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는 실패자다. 그는 기재를 지니고 있었지만, 결국 프로기사가 되는 데 실패했다. 사람이 재능을 지니고 있는 일에서 실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장그래는 재능이 있었고, 심지어는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자기보다 못한 재능을 지니고 있는 이들도 프로기사가 되는 상황에서 그는 실패했다. 그는 실패한 원인을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생각해야만 너무 아프지 않을 거라고 자기를 속인다. 실상은 바둑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일을 하며 생활을 꾸려나가야 했던 상황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했다.
장그래의 실패는 현재를 사는 수많은 청춘의 모습을 투영한다. 누군가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자신의 꿈을 조금은 수월하게 이뤄갈 수 있지만 누군가는 하루하루의 생활에 치여 자신이 지닌 재능조차 제대로 펼쳐 볼 기회를 갖지 못한다. 누군가는 편하게 학점 관리에만 신경 쓰겠지만, 누군가는 하루하루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 벌기에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 이쯤 되면, 학교는 그저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목적만으로 존재하는 곳이 되어 버린다. 공부할 시간이 없다. 돈을 벌며 그저 학교에 다니는 그 자체에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렇게 청춘은 실패의 씨앗을 품는다. 장그래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청춘에게 장그래의 실패는 자신의 실패이며, 그렇기에 지독하게 가슴 아프다.
실패한 장그래지만, 그는 쓸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가 해낸 이 모든 성과의 중심에는 그가 최선의 다했던 '바둑'이 있다. 그렇게 장그래는 바둑에서 벗어났지만, 바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실패했던 그 시간들은 여전히 남아 장그래가 지닌 경쟁력의 근본이 되어준다. 그렇게 <미생>은 청춘의 실패에 찬사를 보낸다. 그들이 열심히 노력했던 그 일의 결과가 실패였을지라도, 그 실패는 남아 청춘에게 힘이 되어준다. 과거의 노력에 대한 찬사다. 결과에 상관없이 그 시간의 땀만큼은 위대하다.
<미생>은 그렇게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독한 경쟁과 치열한 상황 속에서 살아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에는 장그래를 넘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견디고 있는 오과장, 김대리와 같은 이들에 대한 찬사도 함께 들어있다. 동시에 그들이 버텨내야 하는 잔인한 매일 또한 담겨 있다. 그렇게 <미생>은 시청자들에게 잔인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 삶, 비록 끔찍하지만 버티라고. 버티면 살아남는다고. 우리는 모두 미생이지만, 버티다 보면 완생이 될 것이라고.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