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죽겠어요. 자꾸 ○○이 돈을 푸니까 안 풀 수도 없고….” 이동통신3사 홍보담당자들은 올해 줄곧 ‘출혈경쟁’을 우려했다. 이동통신사는 10월1일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을 얼렸고, 이용자와 국회의 비난을 받고 있으나 속으로는 웃고 있다. 이미 이동통신사는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넘는 3500만 명 이상을 LTE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7일부터 나온 이통3사의 3분기 실적은 단통법 시행 전부터 경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케팅비는 크게 줄어든 반면, 영업실적과 가입자당 매출은 크게 올랐다.

▲ 광진테크노마트 상우회 회원들이 지난 13일, 서울의 한 이동통신사 본사를 찾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법적 지원금 현실화, 현실성 없는 위약금 정책 폐지 등을 요구하며 이동통신3사를 차례로 방문해 관련 임직원과 면담을 할 예정이다.ⓒ연합뉴스

LTE로 흑자 전환한 KT, 빠름빠름 굿초이스

2분기 8304명 명예퇴직으로 757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KT(회장 황창규)의 3분기 매출은 5조95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8.9% 상승해 3351억 원이다. KT그룹은 2분기 7572억 원 적자에서 3분기 740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계열사를 제외한 KT만 따로 놓고 봐도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2분기 8697억 원 순손실에서 3분기 34억 적자로 상황이 나아졌다. KT는 매출 및 영업이익이 증가한 이유로 “무선을 중심으로 대부분 서비스 매출이 증가”했고 “매출 증가와 더불어 비용구조를 개선”한 점을 들었다.

무선부문 실적만 따로 보면, 매출은 1조9127억 원으로 2분기에 비해 6.3%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 11.6% 많다. KT만 놓고보면 무선매출은 1조8951억 원으로 2분기 대비 6.5%, 전년 동기 대비 11.9% 상승했다. 가입자도 늘고 가입자당 매출(ARPU)도 상승했다. KT는 “3분기 말 LTE 가입자 비중은 59.6%로 1025만 명의 가입자를 달성했고, ARPU는 전분기 대비 3.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무선 ARPU는 3만4829원으로 추정된다. 2분기에는 3만3619억 원이었는데 3개월 만에 1200원 이상 오른 셈이다.

KT는 유선분야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이번에도 전년동기 대비 6.2% 감소한 1조3714억 원을 기록했으나, 이동통신+IPTV+인터넷 결합상품으로 이를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KT의 미디어/콘텐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상승, 3961억 원이다. KT의 IPTV인 올레TV 가입자는 3개월 동안 27만 명 늘었고, 9월 말 현재 가입자는 563만 명이다. 금융/렌탈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 1조729억 원을 기록했다.

SKT·LGU+, LTE 가입자와 ARPU 급상승

업계 1위 SK텔레콤(사장 하성민)은 3분기 매출 4조3675억 원, 영업이익 5366억 원, 순이익 531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분기에 비해 1.7%로 줄었으나 ‘영업정지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게 SK텔레콤 설명이다. SK텔레콤은 LTE 가입자 증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1.4%,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SK텔레콤 가입자 중 LTE 이용자는 1600만 명 이상인데 이는 전체 가입자의 57%다. 특히 SK텔레콤의 3분기 ARPU는 3만6417원으로 2분기 3만6013원에 비해 올랐고, 2013년 3분기(3만4909원)에 비해 1500원 이상 올랐다.

▲ (사진=연합뉴스)

LG유플러스(부회장 이상철)는 매출 2조7618억 원에 영업이익 1745억 원을 기록했다. 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은 마케팅 비용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다른 이동통신사업자와 경쟁이 줄었고, LTE 가입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플러스는 “3분기 마케팅 비용은 무선경쟁 완화에 따라 직전 분기 대비 13.2% 감소한 4772억 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무선매출은 1조2969억 원인데 지난해 3분기 대비 6.5% 증가했다. LTE 가입자 증가 덕이다. 유플러스는 “3분기 LTE 서비스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4.9% 직전 분기 대비 4.7% 증가한 약 818만 명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무선 가입자의 73.3%로 전년 동기 대비 12.2%P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무선부문 ARPU는 3만6159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4.8%, 2분기 대비 1.5% 상승했다.

피터지게 경쟁했다더니, 결국 호갱님 만든건가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총 1조462억 원이다. 순이익 총합은 6806억 원이다. LTE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사업자별로 LG유플러스 73.3%, KT 59.6%, SK텔레콤 57% 순이다. 업계 3위가 LG유플러스가 마케팅비를 17% 줄인 시점이 LTE 70% 전후라는 점을 볼 때, 이동통신사는 나머지 가입자들을 알뜰폰 등 ‘다른 시장’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높은 ARPU를 확보한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얼리는 게, 가입자 유치 경쟁을 하는 것보다 낫다는 이야기다.

최근 이동통신3사가 이동전화+IPTV+인터넷 결합상품 팔면서 IPTV와 인터넷을 거의 공짜로 주겠다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LTE가입자야말로 사업자들의 고수익빨대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 영업정지 기간 피터지게 경쟁했다던 이동통신사의 실적은 딴판이었다. 사업자들은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렸고, 앞으로도 ARPU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2015년 말 SK텔레콤의 ARPU가 4만 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3사 모두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다”라고 전망했다. “통신사들이 가입자에게 주는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면 마케팅 비용이 감소해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는 이유다. 연합뉴스는 “단통법 시행으로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며 “보조금이 1만원 내려가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순이익은 각각 3.7%, 8.3%, 9.5%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한국투자증권 분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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