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3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다. 두 대표는 어느 부분에서는 인식을 같이 했고 또 어느 부분에서는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31일 일간지들은 각기 두 대표의 발언을 비교 편집해 실었다.

먼저 김무성 대표의 ‘사회적 대타협’ 메시지와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개헌’을 비교 편집한 신문들이 있었다. <한국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김무성 대표가 ‘민관 및 노사가 참여하는 범국민운동기구’를 제안한 것과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총선 전 개헌을 주장한 것에 주목했다.

▲ 한국일보 31일자 지면.

김무성 대표는 1982년 노사정이 바세나르 협약을 맺고 고통을 분담했던 네덜란드의 예를 거론하며 늘어나고 있는 복지 확대 요구와 저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위기가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조정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이러한 주장은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김무성 대표가 예로 든 네덜란드나 독일의 경우 이미 노동조합이나 진보정당 등이 충분한 권력과 사회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보가 가능했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과연 여기에 비교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위 신문들은 이러한 맹점 등은 지적하지 않았다.

▲ 중앙일보 31일자 지면.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경우 애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이 거론해 논란거리가 된 개헌 문제에 대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거론하며 개헌특위 가동을 통한 개헌 논의의 진전을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개헌 문제를 전면에 내거는 것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당 내 갈등 역시 고려해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한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의 행보가 실제 개헌이 이뤄지는 데까지 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두 대표의 복지관련 정책에 대한 이견에 주목한 신문들도 있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경우가 그렇다. <한겨레>는 김무성 대표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복지정책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한 목소리를 냈지만 처방은 각기 달랐다고 보도했다. 김무성 대표가 제안한 ‘범국민운동기구’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국민대타협위원회’에서 서로의 주장에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겨레>는 김무성 대표가 “‘저부담 저복지’ 구조인지 ‘고부담 고복지’ 구조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복지에 대한 요구는 커지는데 국가재정은 빚만 늘고 있다. 그렇다고 복지공약을 파기하거나 서민들에게만 세금을 전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 역시 유사한 맥락으로 봤다.

▲ 한겨레 31일자 지면.

▲ 경향신문 31일 지면.

반면, <경향신문>의 경우 김무성 대표와 문희상 비대위원장 메시지의 차이에 주목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경제정책을 거론하며 복지재원 마련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 비해 김무성 대표의 경우 유럽의 예 등을 들면서 과도한 복지병으로 저성장, 고실업을 비롯한 사회적 갈등에 시달릴 수 있다면서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것이 결국은 복지제도에 대한 일정한 후퇴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경향신문>의 편집인 것으로 해석된다.

▲ 동아일보 31일자 지면.

<동아일보>는 두 대표의 정치개혁 문제에 대한 이견에 시선을 집중했다. 김무성 대표가 “문제의 근원은 정치였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한 정치개혁특위를 제안한 데 비해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개헌특위의 가동을 강하게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김무성 대표가 오스트리아를 예로 들며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언급해 논란이 벌어졌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김무성 대표가 일부러 정치개혁 요구 수위를 낮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간 공언해온대로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는 개헌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관철시킨 셈이다.

<조선일보>는 ‘골든타임’이라는 어휘에 집중해 김무성 대표가 경제 정책에 있어서의 골든타임을 강조했고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개헌의 골든타임을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와 같은 구도는 전날 시정연설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강조한 대통령과 개헌을 말하는 야당의 구도를 부각시킨 것이다. 애초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사이에 그어져 있던 전선을 대통령과 여당의 것으로 변화시켜버린 모양새다.

▲ 조선일보 31일자 지면.

<조선일보>는 김무성 대표가 “지금이 경제를 다시 세울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 규제 개혁의 중요성 등을 다시 강조했는데, 이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시정연설을 통해 강조한 경제살리기를 뒷받침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의 경제정책에 대한 언급이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과의 시각차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실제 김무성 대표의 경제정책에 대한 발언은 적자를 감수하고 재정을 긴급하게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시정연설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김무성 대표가 강조하는 고통을 분담하는 것의 전제는 일종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전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묘한 문제이긴 하지만 결국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반목하는 모양새를 최대한 부각시키고 싶지 않다는 <조선일보>의 의도가 어느 정도 드러난 편집이었다고 평가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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