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MBC 이브닝뉴스>와 드라마 <왔다! 장보리>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하는 2014 1차 프로그램 품질 평가에서 각각 뉴스와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는 본사 보도는 문화방송(MBC)이 자체적으로 전문조사기관인 나이스 R&C를 통해 지난 8월 한 달 간 실시해 방통위에 보고할 내용이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10월 20일자 MBC 리포트 중>

MBC가 자사 메인뉴스를 통해 사과한 리포트의 일부이다. MBC는 자체적으로 매년 2회 지상파3사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뉴스와 드라마 장르 품질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자사 프로그램인<MBC이브닝뉴스>와 <왔다! 장보리>가 각각의 장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어디까지나 MBC 자체적인 프로그램 품질평가였다. 하지만 MBC는 이를 두고 정부(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조사결과라고 보도했다가 뒤늦게 정정보도에 나섰다.

▲ 10월 20일 MBC '뉴스데스크' 캡처
MBC본부, “방통위 조사에서 MBC가 1위…확인했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본부장 이성주)는 23일 <민실위보고서>를 발간, 최근 MBC <뉴스데스크>에서 벌어진 일들을 다뤘다. 주요 한 내용은 MBC의 낯 뜨거운 ‘정정보도’였다.

MBC본부는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7일 뉴스에서 <MBC이브닝뉴스>와 드라마 <왔다!장보리>가 방통위가 실시하는 프로그램 품질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가, 20일 리포트에서 이를 정정했다”고 지적하며 “정정한 이유는 ‘MBC가 자체적으로 전문조사기관에 맡겨 프로그램 품질 평가를 했는데, 마치 방통위가 실시한 평가·조사에서 MBC가 1등한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10월 17일자 MBC 뉴스데스크 캡처(현재 삭제된 상태)
MBC본부는 이 같은 MBC <뉴스데스크>의 오보의 출처가 ‘MBC 공식 보도자료’라고 지적했다. 이것을 무분별하게 한 인터넷 매체가 받으면서 조사기관이 ‘MBC’가 아닌 ‘방통위’로 바뀌었고, 해당 기사들을 보고 MBC가 사실 확인 없이 “방통위가 실시하는 프로그램 품질 평가”로 보도됐다는 지적이다. 베껴쓰기의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 MBC는 10월 17일 오전 8시경 ‘<왔다!장보리> 프로그램 품질평가 1위’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링크)MBC는 “본사는 전문조사기관인 나이스R&C에 의뢰해 2014년 1차 프로그램 품질평가를 실시했다”고 적시한 뒤, “그 결과, <왔다!장보리>가 방송 3사 중 프로그램 품질평가 1위, <이브닝뉴스>가 뉴스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으며, MBC는 지상파 4채널에 대한 브랜드자산 평가에서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MBC는 “<왔다! 장보리>는 방영 내내 연민정(이유리 분)의 그칠 줄 모르는 악행으로 막장논란이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의 품질을 지상파 4채널 프로그램 중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또한 “MBC<이브닝뉴스>는 품질평가 점수 78.2점을 획득, 3사 15개 뉴스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며 “사회, 경제, 생활 등 다양한 이슈의 심층 분석을 통해 해당 이슈를 알기 쉽게 풀어주는 뉴스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MBC는 이밖에도 “프로그램 품질평가와 함께 실시된 지상파 4채널에 대한 브랜드자산 평가에서도 MBC가 1위를 차지했다”며 “채널 브랜드자산 평가란 해당 채널이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며, 다른 채널과 비교해서 얼마나 볼 만한지, 연상 시 좋은 느낌이 떠오르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이다. MBC는 작년에 이어 1위를 고수했다”고 밝혔다. 자체 설문조사에 근거한 자사 ‘홍보’ 보도자료였다.

MBC, 팩트확인 없이 그대로 받아?

MBC본부에 따르면, 이후 한 인터넷 매체가 이 보도자료를 받아 <MBC가 방송통신위원회 프로그램 품질평가 2관왕에 등극했다>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였다. MBC본부에 따르면 이후 “이 인터넷매체의 기사를 발견한 보도국 편집부에서 방통위 취재를 담당하는 정치부에 기사 확인을 요청, 오후 늦게 한 기자가 작성한 기사(방통위가 실시한 품질평가라고)가 그대로 노출됐다”고 밝혔다.

“MBC 문화방송이 방통위가 실시하는 2014년 1차 프로그램 품질평가에서 뉴스와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뉴스 부문에서는 MBC <이브닝뉴스>가 타사의 메인뉴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고, 드라마 부문에서는 <왔다! 장보리>가 1위에 올랐습니다. 방통위의 프로그램 품질평가는 시청률이 오락성만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방송의 다양성과 질적 수준을 높이기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MBC 뉴스 중>

MBC본부는 “원래 MBC 보도자료 내용이, ‘MBC가 방통위가 실시하는 2014년 1차 프로그램 품질평가에서 부문별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로 뒤바뀐 것”이라며 “팩트(fact)가 완전히 틀렸음은 물론이고 같은 회사가 발표한 보도 자료하고도 완전히 다른 내용을, 무슨 수로 확인 취재해 기사로 썼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MBC본부는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경위에 대해 책임을 물었을지 의문이다. 또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경위에 대해 책임을 물었을지, 구성원들에게 설명이나 공지는 제대로 이뤄졌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MBC, 환경운동가를 서울시장 부시장으로 표기

▲ 10월 15일자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중
이뿐 아니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5일 ‘한강의 새 명소 세빛섬 개장’ 리포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총체적 부실사업으로 규정하고, 세금 낭비라는 오해가 빚어졌다”, “개장지연으로 막대한 손실까지 봤다”고 보도했다. 박 시장에 대한 비판리포트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을 서울시 기동민 당시 부시장으로 표기했다.

MBC본부는 “기사만 놓고 봐도 타사 보도와 비교되는 내용이 많지만 이를 둘째치더라도, 기사의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자가 활용한 육성 녹취, 싱크에서 사고가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 검색만 해도 나오는 사람인데, 기동민 전 부시장의 얼굴이나 육성이 맞는지 육안으로 확인 한번 안한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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