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에 가사고 노래 쳐듣지도 않다가 꼭 누구 죽음 마치 지인인 것 마냥 지랄들을 해요. 꼴값한다. 다들.’

엄밀히 따지면 이 선정적인 비관주의는 강원래의 전문이 아니다. 청춘의 거목, 신해철의 별세에 많은 이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고 이에 또 다른 이는 충격 받은 대중을 힐난했다. 정작 논란이 된 강원래의 전문은 짧았다. ‘공감 100%’

이토록 큰 소동이 되기 전 강원래의 피드백을 보고나서 내가 떠올린 것은 이후의 전개였다. 네티즌은 성난 군중이 되어 분노할 테고 며칠간 버티던 강원래는 곧 백기를 들어 사과문을 남길 것이라고. 선구안이나 영적 능력이 아니라 여태껏 지켜봐왔던 연예인과 네티즌의 기싸움 패턴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논란의 끝에 30일, 강원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짧은 생각이었다. "SNS로 사과의 글을 남길까? 아니면 조용해지면 가족 분들 만나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할까?"라며 맘고생하며 주변사람들의 시선도 참고 기다렸지만 "아니다. 해철이형 발인 전에, 해철이형 영정사진 앞에서 사과하는 게 낫고 나의 경솔한 행동에 힘들고 슬픈 상황에 더 힘들고 맘 아파할 가족 분들께 잘못했단 반성도 하고 위로도 해드려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강원래의 페이스북 사과문 중에서

그의 사과문은 길었지만 현재 심경은 첫 머리를 장식한 ‘짧은 생각이었다’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짤막한 문장에서 나는 그가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얼마나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 강원래 ⓒ연합뉴스
SNS로 벌인 일, SNS로 사과하고 끝낼까. 아니면 이 소동이 잠잠해진 이후에 가족을 만나 여차저차 해서 그렇게 되었노라고 설명하는 게 나을까 고심했다던 그는 결국 SNS 바깥으로 나섰다. 신해철이 영영 영면하고 나면, 사람들의 분노가 수그러들겠지만 시간을 지체하면 전하지 못할 마음이 있었다. 그가 먼저 사과해야 했던 사람, 영정 사진 속의 신해철이었다.

"형 미안해요. 죄송해요.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특히 형수님께, 또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형 하늘나라에서도 형이 좋아하던 음악 많이 하셨으면 해요"

강원래는 분노한 네티즌이나 서글픈 유족이 아닌 신해철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랬기에 나는 벌여놓은 사단을 더 이상 섭섭해 하지 않기로 했다. 그의 공격은 충격적이었으나 신해철을 잃은 슬픔만큼은 진심이었다.

물론 공감 100%라는 짧은 문장의 대가는 이토록 긴 진심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네티즌의 일부는 여전히 그의 사과문이 입막음용 수습하기에 불과하다며 분노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우린 이해해요. 그리고 오빠도 그렇게 말할 겁니다. 괜찮다고" 신해철의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강원래의 죄를 사하였지만 대중은 쉽사리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강원래가 공격한 대상은 신해철이 아닌 일부의 네티즌이었으니.

논란의 글은 강원래의 후배가 남긴 것이라고 한다. 루머와 가십으로 신해철을 비난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신드롬의 물결을 타 이전부터 존경하고 있었노라는 언행불일치한 일부 ‘척 하는’ 네티즌을 비난한 것이라고. 90년대 초부터 신해철과 친분이 있었던 강원래는 욕을 퍼붓던 네티즌이 이제 와서 오랜 팬인 것 마냥 행사하는 것이 불만이었노라고. 이에 공감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숨진 故 신해철의 빈소 ⓒ연합뉴스
그의 말은 이를테면, 신해철의 죽음마저 유행으로 이용하는 척 하는 네티즌이 꼴 사나웠다는 말이 될 것이다. 나는 그의 사과문을 되새기면서 한편으로는 나 또한 그가 경멸하는 일부의 네티즌이 아니었나? 경계했다.

신해철은 내 청춘의 멘토이자 거목이다. 약점마저 사랑스러울 팬의 관용을 뛰어넘은 존경심은 도리어 한동안 그를 외면하게 했었다. 너무 많은 기대치를 품었고 그래서 쉽사리 실망해 돌아섰다. 그를 떠나보내고 ‘그대에게’의 그 광활한 오프닝에 눈물 흘리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인가를 후회하며 울었다. 강원래가 지적했던, 떠나보내고 나서야 존경하는 바보가 나였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나는 강원래를 더 이상 비난할 수 없었다.

드라마와 예능 연예계 핫이슈 모든 문화에 대한 어설픈 리뷰 http://doctorcal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