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교수 의혹제기 떨어지는 취업률”
“파면교수는 책임져라 악의적인 언론보도 떨어지는 재학생 충원을”

수원대 해직교수들이 29일 동문들과 함께 학교 앞에서 수원대 정상화를 위한 ‘길거리 특강’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아주 어렵게 성사됐다. 학교 측에서 먼저 집회신고를 하는 바람에 항상 1순위에서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재익 해직교수가 그 틈을 비집고 어렵사리 먼저 집회신고를 해서 그야말로 ‘극적’으로 열게 된 집회였다.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이른 시간부터 수원대에는 재밌는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해직교수들이 길거리 특강을 준비하는 건너편에 한 교직원이 피켓을 들고 있었다.

▲ 10월 29일 수원대 앞에서 해직교수들과 동문들이 공동으로 수원대 정상화를 위한 '길거리 특강'을 개최했다ⓒ미디어스
▲ 이날 길거리 특강이 진행된 건너편에서는 교직원들이 파면교수들이 학교 이미지를 훼손하고 취업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1인시위를 진행했다ⓒ미디어스
해당 교직원은 취재진을 향해 ‘1인시위의 자유’를 운운하면서 “파면된 교수들로 인해서 교내 이미지와 취업률이 떨어졌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학교의 비민주적 운영과 이인수 총장의 비리 등을 비판하다 해고당한 교수들의 문제제기가 과연, 취업률과 무슨 관련성이 있는 것일까. 이 한 장면이야말로 바로 지금, 수원대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수원대 측의 집회 방해는 하루 종일 계속됐다. 오전에는 나무를 잘라야 한다며 나무 톱을 등장시키더니 오후에는 경운기를 동원해 소음을 일으켰다. 집회가 진행된 장소 바로 옆에서 취업 관련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심지어 개방된 장소인 교직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던 해직교수들은 쫓아 내기까지 했다. 일부 교직원들은 해직교수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총장님한데 도대체 왜그러냐”고….

수원대 졸업생을 진짜로 부끄럽게 하는 것들

오전에 열린 첫 번째 강연은 ‘표절의 역사’라는 주제로 수원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는 박상규 기자가 진행했다. 그는 ‘표절’과 관련해 30년간 변하지 않고 같은 문제가 무한반복되고 있는 수원대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북한체제를 비판할 때 ‘세습’을 문제로 지적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권력세습에 대해서는 큰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 삼성전자가 세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수원대도 마찬가지이다. 이종욱 전 총장이 한 번 했으면 됐지, 그 아들이 다시 총장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진리와 상식, 윤리를 가르친다는 학교에서 세습을 한다는 것은 코미디이다” <박상규 기자>

▲ 수원대정상화를 위한 길거리특강 첫번째 강연을 맡은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미디어스
박상규 기자는 “요즘 언론보도에 수원대가 자주 거론되는데 그 내용은 재단전입금을 쌓아놓고 종편 TV조선에 50억을 투자했고, 재단의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한 교수들이 해직됐고, 총장님이 논문을 표절했다고 말하는 것들”이라면서 “취업 이후 내가 수원대를 나왔다고 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런 뉴스들이 뜨면 ‘너희 학교 왜 그 모양이냐’는 말을 듣는다. 이런 것들이 졸업생을 부끄럽게 한다”고 꼬집었다.

박상규 기자는 또한 “이번 길거리 강연을 한다고 하자 수원대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학교 홍보처장이라면, 그런 전화가 무슨 의미인지 모를 수가 없다. 해당 전화에 큰 압박을 받지 않았고 이 자리에 섰으나, 회사로 전화를 건 행위는 분명한 외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국감장에 이인수 총장의 출석이 큰 화두가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과 전화를 했는데 강연을 하게 돼 학교에 간다고 하니 ‘이인수 총장 만나면 국감에 나오라고 해라’라고 하더라. 이런 말을 들을 때 졸업생들은 창피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박상규 기자는 강연을 듣고 있던 재학생들에게 “학교가 시키는 대로 해서 행복해지고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하면 그렇게 해도 된다”며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수원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을 하라”고 당부했다. 박 기자의 강의를 들은 한 재학생은 ‘해직 교수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냐’는 진지한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박 기자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 SNS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자보를 쓰는 일,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답했다.

