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원전안전위원회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다. 영역만 놓고 보면, 방송과 통신, 과학, 원자력 분야를 다루고 있는 국회 상임위이다. 관련 분야가 넓고, 유관 기관이 많지만 미방위의 역사성을 놓고 볼 때 어느 분야보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역시 '방송' 의제라고 할 수 있다. 미방위의 방송 관련 피감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KBS, EBS,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비공개 업무보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 이다.

▲ 홍문종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미방위의 이번 방송 영역 국정감사는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의 의미가 ‘국회가 국정 전반에 대한 조사를 행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얼마나 제 기능을 했는지 의문이다. 올해 국정감는 ‘단통법’과 ‘700MHz 주파수 할당’ 등의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방송관련 정책이나 의제들이 묻힌 양상이었다.

방송 쪽 이슈가 없진 않았다. MBC 이사회가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는 조직개편안을 의결한 날은 방문진 김문환 이사장이 출석하는 방통위 확인감사가 진행되는 날과 겹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감에서 관련 질의는 저녁 늦게 한 두 차례 언급된 정도에 그쳤다. 또한 김문환 이사장이 “의결된 바 없다”고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적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방위원들 조차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재탕 삼탕 국감은 여전했다. 방송이 장악된 상황에서 KBS와 MBC에 쏟아지는 질문은 하나 같이 같았다. 방통위 국감에서는 KBS 이인호 이사장과 코바코 곽성문 사장에 대한 인사논란이 벌어졌지만,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식적 모습이었다. KBS는 ‘수신료’, ‘공정방송’, EBS는 ‘신사옥’, ‘수신료 비율 상향’, 방문진은 ‘불성실한 자료제출’, ‘해직언론인 복직’, ‘MBC에 대한 관리감독 미흡’, 방통심의위는 ‘종편 봐주기 심의’ 등 뻔한 주제들이 나열됐다. 그나마 이번 국감의 방송 관련 성과를 꼽자면, KBS 이인호 이사장의 편향된 역사관이 널리 알려졌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성서약을 하는 코바코 곽성문 사장의 자기소개서가 새롭게 드러났단 정도이다.

KBS 이인호 이사장에 대한 배려? 혹은 특혜!

올해, 미방위 국정감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이는 단연 KBS 이인호 이사장이었다. 이 이사장은 역사왜곡·친일미화 논란 등으로 공영방송 KBS 이사장직을 수행하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컸다. 특히, 이사장직에 오른 이후에도 편향된 역사관에 입각한 공개강연을 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KBS이사장이 이사회를 공개하도록 한 <방송법> 개정에 맞춰 내부 세칙을 정하면서 방청은 허용하되 속기록은 공시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사태가 빚어져 기본적인 '소통' 의지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국감에서도 논란은 계속됐다. 새누리당이 이인호 이사장의 증인채택을 반대하면서 논란은 ‘KBS 이사장의 국감 증인채택’이라는 주제로 번졌다. 이 이사장은 논란 끝에 KBS 국정감사 단 5일 앞두고 ‘증인’이 아닌 ‘참고인’으로만 채택됐다. 또, 미방위는 이 이사장을 국회로 부르지 않고 그를 보러 국회의원들이 KBS로가는 '편법'을 택했다. 새누리당은 이 이사장을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하는 대신 국감을 국회에서 진행하지 않고 KBS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방송 중계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특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통상 미방위 국감에서 증인과 참고인은 오후 질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당일 오후4시부터 EBS 국감을 진행하기 위해 국회로 이동하기 전(7시 경)까지만 자리를 지켰다.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KBS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 (사진=미디어스)
그렇게 실시된 KBS 감사에서 이인호 이사장은 많은 문제적 발언들을 남겼다. 조부의 친일행각에 대해서는 이 이사장은 “일본과 타협하고 체제에 안주했던 분”, “‘광의’로 얘기하면 친일”, “그 당시를 살던 시대 상황이 한국에서 직업을 가지고 산다는 것 자체가 오역(忤逆)”이라고 희석시켰다. (▷관련기사 : “김구 건국 공로자 아냐…젊은 세대 북한 영향 받아 역사관 왜곡”)

또한 KBS 이인호 이사장은 “김구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에 반대했기 했기 때문에 (건국의) 공로자로서 거론하는 건 맞지 않다”, “임시정부의 법통성에 동의하지 못한다”면서 건국절을 옹호하는 듯한 논리를 폈다. 발언의 파장은 컸다. 대한민국헌법 전문에는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적시돼 있다. KBS 이인호 이사장의 발언은 헌법을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28일 논평까지 내면서 이 이사장에 대한 두둔에 나섰다. 특히, 김구선생 관련 발언에 대해 “김구 선생이 단독정부수립을 반대해 대한민국 건국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한 것이지,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해방과 광복에 이르기까지 백범의 혁혁한 공로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임시정부의 법통성 발언에 대해서도 “다만, 정식으로 국가수립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국가로서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 시발이라고 말한 것일 뿐”이라고 논란 자체를 희석시켰다.

