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어렸을 적에 헤어진 형제가 아주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30년이 흘러 재회하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코미디 영화입니다. 시작부터 다소 짙을 것으로 보이는 신파를 깔아서 늘어지긴 했으나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가 터지면서 만회했습니다. 하지만 30분도 채 지나기 전에 이 웃음폭탄의 위력은 급속하게 감소했습니다. 아무래도 장진 감독의 유머 패턴에 익숙해진 탓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유머는 유머대로 두더라도 각본에 매력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제목이나 예고편을 보면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형제의 갈등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형인 상연은 미국에서, 동생인 하연은 한국에서 성장했으며 설상가상 각각 목사와 무속인이 됐습니다. 차분하고 예의 바른 상연과 달리 하연은 급한 성격에 다혈질입니다. 즉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버디무비에 적합한 인물구도를 갖고 있지만 이것이 크게 두드러지질 않습니다. 여기에 사라진 어머니를 찾고자 나서면서 로드무비의 성격까지 더해지자 두 형제의 대립이나 갈등은 거의 논외입니다.

사라진 어머니와 어머니를 찾는 형제 사이에 종종 끼어드는 주변인물들은 유머를 위한 유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는 관련성이 미약하게 비춰지는 데다가, 중심으로부터 겉돌면서도 거듭 난입하는 걸 보면 아이디어 고갈에 따른 폐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분량을 위한 포석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장진 감독의 영화답게(?) 숱한 카메오의 방해는 둘째로 하더라도, 이야기에 발판을 놓고 형제와 내내 동행했던 방송작가는 정작 그 외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아마 없었어도 하등의 지장이 없었을 겁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장진 감독은 당신답지 않게도 유머와 드라마를 적절히 배합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유머는 이제 더 이상 예전만큼 참신하게 다가오질 않고, 개연성과 설득력이 부족해 몰입시키기에 실패하기 일쑤였으며, 두 형제가 각기 품고 있는 사연은 직설적이고 안이했습니다. "느그 또 싸웠나?"라는 대사 한 마디의 파급력은 의외로 컸으나,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정서에 기댄 덕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안타까움이 더 컸습니다. 비단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해서가 아니라, 군데군데 여전히 장진 감독의 따뜻한 마음이 어려 있는 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상연과 하연을 가리키는 동시에 갈등하고 대립하며 고난을 겪는 사회 속 우리에게 보내는 화해의 메시지도 담긴 중의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몇몇 카메오가 극의 중심을 흐리면서도 이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별까지 7일>의 이시이 유야처럼 장진 감독도 사람들의 작은 호의가 세상을 살 만하게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도 더 좋은 세상, 더 따뜻한 세상,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장진 감독의 선의가 보였기에, 비록 이 영화에는 박수를 보낼 수 없겠지만 장진 감독에게는 인간적으로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