청춘이란 무엇인가…“학교가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지진 않는다”

두 번째 강연에 나선 이는 수원대 환경공학과를 다닌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였다. 그는 ‘청춘, 희망은 어디에’라는 주제로 자리에 섰다. 안 활동가는 98년 수원대 총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 수원대정상화를 위한 길거리특강 두번째 강연을 맡은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의 모습ⓒ미디어스
안병주 활동가는 “학교는 해직교수들에게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하는데, 이거 하나만 생각해보면 문제는 선명해진다”면서 ‘여기 해직교수들이 이렇게 투쟁을 해서 얻을 이익이 뭔가’라고 물음을 던졌다. 학교로부터 해직당한 배재흠, 이상훈 교수 등은 정년을 코앞에 두고 있어 조용히 지냈다면 보장된 삶을 살 수 있었다. 안 활동가는 “제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매년 학교건물을 점거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 흔한 대자보·현수막을 찾아볼 수 없다. 과연 수원대에서 민주주의가 지켜지고 있기는 한 것인지 동문으로서 매우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그는 “물론, 지금의 재학생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취업준비도 해야 하고 생활이 여의치 않다”며 “그러나 청춘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마음 뛰게 하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안병주 활동가는 “여러분들의 삶을 저들(수원대)이 책임져주지 않는다”며 “토익공부도 중요하고 성적 A+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여러분들의 마음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듣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권리가 나에게 주어져 있는지, 안주어져 있다면 질문하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실제, 수원대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학교에는 그 흔한 대자보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수원대 총장의 비리·배임 혐의가 교육부 감사를 통해 드러나고, 국회에서는 이인수 총장의 증인채택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외압을 가해 무산시켰다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수원대는 다른 학내 문제도 심각하다. 등록금이 학생들을 위해 쓰이지 않고 재단전입금으로 쌓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 해직교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적은 한 재학생의 문구 '용기가 없어서 죄송'ⓒ미디어스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 또한 “의견대자보 하나 없는 것이 매우 놀랍다”며 “학교가 전혀 살아있다는 생각이 안든다”고 말했다. 박 활동가는 “민주주의가 없으면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 된다고들 한다. 수원대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수원대에서 짤린 교수들, 그들은 왜 나섰나

‘길거리 특강’ 마지막 강연은 해직 교수들이 나섰다. 강연 제목은 ‘이 길을 선택한 이유’였다. 그들이 정년퇴임을 앞두고 교수협의회를 결성하게 된 까닭은 단 하나였다고 한다. “상생”. 학교만 잘 살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수들 역시 같이 잘 살자는 취지로 교수협의회 결성 의지들이 모아졌다.

“2년만 참으면 정년퇴임이었다. 그런데 왜 이 고생을 하나 생각해봤다. ‘차마’였다. 차마 같이 근무하는 (계약직)교수들이 고통을 당하는데, 가르치는 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를 하는데 모른척할 수 없었다. 지금 걸려있는 소송만 7건이다. 변호사비용을 다 대야하는데 100여명의 교수들이 후원금을 보내줬다. 그렇게 모인 돈이 무려 1억5000만원이다. 여기에 나오지는 못했지만 많은 교수들이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이길 수밖에 없는 소송이기 때문에 싸움이 두렵지 않다” <이상훈 교수>

“오늘 91학번 화공과 제자가 찾아왔다. 그는 학교에 다닐 때 앞장서서 데모를 했었는데 당시 그걸 우리가 막았다. ‘지금 막 수원대가 발전하고 있는데’라는 생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미안하다. 그 때 같이 문제를 해결했다면, 수원대는 더욱 민주적으로 발전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배재흠 교수>

