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장동민이 이렇게 대단한 활약을 펼칠지 몰랐을 것이다. <더 지니어스 시즌3>이 시작될 때만 해도 장동민은 확실히 예능을 위해 투입된 참가자로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는 <더 지니어스>에 가장 잘 들어맞는 최적화된 플레이어였다. <더 지니어스 시즌 3>의 5번째 에피소드에서 장동민은 어째서 자신이 최고의 플레이어인지, 그리고 어째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다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5회전 메인 매치인 <광부게임>은 같은 조에 있는 사람들끼리도 경쟁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방송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같은 조의 의미는 오직 같은 시기에 광물을 뽑는다는 것뿐이었다. 팀전의 양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개인전일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느슨한 팀전을 했다. 같은 조로 묶여 있기에 그들이 서로 논의하는 것이 자연스레 이뤄졌을 뿐, 엄밀히 말해서 자기 팀 자체를 지킬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개인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른 조의 맴버와의 연합이 아주 중요한 게임이었으며, 이를 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게임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플레이어는 같은 조라는 우연히 정해진 틀 안에서 느슨한 연대를 해 나갔을 뿐이다.

다른 조 맴버와의 연합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시한 것은 바로 장동민과 오현민뿐이었다. 현재 가장 게임을 잘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이 둘은 빠르게 연합했고, 이후에 이 게임의 본질을 감지한 김유현이 연합을 시도했으나, 이미 장동민과 오현민의 연합이 만들어진 이후라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렇듯 다른 조원들과의 연합이야말로 게임에 있어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행동한 이들이 현재 <더 지니어스> 내에서 가장 게임을 잘 풀어나가고 있는 플레이어이다.

하지만 장동민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팀원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팀이 중요하지 않은 경기였음에도, 기존에 같이 게임을 해왔던 '유수진'이 같은 조가 되었고, 그는 그녀를 살리기 위한 틀을 짠다. 팀 게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팀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팀원을 연맹에 간접적으로 참여시키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장동민이 오현민에게 점수를 밀어줄 때, 애초에 팀원들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장동민은 팀원 모두가 오현민에게 이득을 챙겨 줄 수 있도록 했고, 팀원을 살리는 데 오현민도 힘을 보태야 하는 정당성을 만들어냈다. 여기에서 김정훈을 살리려 하는 오현민의 배신을 막기 위해 50, 49, 49라는 점수를 적어 냄으로써, 오현민이 배신할 수 없도록 막아 버린 것도 대단한 한 수였다.

장동민은 이후에 최연승에게 협상을 시도함으로써 끝까지 유수진, 신아영을 살리려고 했다. 물론 이 협상은 실패로 돌아갔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이미 3회전 <중간달리기>를 통해 모두에게 왕따를 당했던 최연승의 경험을 간과했기 때문이었다. 최연승은 이미 모두의 묵인된 연합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경험이 있었다. 이 당시, 그를 죽이고 살려내야 했던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유수진이었다. 최연승 입장에서는 당연히 묵은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이후부터 최연승과 유수진 사이에는 불편한 기류 같은 것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장동민이 가넷 6개를 넘어 더 많은 조건, 다음 화에서 동맹을 맺자던지 하는 것을 건 이유는 아마 최연승이 쉽게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수진이 직접 최연승과 협상을 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의 의미가 없는 이번 경기에서 장동민은 큰 그림을 그리며, 결국 자기와 함께했던 인물들을 살리려 노력했다. 비록 화룡점정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유일하게 게임을 다른 시야로 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만약 나에게 누군가가 '누구와 함께 게임을 하고 싶으냐'라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장동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약 1g의 무게 차이도 발견해내는 예민함과 더불어, 어떻게든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와 실력, 그러면서 자신의 팀원을 어떻게든 살리려는 기막힌 리더십은 <더 지니어스>의 어떤 참가자도 보여주지 못한 장동민의 강력함이다.

덕분에 <더 지니어스>는 풍요로워졌다. 사실 <더 지니어스 시즌 3>의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이 잘만 머리를 굴리면 의외의 변수들이 상당히 많을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게임 자체의 흥미도와 변수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성의 한 10% 정도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더 지니어스 : 블랙가넷>이 재밌는 이유는 장동민과 같은 출연자 때문이다. 그의 존재로 게임은 다채로워졌고, 재미는 커졌다. 결과적으로 그는 <더 지니어스>에 남을 레전드 플레이어가 될 것이며, 시즌 3의 강력한 우승 후보임에 분명하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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