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최근까지 정부에서 공직을 맡다가 이동통신3사와 그 계열사에 취업한 정부 인사가 2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19명(스카이라이프 1명 포함)으로 가장 많았고, SK는 텔레콤‧플래닛 4명 포함 7명, LG유플러스는 2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실이 ‘퇴직공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다. 기업이 권력기관과 규제기관 출신 공직자를 영업하고, 이들에게 홍보‧대관 업무를 맡기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전관예우 속에 이들 ‘통피아’가 정부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진선미 의원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4년 5월까지 공직자 중 이동통신사 등 통신관련 기업(계열사 포함)이나 유관협회에 재취업한 인사는 총 31명이다. 출신기관 별로 보면 청와대 7명, 방송통신위원회 4명, 대검찰청 6명이다. 국가정보원과 행정안전부 출신은 각각 2명이고, 서울시 공정거래위원회 국무총리실 국방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방위사업청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출신은 한 명씩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8년 2명, 2009년 4명, 2010년 4명, 2011년 6명, 2012년 8명, 2013년 6명, 2014년 1명이고, 시기는 대선 전후에 집중됐다.

▲퇴직 이후 통신재벌 및 유관협회에 재취업한 공직자들. (자료=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이를 받은 KT는 ‘통피아’ 19명 중 대통령실과 대통령비서실 출신이 5명이다. 2008년 5월 퇴직한 이태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은 그해 6월 KT 전무로 취업했고, 2010년 김은혜 대변인은 KT 전문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통령실 고위공무원은 2012년 KT 상무로, 비서실 3급 공직자는 2013년 KT 부장으로 취업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박근혜 정부의 첫 홍보수석을 맡았다 지난해 5월 퇴직한 이남기씨가 올해 3월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로 취업한 일이다. 이밖에도 방통위 4급 공무원은 2011년 퇴사 두 달 뒤 KT파워텔 홍보실장이 됐다.

SK그룹에는 텔레콤 3명, 플래닛 1명, 이노베이션 2명, 케미컬 1명이다. 통신과 직접 연관된 SK텔레콤과 자회사 플래닛 취업자는 5명이다. 주요 권력기관 및 행정기관 사례만 보면, 대통령비서실 3급은 2013년 퇴직 일주일 만에 SK플래닛 대외협력실장으로 취업했다. 국가정보원 차장은 2011년 퇴직하고 이듬해 SK텔레콤 상임고문이 됐다. 2010년 9월 퇴직한 대검찰청 6급 공무원은 이듬해 1월 SK텔레콤 매니저로 취업했다.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2009년 퇴직하고 2010년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소에 전문위원으로 취업했다.

LG유플러스는 2명이다. 유플러스는 지난 2010년 유필계 방통위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유씨는 구 정보통신부에서 정책홍보관리본부장을 지냈고, 2008년 최시중 방통위 시절 방통융합정책실장에 오른 ‘실세’ 중 한명이다. 유플러스는 이에 앞서 2008년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을 비상임고문으로 영업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방통위 출신으로 CJ를 거쳐 SK텔레콤으로 옮긴 인사도 있다. 조영훈 현 SK텔레콤 마케팅부문 상무는 애초 정보통신부와 방통위 관료 출신으로, 2010년부터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비서관을 지내다 2012년 1월 퇴직했다. 그는 퇴직 20여일 만에 CJ제일제당 경영연구소 부사장으로 재취업했고, 올해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통위 4급 공무원은 2009년 3월 퇴직과 동시에 정보통신공제조합 전무이사가 됐다.

기업이 잇따라 통피아를 영입하고, 이들에게 홍보·대관업무 등을 맡기는 목적은 최근 몇 년 새 복잡해진 방송통신시장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청와대와 규제기관 인사를 ‘보은’ 차원에서 영입해 이들에게 대관 업무를 맡기는 것은 주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피아는 기업과 정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데 정부부처는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정책을 만들 수 없게 된다”며 “최근 700MHz 주파수 분배 문제도 이 같은 시각에서 볼 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규제완화와 사업자 특혜 배경에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통피아 또한 이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진선미 의원은 “기업은 ‘전문가라서 영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기업이 자신을 규제·감사하거나 관련 정책을 만들던 공직자들을 영입하는 것은 정부의 감사권을 무력화할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권한과 처벌을 강화하고, 공직자재취업 가이드라인을 분명하고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