“재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와주니 힘이 난다. 수원대의 문제를 여러분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이인수 총장 아들은 고등학교를 다니다 졸업을 못했다. 아버지가 총장인데,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또 이 학교를 물려받을 게 아니냐. 그래서 그가 고안해 낸 것이 수원대 졸업장을 허위로 발급해 미국 대학에 편입시키는 것이었다. 여기 계신분들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는 꼬박꼬박 (최소)8번의 등록금을 내야 한다. (듣던 재학생들들 이 대목에서 ‘등록금 내느라 허리가 휜다’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그리고 그 아들은 병역도 산업체 특례로 마쳤다. 또 있다. 이인수 총장은 자기 포상금으로 1억 원을 가져갔다. 모두 여러분의 등록금이다. 염치가 없어도 대단히 없는 분들이다.” <이재익 교수>

“왜 저항했는가 생각해봤다. 본관 2층 연극 지도하는 공간이 물이 새고 곰팡이가 나고 바닥이 거칠어 발레연습을 하면 발바닥이 쓸리는 곳이었다. 겨울에는 난방이 안 되는 곳, 그곳에서 학생들과 패딩을 입고 연습을 했다. 그해 5월 학생들이 중심이 돼 실험실습비를 올려달라고 본관 앞에서 시위를 했다. 그렇게 연극영화과가 지금의 연습실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학교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학생들이다. 여러분이 목소리를 내야한다. 오늘 채증사진에 찍힌 학생들에게 지도교수를 통해 전화가 갈 것이다. 그러면 ‘이건(투쟁) 해야한다’고 말해달라” <장경욱 교수>

“2013년 해직됐다. 내가 나서게 된 이유는 학교 운영의 부조리함에 100% 공감했기 때문이다. 2005년 수원대로 왔는데 정보미디어학과에 소프트웨어가 없었다. 프리미어, 일러스트, 어도브 모두 크랙버전으로 사용했었다.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학교는 소프트웨어를 들여왔는데, 원하는 것의 1/3에 불과했다. 오늘 제자를 만나 ‘모두 들어왔느냐’고 물었더니 ‘변한 게 없다’고 하더라. 이게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학생들을 위해 장비를 사달라. 그리고 연구비를 제대로 지급하라. 안정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1년 계약직이 아닌 다른 대학의 기준(조교수 3년)으로라도 계약을 해달라. 내가 요구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손병돈 교수>

▲ 이재익 해직교수의 손을 꽉 잡아준 재학생의 모습ⓒ미디어스
이날 길거리 특강은 많은 재학생들이 호응을 보여줬다. 해직교수들은 그 부분이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물론, 교직원들의 채증과 간섭이 워낙 심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한 두 명만이 관심을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해직교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달라는 요구에는 ‘죄송해요, 용기가 없어서’라는 문구가 눈에 띄기도 했다. 그런데, 그 한 두 명이 서 너명으로 늘어나자 학생들이 급격히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특강이 끝날 때 그곳에는 약 50여명의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해직교수들과 함께했다. 해직교수와 이날 길거리 특강을 준비한 다산인권센터 측에 “고맙습니다”라며 따뜻한 커피를 건네고, 해직교수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재학생들의 모습이 여러 곳에서 보였다. 오랜 침묵이 있었지만, 방법을 몰랐을 뿐 마음이 다른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학생들은 그렇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래는 수원대 정상화를 위한 ‘길거리 특강’의 모습들이다.

▲ 장경욱 해직교수를 한 재학생이 힘내라며 꽉 안아주고 있다ⓒ미디어스
▲ 수원대 정상화를 위한 '길거리 특강'에서 한 동문이 대자보를 들고 있다ⓒ미디어스
▲ 수원대정상화를 위한 길거리 특강이 끝나갈 즈음 많은 재학생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미디어스
▲ 수원대정상화를 위한 길거리특강이 끝나갈 무렵의 모습ⓒ미디어스
▲ 수원대의 집회 방해공작의 한 모습ⓒ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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