보명부를 제출하고 유권자는 지지정당과 해당 정당명부 내 선호후보자 1인을 선택하게 한다. 정당득표율로 당선자 수를 정하고 명부 내 각 후보의 득표율 순위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개헌 논의와 연결될까?
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개헌 논의와 결부될지도 관심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이 내세운 이원집정부제 개헌은 행정구역 개편 및 선거구제 개편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너무 많은 것들이 논의가 되어야 해서 동력을 받기 어렵다는 부정론이 있었다. 그러나 헌재 결정으로 어차피 선거구제 개편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에 개헌 논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구제 개편만 해도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고 논의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 이 논의를 2015년 내내 해야 한다면 개헌 논의는 오히려 동력을 잃고 사그러질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