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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와 ‘노무현’ 없으면 글 못쓰는 ‘동아일보’?보수언론 중에서도 돋보인, 동아일보의 안쓰런 '흥분'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10.24 13:43

한국과 미국의 국방장관이 23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연례 안보협의회(SCM)를 갖고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에서 한국군으로 넘길 시기를 2015년 12월에서 십 년 이상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시기를 못박지 않았기에 사실상 ‘무기한 연기’라는 분석이 대세다. 

그런데 이 사안에 관한 <동아일보>의 평가가 또 한 번 눈에 튄다. 지난 10일 북한군의 삐라 사격 당시에도 보수언론 중 가장 격앙된 사설을 썼던 <동아일보>는 이번 사안에서도 가장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흥분의 수준이 안쓰러울 정도다. 
 
진보언론들과는 비교할 필요도 없다. 소위 ‘조중동’ 내부만 대조해보자. <중앙일보>가 대북정책에 관한 한 보수언론 중에서 가장 전향적이란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홍석현 회장은 스스로 햇볕정책의 지지자라고 밝힌 적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는 <중앙일보>가 자본의 이해를 정확하게 대변하는 증거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 <중앙일보>는 24일 <불가피한 전작권 연기 … 강군 개혁은 계속돼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는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는 현실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동맹을 통한 억지력 강화나 유지는 자주 국방의 한 요소다”라고 주장했다.
 
   
▲ 24일자 중앙일보 4면 기사
 
그러나 <중앙일보> 사설은 “그렇다고 해서 전작권 전환 작업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주권국가로서 우리가 전작권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라는 전제를 깔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무엇보다 전작권을 가진 미군만 주둔하면 된다는 타성(惰性)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자세는 강군 건설의 걸림돌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 사회의 ‘원조 보수’라 불리는 <조선일보>는 어땠을까. <조선일보>조차 같은 날 <전시작전권 무기한 연기,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어느 정도의 품위를 지켰다. <중앙일보>처럼 “주권국가로서 우리가 전작권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라는 전제를 깔지는 않았지만, 한국 사회가 전작권 환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당시 노 정부는 전작권을 전환해야 자주국방인 것처럼 몰아가면서 합의를 서둘렀다. 결국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가 되고 말았다. 전작권을 넘겨받는 데 필요한 군 현대화 필요 자금으로만 2020년까지 67조원이 들 것으로 계산했지만 이 계획은 거의 실천되지 않았다. 수십년간 대북 억지와 국가 안보의 골간을 이뤄온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기로 해놓고 이를 대신할 안보체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한·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 전작권 이양 시기를 2015년 12월로 1차 연기했다. 이번에 또 그 시기를 2020년대 중반 이후로 10년 이상 늦추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선 전작권 이양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았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다”라며 참여정부를 비판하기는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 사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 국방부는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 준비가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해 왔다. 그러다 갑자기 '준비 부족'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 군이 미국에 매달렸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 세계에서 순전히 혼자의 힘으로 국방을 하는 나라는 거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동맹을 활용해 안보 능력을 배가하는 것과 아예 동맹에 생존을 의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전작권 무기 연기로 그러지 않아도 흐릿해졌다는 우리 군의 각오와 결의가 더 약해지는 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전작권 전환 무기 연기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라고 지적하며 전작권 무기 연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모습도 보였다.
 
   
▲ 24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이제 <동아일보>다. 사설 제목부터 <전작권 유지 韓美 합의, 다시는 反美로 안보 흔들지 말라>로 살벌한 수준이다. 사설 첫 문단의 마지막 문장이 “이로써 강력하고 효율적인 전쟁 억지 체제인 한미연합사령부가 계속 유지된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로 끝난다. <중앙일보>는 물론 <조선일보>조차 하는 일말의 비판적 성찰이 없다. 무조건 현재의 한미연합사령부의 존속이 최선이라는 식이다.
 
