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를 헤아릴 수 없는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예술상 가치가 높은 문화재'(네이버 시사상식 사전)를 무형(無形) 문화재라 한다. 그 존재가 실존하는 유형 문화재와 대를 이루는 무형 문화재는 구체적으로는 음악, 무용, 공연, 공예 기술 놀이 등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문화재 전반을 지칭하며, 형태가 없는 특성에 따라 그것을 보유한 사람이 그 대상이 된다. 처음 무형 문화재가 지정된 것은 1964년 '종묘 제례악'이었다. 그로부터 50년, 무려 126개의 종목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그 중 16개가 유네스코 지정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2014년 KBS는 무형문화재 지정 5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무형문화유산 2부작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마련된 것이 '풍류'로서의 무형문화유산이다. <KBS 파노라마>의 한국 무형문화 유산 50주년 특집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은, 무수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풍류'라는 관점을 통해 계통을 세우고 특징을 잡아내려 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풍류'란 무엇인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풍류'는 바로 '풍류를 즐긴다'에서의 그 의미로,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네이버 지식백과)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풍류란 단어에는 그것을 해석하는 학자나 입장에 따라 다양한 뜻이 담겨 있다. 앞서 말한 바 멋이 있고, 예술을 알고, 여자도 알고, 여유가 있다는 삶의 방식부터, 자연과 인생과 예술이 혼연일체가 된 삼매경에 대한 미적 표현이라는 미학적 평가까지 다양한 수준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KBS 파노라마>에서는 숙명여대 송혜진 교수와 우리 옛 그림에 대한 글로 유명한 손철주씨가 함께한 풍류 음악 콘서트 현장에서 소개된 옛 그림을 통해 '풍류'에 접근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김홍도, 신윤복 등을 비롯하여 조선시대의 수많은 그림과 그 그림을 재현하고, 그 속에 등장했을 법한 음악을 함께 들려주면서 정의 내려진 풍류는 글과 그림, 악기와 춤이 한 공간에서 종합예술로 만나게 되는 음풍농월의 현장이다.

옛 그림 속 선비들은 자연 속에 드리운 공간 정자에 머물며 달 아래 노닐며 깨달음을 얻는다. 또한 벗이 있어 함께하면 함께해서 즐겁고, 혼자라도 즐길 수 있는 것이 풍류이다. 선비들의 풍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석천한유도'를 통해서는 선비의 문방사우처럼 말과 칼, 매, 기생, 혹은 가야금 등의 악기와 함께하는 무인들의 풍류를 알 수 있으며, 신윤복의 '연못가의 여인'에서는 기생의 인생이 담긴 풍류를 엿볼 수도 있다.

거문고를 타고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시를 읊조리던 조선전기 선비의 풍류는 '세간의 어떤 일인들 내 마음 속에 들어오랴'는 식의 마음 수양을 그 목적으로 하는 듯했다면, 조선후기에 들어 상업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한 중인층이 대두되면서, 본격 전문적인 풍류객과 풍류방이 대두한다. 이른바 '한량'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신윤복의 '상춘야흥'을 통해 드러난 기악, 춤, 노래가 어우러진 종합예술은 우리 음악의 기본적 형태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그의 또 다른 작품 '주유청강'의 한강에 배띠우고 악공과 기생들이랑 노니는 풍류는 당시 선비들의 버킷 리스트가 되었다.

이처럼 <KBS 파노라마>는 조선의 옛 그림을 통해 주류 계층이었던 선비들 그리고 후기 중인들이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통해 당시 조선의 예술을 규명하고자 한다. 실제 '백사회야유도'에서도 보여지듯이 당시 홍대용, 연암 박지원은 조선후기 풍류계의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졌으며, 홍대용은 풍류를 즐기기 위해 중국에서 악기를 들여와 개량하는 등 풍류의 길을 개척하는데 앞장섰음을 밝힌다. 또한 술자리에 합석하는 여인을 넘어 예술가로서 기생의 존재를 새롭게 부각시킨다. 그리고 이들 기생들에 의해 궁중에서 실연되던 검무가, 진주검무 등의 무형문화유산으로 계승 발전될 수 있었음을 간과치 않는다.

또한 이런 조선시대로부터 이어진 종합예술로서의 '풍류'가 오늘날 '한류'로 특징 지워진 우리 문화의 본류였음을 지적한다. 그런 풍류를 이어가기 위한 고궁의 음악제 등의 노력도 놓치지 않는다.

풍속화를 통해 본 풍류 음악 콘서트라는 기왕에 진행된 공연형식에 맞춰 조선의 무형문화유산을 짚어본 <KBS 파노라마>는 그림을 실현해 보이는 노력을 경주하며 조선의 풍류를 규명하고 애썼다는 점에서 무형문화유산의 재정립에 의의를 지닌다. 하지만 또한 기왕에 진행된 공연에 맞추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보니, 콘서트의 설명과 다큐의 내용이 적확하게 맞물리지 못해 산만하고 때론 중언부언인 듯 느껴진 점이 아쉽다.

또한 조선 전기와 후기 풍류의 주도 계층을 구분하여 설명한 점은 높이 살 만하지만, 과연 120가지가 넘는 우리의 문화유산 중 그런 주도적 계층 외에 서민들의 '풍류'는 어떠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것은 '옛 그림을 통해 본' 형식의 한계 때문이리라. 풍류 음악 콘서트에 기대지 말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조선시대의 '풍류'에 대한 정리를 했더라면 조금 더 깔끔한 프로그램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무형문화유산 50주년에 특집으로 마련된 우리 문화유산 풍류 특집에 대한 작은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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