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에 대한민국이 독립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자로서 김구 선생님을 거론하는 건 맞지 않다”
“1919년이 대한민국의 건국이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역사학을 공부하고 그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그것을) 하나의 학설로서 내놓을 수 있지만, 저는 전혀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없는 내용이라고 본다”
“불행히도 저는 상당히 많은 젊은 세대, 6·25 후에 태어난 분들이 우리 역사를 대한민국 중심으로 보지 못하고 북한에서 내보낸 여러 가지 선전 자료 영향을 받아서 잘못된 역사관을 가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 관련기사 : <“김구 건국 공로자 아냐…젊은 세대 북한 영향 받아 역사관 왜곡”>)

22일 KBS 국감에서 이인호 이사장이 한 답변들이다. 역사단체와 언론시민단체들은 이처럼 우편향적인 자신의 역사관을 가감 없이 드러낸 이인호 이사장이 공영방송 KBS의 최고의결기관 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는 국감 직후인 22일 성명을 내어 “이인호 망언 용인하는 현 정권은 반헌법 행위 방조자”라고 이인호 이사장과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발언이지만 이는 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법통으로 명시한 헌법전문을 정면으로 부인한 반국가 행위”라며 “우리 연구소가 제작한 역사다큐 <백년전쟁>이 아니라, 이인호 씨야말로 ‘국가안보 차원에서 주시해야 할’ 대상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역사학자가 독립과 단정수립마저 분간 못했을 리 없다고 본다면, ‘건국’에서 나아가 ‘독립’까지 극우적 시각으로 왜곡하려는 원모심려에서 비롯된 의도적 발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며 “박근혜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인호 씨를 비롯한 극우세력을 권력 핵심에서 퇴진시키고, 한국사교과서 국정제 도입과 ‘건국절’ 입법 등 역사쿠데타 기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시민단체 “반민주적·반민족적 역사관 가진 이인호, 당장 물러나야”

언론시민단체 역시 이인호 이사장이 더 이상 역사학계의 원로가 아니라 공영방송 KBS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수장이라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지금이라도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22일 KBS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 (사진=미디어스)

언론개혁시민연대(대표 전규찬, 이하 언론연대)는 23일 성명에서 “이인호 이사장의 왜곡된 역사관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 이사장은 역사왜곡을 넘어 헌법정신을 위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연대는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대한민국이 계승하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부정하고 있다”며 “이 편협한 역사관은 ‘김구는 대한민국 공로자가 아니다’라는 망언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이런 반민주적, 반민족적 역사관을 가진 자가 공영방송 최고의결기관 수장이라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이렇게 극단적인 사고와 비뚤어진 역사관을 가진 이인호 이사장이 공영방송에 남아있는 한 KBS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이완기·박석운, 이하 민언련)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방송을 정권의 전위대로 채울 셈인가”라며 “정권 전위대의 방송장악을 당장 멈춰라”라고 경고했다.

민언련은 “박근혜 정부의 방송 관련 인사편향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캠프 출신,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 친일행위와 독재를 비호 찬양한 자들을 방송계 요직에 임명하는 방식으로 방송을 장악해 왔다”고 말했다.

민언련은 이인호 이사장뿐 아니라 박근혜 정권이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곽성문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등 우파 혹은 친정권 인사를 연달아 임명한 것에 대해 “한마디로 방송의 공영성은 고사하고 대통령의 주구 노릇을 할 사람들을 방송요직에 기용한 것”이라며 “문제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넘어, 방송의 공공성을 지킬 자질과 전문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언론을 정권 창출에 기여한 자들의 잔치판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즉각 부적절한 임명을 철회하라”며 “더불어 정권에 빌붙어 주구노릇을 하려는 자들은 지체 없이 언론계를 떠나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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