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은 언제나 유효하다. 경쟁력을 갖춘 jtbc ‘비정상회담’이 ‘기미가요 논란’으로 철퇴를 맞았다. 누리꾼들은 분노했고, 그것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반복해서 저지르는 고 노무현 비하 이미지 사용 때와 현격히 달랐다.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이 프로그램에 광고를 지원하던 기업들도 발 빠르게 후원과 협찬을 거두고 있다. 누리집 여론조사 결과 폐지 여론이 60%가 훌쩍 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폐지가 아니더라도 제작 자체가 힘들어졌다.

물론 어차피 종편의 많은 프로그램들이 광고가 있으나 마나 한 상황에서 방영되기 때문에 ‘비정상회담’ 역시 무광고 방영을 못하란 법은 없지만, 무척이나 꼴사나운 상황이 될 것은 분명하다. 케이블과 함께 지상파 예능을 위협하며 기세를 올리던 ‘비정상회담’이 결국 비정상적인 사태에 휘말리고 만 것이다. 이미 벌어진 결과를 놓고 왜 그랬을까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문제는 이 사태를 어떻게 무마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험악해진 국민감정에도 불구하고 폐지는 조금 가혹할 수 있다. 제작진이 아니라 출연진에게는 더욱 그렇다. 엄격히 말하면 잘못은 제작진이 한 것이지 출연자들은 아무 죄도 없지 않은가. 비정상회담 1회 때 타쿠야에 이어 이번에 히로미츠 등장에 기미가요가 사용된 것은 그들의 요구사항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굳이 논란을 살 일을 자초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기미가요 논란은 아주 사소한 실수일 수도 있다. 어차피 비정상회담이 세계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들을 출연시키는 것이고, 정상회담의 패러디가 기본 콘셉트이기 때문에 출연자의 새로운 등장에 그 나라 국가를 배경에 까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일반 국가라면 하등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국가인 기미가요라면 분명 달라야 했다. 일본을 그저 이웃나라로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너무도 분명하다. 아직 일본은 과거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은 채 망언을 일삼고 있다. 아직도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항의집회가 열리고 있지만, 일본은 외면하고 있다. 잊을까 싶으면 터지는 일본 정부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독도 도발은 우리가 끝까지 일본에 대해서 방심할 수 없는 명백한 이유가 되고 있다.

또한 일본국가 기미가요는 보통의 나라들과 다르다. 우리 애국가처럼 우리나라 만세 정도가 아니라 천황을 신앙으로 떠받드는 내용이며, 그것은 군국주의 일본이 아시아 여러 나라에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르는 논리가 되었다. 일본의 극우화, 재무장 등 여러 문제들의 근본에는 이 기미가요가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를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기미가요는 단순히 어떤 나라의 국가 정도로 이해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이유다.

일본에게만 달리 대하는 차별이 아니라 일본 스스로가 변하지 않음에 대한 경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출연자들이 등장할 때 기미가요를 배경음악으로 썼다는 것은 제작진의 역사인식과 정치의식 둘 모두를 의심케 하는 행위였다. 아니 한국 국민인가 의심할 정도였다. 실수라고 하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컸다. 지금만큼의 인기가 없었던 1회 때에도 기미가요를 썼다는 점에서 단순히 음악을 고른 담당자 한 명에게만 잘못을 물을 수도 없다. 이것은 비정상회담 제작진 전원의 잘못일 수밖에 없다. 폐지가 답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사과로 무마될 일도 아니다.

비정삼회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고 유쾌한 예능이다. 변명할 여지없는 치명적 잘못에도 불구하고 비정상회담을 못 본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광고주마저 빠져나간 비정상회담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인다. 그나마 폐지를 피할 유일한 방법은 제작진 전원이 비정상회담을 떠나는 것이다. 그래야 분노한 시청자들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자진사퇴도 좋지만 가급적이면 징계가 좀 더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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