<동아일보> 사설은 “안보의 핵심인 전작권 문제가 흔들리게 된 것은 2005년 9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안보정책구상 회의에서 미국에 전작권 전환을 공식 제안하면서부터다”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비판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노 전 대통령은 ‘반미(反美)면 어떠냐’는 자신의 발언에서 드러난 대로 대미 의존관계 축소에 골몰해 북한의 현실적 위협을 보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 27개국으로 구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회원국이 공격 받으면 다른 회원국들이 군사력을 제공하고 전작권은 미군 나토사령관이 행사한다. 전작권 문제를 주권이나 자주국방 문제와 연결시킬 수 없는 이유다“라고 비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미주의와 전작권 환수를 직접적으로 연결시켰다.
 
<동아일보>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강행하던 시절 합참의장으로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상황 판단을 그르친 안보책임자들은 통렬한 반성을 해야 한다”라고 까지 했다. 전작권 환수 협상 책임자들을 모두 소환해 비판하는 강경한 비판이었다.
 
보수언론들의 비판에 일말의 합리성도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아일보> 사설에서 말했듯, 유럽의 사례에서도 보이듯 한국땅에 주한미군이 주둔한다는 사실 만으로 무한한 수치심을 느껴야 할 이유는 없다. <중앙일보> 사설이 말하는 “주권국가로서 우리가 전작권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라는 전제를 받아들이더라도 말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 문제를 ‘자주국방’의 과제로 인지한 게 ‘친미’ 대 ‘반미’란 구도의 소모적 정쟁을 불러왔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예산이 엄청나게 드는 사안에 대해 너무 촉박한 시한을 제시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 24일자 동아일보 2면 기사
 
그러나 <동아일보> 식으로 “반미가 안보를 흔들었어요!!!”라고 외친다면 위 시각에서 비판하는 그 허구적 담론구도의 가장 과격한 일원이 되는 것에 다름아니다. 주한미군이 국가에 주둔한다고 해서 수치는 아니다. 전시작전권의 미국에 있다는 것이 비분강개해가며 통탄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역도 성립한다. 여건이 된다면 전시작전권이 회수될 수 있고, 주한미군도 축소되거나 철수될 수 있다. 동아시아 안보상황을 고려한다면 전쟁을 판단할 수 있는 권리는 우리가 가지되 미군의 주둔은 용인하는 쪽이 적절한 균형점일 수도 있다. 
 
참여정부가 꼭 잘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언론들의 비판의 방식은 너무한 구석이 있다. <조선일보> 사설은 “전작권을 넘겨받는 데 필요한 군 현대화 필요 자금으로만 2020년까지 67조원이 들 것으로 계산했지만 이 계획은 거의 실천되지 않았다. 수십년간 대북 억지와 국가 안보의 골간을 이뤄온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기로 해놓고 이를 대신할 안보체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비판한다. 이 비판이 향해야 할 것은 참여정부가 세운 계획을 전부 다 틀어버린 이명박 정부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계획을 세운 참여정부만 질타할 뿐 계획을 실천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는 질타하지 않으면서 심하게 편향적이다. 최소한의 분별력도 없다. 
 
<동아일보>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동아일보> 사설은 “한국이 미래에 직면할 안보 위기는 북한의 위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남북통일이 이뤄진 이후에도 중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과의 직접 접촉은 더 큰 차원의 안보 위협이다. 졸속으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다가 상황이 위급해지자 미국에 매달려 연기를 읍소하는 수준의 안보 전략으로는 강대국 사이에서 평화를 지키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이 문단만 보면 옳은 얘기다.
 
그러나 보수언론들, 특히 <동아일보>는, 결국 자신들의 담론 조성 수준이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이러한 희극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에 ‘반미’만 한 번 더 끼얹으면 비판이 된다고 믿는 나라에서,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미중 G2 시대, 일본 재무장과 한중협력관계 강화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한 외교전략에 대한 고민이 나올 리가 없다. <동아일보>의 반응은 기실 “안보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싫다. 지금도 생각 안 하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는 자기고백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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