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해철의 죽음으로 인해 창작자에게 극도로 불리한 음원 수익 분배구조의 문제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서 “신해철 전곡을 구매하려고 검색해보니 음원서비스에 따라 250곡 전후, 프로듀스한 곡까지 합치면 461곡 나오는데, 이를 다 구매해도 4만원 정도, 곡당 저작권자 몫이 12원, 다 구매해도 창작자의 몫은 5500원 정도에 불과하다”라고 개탄했다.
이어서 이 누리꾼은 “26년 동안 461곡이나 만들어낸 뮤지션의 전곡을 다 구매해줘도 이 정도밖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걸 실제로 계산해보니 맥이 탁 풀린다”면서, “이래서야 이 나라에서 누가 음악하고 싶겠느냐. 신해철이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재벌이 되었을 거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신해철 전곡 구매해도, 창작자 몫은 5500원?
이런 상황에서 신해철이 바른음원협동조합의 활동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페이스북 바른음원협동조합 추진위원회 계정은 28일 다음과 같은 추모글을 올렸다.
▲ 가수 신해철이 심장 이상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27일 오후 8시 19분 끝내 세상을 떠났다. 향년 46세. 신해철은 지난 22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었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밴드 무한궤도 보컬로 데뷔한 신해철은 솔로 가수와 밴드 넥스트로 활동하며 '그대에게',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재즈 카페', '인형의 기사' 등의 히트곡을 냈다. (연합뉴스 DB 사진)
“거짓말 같습니다. 이름 앞에 붙어있는, 故 자가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슬프고, 황망하고, 참담합니다. 저희가 시작하던 그 날, 신해철 씨가 함께 해주셨습니다. 위트있고 뼈있는 말씀으로 격려해주시고 축하해주셨습니다. 얼마나 든든하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드러내놓고 내색하는 것은 잠시 미뤘었습니다. 앞으로도 길게, 오래,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 해주시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 길지도 않은 이 글을 쓰며 내내 썼다 지웠다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문장만 남겼다가 또 떠듬떠듬 다시 다른 무슨 말들을 이었다가 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허위와 위선을 폭로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카타르시스를 주던 아티스트이자, 많은 분들에게 삶의 한 단락으로 추억 그 자체였던 사람. 신해철 씨께서 쓰신 아름다운 노래의 가사처럼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바른음원협동조합 추진위원회가 말하는 “저희가 시작하던 그날, 신해철 씨가 함께 해주셨습니다”라는 상황은 지난 7월 16일 오후 3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음원협동조합 출범기념식 및 창립총회에 신해철이 참석한 것을 말한다.
▲ 바른음원협동조합 출범기념식에서 발언하는 신해철의 모습 (바른음원협동조합 제공)
당시 신해철은 “이동통신사에게 바라는 게 크게 없다. 그간 돈 많이 벌었으니, 자살한 후배 전화번호 자동으로 찾아내서 지워주는 어플이나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며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뮤지션의 현실에 대한 특유의 독설을 내뿜었다. 또 신해철은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한 뮤지션 신대철에 대한 신뢰를 표하며 “신대철이 활동을 해도 마치 사람들이 제가 이런 좋은 활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반사이익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결합상품, 묶음상품, 덤핑상품으로 '떨이'되는 음원구조
신해철이 만들어낸 461곡 전곡을 구매해도 창작자 몫이 만원이 안 되는 상황은 결합상품, 묶음상품 등 채산을 무시한 덤핑상품과 문제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곡당 단품으로 구매하면 600원은 (신해철의 가족에게) 돌아간다. 물론 그래봤자 600원 곱하기 461곡 하면 28여만원이 돌아갈 뿐이니 그냥 조문 가서 조의금을 더 넣는 것이 나을 것이다. 