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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미미한 형량, ‘기울어진 운동장’ 보여줘의혹제기 크게 했던 보수언론, 중앙일보만 사설에서 비판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10.29 15:06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라 명명된 ‘유우성씨 무고 사건’의 증거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직원 4명 등 6명에게 유죄가 선고되었다. 사건의 핵심은 2006년 5월 말~6월 초 유우성씨가 북한에서 간첩 지령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국정원과 그 주변 인물들이 중국 공문서 4건과 주선양총영사관 영사사실확인서 2건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보수언론의 보도는 매우 소략하다. 29일자 <조선일보>는 14면 2단, 같은 날 <중앙일보>는 10면 4단, 그리고 <동아일보>는 12면 1단에 해당 기사를 배치했다. <동아일보>만 제목에 “유우성”의 이름을 달았다. 
 
   
▲ 29일자 조선일보 14면 기사
 
하지만 보수언론 중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사설을 쓴 건 <중앙일보>였다. 29일 <중앙일보>는 <간첩 증거조작 유죄, 낡은 수사관행 버려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국정원은 이번 판결을 대공수사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중앙일보> 사설은, “이제 더 이상 간첩 혐의자의 자백이나 제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법원도 증거가 없으면 간첩사건에서 유죄를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 심지어 자백을 다 받아 놨는데 수사 절차상의 흠결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기도 한다.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은 북한 보위부 직파간첩 혐의로 기소된 홍모(40)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이유는 홍씨가 작성해 제출한 의견서와 반성문이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안기부가 했던 일이지만 과거 간첩사건은 무더기로 무죄가 선고돼 국가에서 지급한 배상금만 791억원에 이른다”라며 세태를 설명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국가정보원의 역할을 인정하고 중시하면서도 대공수사의 방법론에서의 각성을 요구한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이 정도의 미진한 입장이 보수언론의 국정원 비판의 최대치라는 것이다. 국정원에 대한 이번 판결은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에 비해 미진한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말하지 못하고 있다.
 
   
▲ 29일자 중앙일보 10면 기사
 
<한겨레>는 해당 사안을 1면과 2면에 걸쳐 보도했다. 특히 <한겨레>는 2면에 실린 <사법체계 농락 “죄책 무겁다”면서도…국정원 4명중 1명 실형집행에 그쳐>란 제목의 기사에서 “국정원 직원 4명 중 실제로 형이 집행되는 이는 1명에 그쳐,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 처벌이 미약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기사는 “이번 사건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중국 정부 공문서를 위조한 증거를 법원에 잇따라 냈다는 점에서 사법체계를 농락한 것은 물론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됐다”라고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하면서, 1심 결과로 실행이 집행되는 국정원 직원은 한 명인 반면 국정원 지시로 중국 공문서를 위조한 중국 동포 두 명에겐 실형이 선고되었다고 비판했다.
 
또 <경향신문> 역시 <법원·검찰 ‘간첩 증거조작’ 국정원 직원 등에 징역형… ‘솜방망이 처벌’ 논란 일 듯>란 제목의 12면 기사에서 “ 검찰은 기소 때부터 국가보안법상 날조죄보다 상대적으로 형량이 가벼운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혐의를 적용해 징역 1~4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그마저도 다 인정해주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도 게재했다. <경향신문>은 <증거조작 유죄… 공안수사 이대로는 안된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국정원이 수집하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위조 사실을 법원에서 인정한 것으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다만 사건의 성격과 파장에 비해 양형 수위가 낮은 점은 유감스럽다”라고 비판했다.
 
   
▲ 29일자 한겨레 2면 기사
 
<경향신문> 사설은 이어서 “증거조작은 재판부가 밝힌 대로 ‘국가의 형사사법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한’ 국기문란 범죄다. 국정원장은 물론 대통령까지 대국민 사과를 할 만큼 파장도 컸다. 양형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이것이 법원만의 책임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검찰의 부실수사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검찰이 기소 당시 ‘특별법 우선 원칙’을 무시하고 국가보안법상 날조죄 대신 형량이 훨씬 가벼운 형법상 모해증거위조죄 등을 적용했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진보언론의 비판에서 드러난 점은 국가보안법이란 악법이 법조문 대로 형평성 있게 작동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대북전단 삐라 살포 논란에서 드러난 불균형 등과 함께, 정파적으로 권리를 다른 차원으로 누리는 사안으로 간주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북한이 총질을 하여 논란이 커진 대북전단 삐라와는 달리 이런 문제를 보수언론은 마치 ‘없는 문제’로 취급하려 한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태도가 이 정도라면, 역시 그들이 원하는 건 간첩을 제대로 잡는 국가 안보가 아니라 간첩 문제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어 보수세력이 영속적인 권력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이 극복해야 할 ‘기울어진 운동장’이 여기 또 하나 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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