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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이후, 또 ‘호갱님’됐다고?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KT 요금제 출시 SK 가입비 폐지 LG 단말 선보상…‘아이고 의미 없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10.24 16:01

애초 삼성전자 등 제조사를 규제대상에서 제외했을 때, 단통법의 실패는 예고됐다. 규제하려던 삼성은 정부를 구워삶아 법에서 빠져나가고, 규제대상인 이동통신사는 정부에 시위를 하고, 결국 이용자만 호갱님(호구고객)이 된 상황이다. 1일부터 시행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현재 모습이다. 시행 20여 일 동안 크게 줄어든 보조금 탓에 이용자의 불만이 폭주하자 국회와 시민단체는 이통사를 맹비난했고, 주무부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업자를 어르고 달랬다.

보조금 얼리기 이후 ‘가만두지 않겠다’는 압박이 이어지자 이통사는 서로 짠 듯 ‘단통법 맞춤 서비스’를 내놨다. KT는 22일 “요금할인에 대한 위약금을 폐지하고 이용기간 내내 평생 할인이 제공되는 ‘순액요금제’를 전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23일 “업계 최초로 가입비를 전면 폐지하고 주요 단말기 지원금을 상향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24일부터 “국내 최저 부담으로 최신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중고폰 선(先)보상 프로그램과 잔여 할부금을 면제 받을 수 있는 기변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 (사진=미디어스)

그런데 하나하나 따져보면 ‘면피용’이나 ‘집토끼 지키기’다. KT가 12월 출시하겠다는 순액요금제는 기존 ‘단말 구입 시 요금 약정을 통해 일정 금액을 할인 받고, 해당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 시 지금까지 요금 할인 받았던 금액을 위약금으로 납부하는 방식’이 아닌 “약정을 해야 받을 수 있던 할인 금액만큼 기본료를 낮춘 요금제”다. 기존 가입자에 유리한 측면이 있으나, 그 동안 이용자가 약정 만료 전 스마트폰을 바꿀 때 이통사가 위약금을 지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액요금제는 경쟁 정책이 아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가입비 폐지(11월) △최신 인기 단말기 출고가 인하 및 지원금 상향 △할인반환금 부담 완화 등을 통해 “고객의 가계 통신비 경감, 소외 받던 기존 고객 차별 해소, 건전한 상품/서비스 경쟁 등 단말기 유통법의 긍정적 효과 극대화에 적극 기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번호이동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1만1880원의 가입비 폐지는 사실상 의미가 없고, 그 동안 유통·대리점이 가입비를 대납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SK텔레콤의 종합대책은 면피용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유플러스의 단통법 맞춤형 서비스는 선보상 프로그램과 위약금 면제제도가 핵심이다. 선보상 프로그램은 “18개월 후 중고폰 반납 조건으로 단말 할부금을 미리 할인”하는 것인데 2~3년 약정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휴대폰 교체주기에 맞춰 ‘리스’ 18개월로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약금 면제 프로그램은 “가입 당시 요금제로 6개월 이상 사용하면 요금제 변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약금을 면제”하는 내용이지만, 이는 그 동안 유통·대리점에서 암암리에 해왔던 기법이다.

   
▲ (사진=KT)

살펴봤듯 경쟁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폰 출시 효과가 더 크다. KT가 24일 오후 3시에 시작한 아이폰 온라인 예약판매는 30분 만에 5만 명이 몰렸다. 24일 아이폰 예약판매 전후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략폰에 대한 지원금을 늘렸고, 이통사도 발맞춰 보조금을 최대 30만 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오히려 외부 변수가 사업자들의 호주머니를 열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것도 한 때다. 반쪽짜리 단통법의 효과는 5G 경쟁을 시작하기 전까지 이동통신시장에 상수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집에 아날로그케이블TV와 인터넷을 깔고 2G폰을 쓰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IPTV와 광랜 그리고 LTE폰을 쓰면서 적어도 3배 이상의 요금을 내고 있다. 이통사는 설비투자 비용을 회수하면서 요금을 내려야하지만 통신요금 원가 자료를 쥐고 있는 정부는 사업자 로비와 기술관료들 탓에 이 상황을 방조하고 있다. 단통법으로 삼성 LG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독점 지위는 강해졌다. 2~3년 약정에 묶인 이용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발을 동동 구르는 것뿐이다. 이미 이용자들은 통신재벌에 발을 깊숙이 담궜다.

통신재벌에 휘둘린 바보 같은 정부 탓에 전 국민은 호갱님이 됐다. 이제 네트워크에 방송플랫폼까지 독점한 이동통신사는 손해 볼 일이 없다. 방송+통신 결합상품으로 유도하고 있고, 이미 충분히 수확하고 있다. 단통법을 전면 뜯어고치거나, 스마트폰 출고가와 통신요금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는 한 당장의 불만도, 통신재벌의 대국민 ‘갑질’을 막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무료보편 방송 플랫폼을 강화하면서 방송과 통신의 영역을 분명하게 획정하고, 통신시장에 경쟁사업자를 만들어야 통신비는 내려간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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