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Mnet '슈퍼스타K6'(이하 '슈스케6') 서태지 특집이 다소 싱겁게 막을 내렸다. 이렇다 할 재해석도 눈에 띄지 않았고, 시청자를 사로잡는 화려한 퍼포먼스나 감동적인 무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태지 노래는 역시 서태지가 불러야 한다”는 교훈(?)만 일깨워 준 이날 특집은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난 24일 방송에서 '슈스케6' 8팀의 도전자는 Top6로 가는 여섯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이날 방송의 메인 미션은 다름 아닌 ‘서태지’. 우리나라 대중가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뮤지션 서태지의 노래를 각자의 개성에 맞춰 재해석하는 게 이날 Top8의 과제였다.

전설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원조가수의 노래를 부른다는 점에서 이날 방송은 KBS <불후의 명곡>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면 결과적으로 ‘슈스케6’는 <불후의 명곡>이 되지 못했다. 편곡은 심심하기 그지없었으며, 도전자들의 보컬 역시 서태지 노래와는 어울리지 못했다. 원곡 이상의 감동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심사위원들의 혹평은 계속됐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제작진은 서태지의 컴백에 맞춰 야심차게 이번 특집을 준비했겠지만, 그 준비 시간이 너무도 짧았다는 게 문제다. 서태지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도 아닌 이들이 일주일 만에 서태지 노래를 재해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거기에 중간 미션과 단체곡까지 연습해야 했으니 생방송 무대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

물론, 준비기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날 ‘슈스케6’의 서태지 특집이 실패한 진짜 이유는 바로 미션의 주제가 다름 아닌 ‘서태지’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면, <불후의 명곡>의 경우 70·80년대 혹은 90년대 음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서정적 발라드에 랩을 넣어 편곡하거나 조금은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는 멜로디에 전자음을 넣어 흥을 불어넣는 식이다.

그런데, 이날 도전자들이 선보인 서태지 노래에서는 감각적인 재해석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유는 바로 원곡 그 자체의 완성도가 매우 높고,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지금 들어도 결코 음악이 ‘올드’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태지의 음악은 멜로디와 사운드, 가사의 메시지와 서태지의 보컬이 아주 균형을 잘 잡고 있기 때문에, 그 중 어느 하나를 건드리기가 쉽지 않다. 이날 도전자들이 부른 서태지 노래에서 어딘가 모르게 하나씩 부족함이 느껴진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생방송 무대라는 특징상 서태지 음악 특유의 사운드를 구현해 내기가 쉽지 않았을 뿐더러, 멜로디 라인을 그대로 따와 최대한 원곡과 비슷하게 편곡을 하더라도 결국엔 또 보컬에서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날 서태지 특집이 공감을 자아내지 못한 이유는 바로 심사위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단순한 혹평이 문제가 아니다. 이날 심사위원들은 평소와 다르게 심사평이 극과 극을 오갔으며, 네 명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전자들이 서태지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노래를 부른 것처럼, 심사위원들 역시 제각각 서태지 노래를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비록 곽진언이 부른 ‘소격동’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만장일치 호평을 받으며 이번 시즌 생방송 최고점을 경신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편곡의 참신함일 뿐 ‘재해석’이라 부르기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심사위원들의 극찬과는 다르게 곽진언이 부른 ‘소격동’은 음원차트에서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원곡 이상으로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그 무언가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이날 <슈스케6> 서태지 특집은 야심찬 기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태지는 역시 서태지다”라는 사실만 재확인시켜줬다. 오죽하면 사상 최초로 서태지의 노래가 8곡이나 리메이크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연 무대보다는 방송 마지막에 등장한 서태지에 더 큰 관심이 쏠렸을까. 부디, 다음 주 꾸려질 Top6 무대에서는 도전자들의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그런 미션이 주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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