유통수수료와 디지털음원서비스 사의 몫을 제외하면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 "하지만 한 곡 단위 다운로드 시엔 그래도 창작자에게 600원이라도 돌아가는 음원 상품이 결합상품 또는 묶음상품이 되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떨어진다는 문제는 분명히 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신해철 정도로 유명한 뮤지션이었다고 해도 음원 수입 자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2년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에 따르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약 9주 동안 2,865,350 다운로드와 27,329,768회 스트리밍 되었으나 음원 수익은 고작 3천 6백만 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싸이의 사례는) 징수규정이 개정되기 전의 일이긴 하나 현재의 상황도 별반 차이가 없다. 소위 음원시장에서 더블밀리언셀러가 되어도 음원수익만으로는 재생산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 바른음원협동조합 출범기념식 후 창립총회 전 파이팅을 외치는 참석자들. 상단 좌측부터 임해규 새누리당 전 의원,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 하단 좌측부터 가수 박상민, 가수 리아, 신대철 이사장, 한국음반산업협회 김경남 회장,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윤명선 회장,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백순진 회장 (바른음원협동조합 제공)
신해철 정도 되는 가수도, 음원 수입은 거의 없는 현실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음원 수익 분배구조는 음원 서비스 업체가 40%를, 생산자가 60%를 가져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생산자의 몫 중 저작인접권자가 44%, 저작권자가 10%, 실연자는 6%를 가져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만 적어보면 불합리함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음원 유통수수료 등이 표시되어있지 않은 기준이라는 것이 바른음원협동조합의 설명이다. 바른음원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지난 서울국제뮤직페어에서 바른음원협동조합 신대철 이사장과 신건웅 이사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며 “실제 제작사에 정산되는 기준은 음원유통사 및 음산협 수수료 20%, 한국음원저작권협회(전송기준) 수수료 9%, 실연자연합회(전송기준) 수수료 19.5%가 적용된다. 그렇게 되면 음원 서비스 업체 40%, 음원 유통사 8.8%, 제작사 35.2%, 저작권 협회 0.9%, 저작권자 9.1%/n(저작자 수). 실연자연합회 1.17%, 실연자 4.83%/n(실연자 수)의 비율이 된다”고 설명했다.
바른음원협동조합 측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단순히 시장자본주의의 문제만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바른음원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저작권법 105조 때문에 창작자가 가격설정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고, 가격이나 분배율을 바꾸거나 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105조를 개정해 문체부 사전 승인제를 날려서 시장자율화시키면 이 문제가 해결이 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이걸 없애주면 제작하는 진영이 연대해서 가격 협상 테이블에라도 앉을 수 있는 어떤 움직임을 취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창작자들의 논리다”라고 덧붙였다.
트위터에서 음원 수익 분배구조의 불합리함에 대해 토로했던 그 누리꾼은 바른음원협동조합 추진위원회의 추모글을 공유하면서 “바른음원유통에 신해철 전곡이 올라오면 얼마를 주고라도 모두 구입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 누리꾼은 자신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이 게시물의 뒤에 덧붙였다.
▲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숨진 故 신해철의 빈소가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발인은 31일이며 장지는 미정이다 (연합뉴스)
신해철 "음원 유통 환경 변할 때마다 거꾸로 매달린 우리들"
창작자 선배로서 바른음원협동조합의 활동에 지지를 표했던 신해철의 죽음은 우리가 이전에는 공기와 같은 것처럼 여겼던 ‘값싼 음원’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낸다. 신대철 등 음악인들의 비통함을 공유한다면, 그가 생전에 가졌던 관심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신해철은 예의 바른음원협동조합 출범기념식 및 창립총회에서 과거 레드 제플린이 1:9의 비율로 극장과 수입을 나누다 측근이 극장주를 한번 창문 밖에 거꾸로 매단 후 9:1로 바뀐 일화를 소개하면서 “(지금 누구를) 거꾸로 매달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MP3가 생기거나 이동통신업체가 음원 유통을 맡는 등 환경이 변할 때마다 거꾸로 매달린 것은 저희들이었다”라고 한탄했다. ‘거꾸로 매달린’ 음악인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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