방통위 국정감사에서도 KBS 이인호 이사장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추천했다는 점에서 ‘청와대 낙점’ 의혹이 대두된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의혹만 제기됐을 뿐, ‘보이지 않는 손이 인사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세간의 논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따져야 할 것도 못 따졌다…EBS 수능교재 수정과 곽성문

▲ 곽성문 코바코 사장의 자기소개서(자료=최민희 의원실)
코바코 곽성문 사장은 자기소개서에서 “만일 이번에 공직(코바코 사장)을 맡게 된다면 이것이 저의 마지막 공직이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작은 노력이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라고 적시된 사실이 이번 국감(21일)을 통해 드러났다. 코바코가 독립기구로서 방송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방송광고 대행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곽 사장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관련기서 : '친박 충성' 곽성문 “큰 영애와 특별 인터뷰 인연, '대통령 만들기' 앞장")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은 달랐다. “신중하지 못했다”, “아쉽다”고 밝힌 민병주 의원도 있었지만, 서상기 의원은 중앙정보부의 소개를 받아 시작한 MBC기자 등 방송경력이 인정된 것이라고 곽성문 사장을 두둔했다.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 또한 “오늘은 다른 기관에 대한 감사도 해야하니…”라면서 그대로 묵인했다.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곽성문 코바코 사장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전병헌 의원과 최원식 의원으로부터 강력한 사퇴촉구가 이어졌다. 그로 인해 한 차례 정회를 이끌어냈지만 “앞으로 더 협의한다”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곽 사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유야무야됐다. 민청학련 당시 프락치 역할을 했다는 의혹 역시 제대로 파고들지 못했다.

EBS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난 8월 교육부가 EBS 측에 한국사 교재에서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의 독재와 인권탄압 등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빼라”고 지시해 사전검열 논란이 벌어졌다. 실제 “여운형·조봉암 등의 내용을 빼거나 줄일 것”, “박정희와 유신 관련 문항이 많으니 줄일 것”, “삼청교육대 내용을 뺄 것” 등의 구체적인 수정을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EBS 국감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됐다. 그리고 미방위는 EBS 국감에서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 권성연 씨가 출석하기로 여야가 합의하기도 했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는 22일 오후 8시30분 EBS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의 EBS <필수 한국사> 교재에 대한 ‘사전검열’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미디어스
그런데 EBS 국감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여야는 먼저 EBS 국감에서 기존에 출석하기로 돼 있던 권성연 씨를 부르지 않기로 합의했다. ‘교육부의 수정지시 이메일’은 EBS 담당 직원이 삭제했다는 이유로 제출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EBS 사장은 ‘사전검열’ 논란에 “교육부가 난이도를 조정한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특정 정치적 방향으로 “빼라”, “넣어라”라는 지시가 이뤄진 것이 명백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몇몇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뿐, 그 이상은 없었다. 특히, EBS 직원이 받은 메일이 삭제됐을 뿐 보낸 이(교육부)의 메일을 제출하도록 할 수 있었지만 이 같은 노력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교육부, EBS 교재 사전 검열 논란…EBS 사장 “난이도 조정한 것”)

언제까지 불성실한 자료를 제출하게 둘 것인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피감기구들의 불성실한 자료제출이 논란이 됐다. 특히, 기관장들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미제출 파문도 있었다. 2013년도에도 벌어진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지난 국감에서 ‘미제출’, ‘늦장제출’로 논란을 빚었던 김문환 이사장은 이번에는 아예 직원에게 ‘축소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질타를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했다. 동법 제2조(증인출석등의 의무)는 “국회에서 국감감사와 관련해 보고와 서류의 제출 요구를 받으면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법률의 규정에 불구하고 누구든지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특별한 규정’은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 극히 제한돼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징계할 수 있도록 적시돼 있다. 국가기밀에 해당되지 않는 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는 응해야한다는 논리였다.

▲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면, 기관장들의 ‘미제출’ 입장은 궁색했다. 방문진 김문환 이사장은 “(미제출해도 되는)다른 법률도 있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금동수 KBS부사장은 “KBS가 공영방송이지만 다른 방송사들과 경쟁의 위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디테일한 자료를 제출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과연, 어떤 쪽이 맞는 것일까. 논란이 된 것은 공영방송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관련 법인카드 상세내역이다. KBS사장 그리고 방문진 이사장이 그들의 업무와 관련해 언제, 어디에서 얼마를 사용했는지 공개하는 것은 상식선의 일이다.

‘해묵은 논란’은 또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KBS이사장의 국감 증인채택 여부이다. KBS는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경영·관리감독하는 이사회는 국감증인에서 배제돼왔다. 새누리당의 이인호 이사장의 증인채택 반대 논리 또한 여기에 있었다. 이 또한 상식선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영방송의 관리감독 기구인데, KBS이사장이 국감 증인으로 나오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KBS 이사장의 경우 해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KBS 이사장이 비상임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아예 KBS이사장을 상임으로 바꿔 책임성을 더 무겁게 하면 어떨가. 그런 요구가 이미 있기도 했다. 물론, 대체로 그렇듯 논의는 확장되지 못했고 논란은 반복되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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