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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이 3년에 한 번씩은 다 털린다고 봐야 한다”‘위협받는 사이버 공간’ 토론회, “법원이 감청 허가 영장을 너무 쉽게 내준다”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10.23 15:27

23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 주최로 <위협받는 사이버 공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정보통신법, 형사법 전공)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가 토론자로 나섰다. 

오길영 교수는 <통신데이터 남용의 실태와 그 쟁점>이라는 자신의 논문을 축약적으로 설명했다. 오 교수는 지난 5월 19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3년 하반기 통신제한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현황’을 토대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경우 지난해에만 대략 26만 5천 건의 제공이 있었고 이를 위해 1600만개의 전화 및 인터넷 등의 통신데이터가 제공되었다. 2012년엔 2500만 건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나오는 개념으로,  가입자의 전기통신일시, 전기통신개시ㆍ종료시간, 발ㆍ착신 통신번호 등 상대방의 가입자번호, 사용도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기통신사실에 관한 자료를 말한다.
 
"전국민이 삼 년에 한 번씩은 털린다"
 
이어서 오길영 교수는 “이 추세로는 전 국민이 3년에 한 번씩은 다 털린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난 카카오톡 논란 때 ‘사람들이 왜 이제야 호들갑일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오길영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공식 입장은 이동통신의 감청이 전무하며, 특히 2G에선 감청이 가능했으나 3G나 4G에선 감청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라면서, “그러나 외국 보도를 보면 가상기지국 기술 같은 것을 통해 할 수 있다. 미국 사회에선 감청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가 아니라 수색영장 여부에 대해서 논쟁한다”라고 비판했다. 
 
오길영 교수는 가장 뜨거눈 논란의 중심이 된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해선 입법미비와 ‘기지국 수사’의 문제를 지적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서면으로 요청하게 되었을 뿐 영장발부 요건을 명시하지 않아 남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해당 사안에 대해 영장을 요구하는 미국과의 차이다. 
 
   
▲ 23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 주최로 <위협받는 사이버 공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미디어스
 
그런데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일반인들의 통념과는 달리 유괴와 같은 사건이 아닌 집회 참가자를 파악하기 위해 활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라 한다. 오길영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결정문을 인용하면서, “전체 통신사실확인자료 중 기지국 수사용 제공 비중이 2009년엔 96%, 2010년엔 98.3%, 2011년엔 98.6%였다”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그러니 집회 참가자를 파악하기 위한 ‘싹쓸이’, ‘저인망식’ 수사라 불려도 할 말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오길영 교수는 “통신사실확인자료라고 하는데, 기지국 수사의 본질은 위치정보의 제공이다”라면서, “이게 왜 통신인지가 의문이다. 오래 전부터 나는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건 통신의 개념에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의사표시를 보는 게 아니라 전자적 교신을 통해 위치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역시 나와 비슷한 논거로 기지국 위치정보는 통신비밀의 보호영역이 아니라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미국 역시 추적용 위치정보는 통신사실확인자료와는 별도 취급하며 아예 별개의 법으로 다룬다”라고 덧붙였다.
 
"카카오톡 사태, 스마트폰 사용자의 불안감 때문에 커졌다"
 
이어서 진보넷 장여경 활동가는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 카카오톡 사찰 건으로 촉발된 ‘사이버 망명’ 사태의 전말에 대해 브리핑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사실 사이버 사찰은 지금까지도 줄곧 있었다. 그래서 현재 수사실무자들이나 통신회사는 ‘대체 왜 이번엔 이렇게 난리냐’라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라면서,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사람들의 불안감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그간의 표현의 자유 이슈와 다소 다르다. 특별한 표현을 하겠다는 이들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에 대한 사찰이 이슈가 됐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휴대폰은 그야말로 내밀한 매체가 되었다. 그렇게 내밀한 얘기들을 쓰고 있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대화 내용까지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흥분하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장여경 활동가에 따르면,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의 기자회견 이전인 9월 24일에 이미 ‘사이버 망명’의 주요 거점으로 떠오른 외국 메신저 텔레그램은 다운로드 순위에서 카카오톡을 제치고 1위가 되었다고 한다. 장여경 활동가는 그 원인으로 며칠 전 있었던 검찰의 반응을 꼽았다.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발언한 이틀 후 검찰은 '사이버상 허위 사실 유포 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전담 수사팀 운용,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 선제적 대응 등의 방침을 밝혔다. 
 
이 대책회의에 다음카카오 관계자가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시작됐고 카카오톡 사찰에 관한 유머가 돌았다는 것이다. 뒤늦게 검찰은 “카카오톡은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이어진 10월 1일의 정진우 부대표 기자회견이 기름에 물을 붓는 꼴이 됐다. 
 
장여경 활동가는 “정진우 부대표는 9월 16일에 카카오톡을 열람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무려 대화 내용 40일치를 가져갔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재판에 증거로 나오지도 않았다. ‘어디 넘긴게 아냐?’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고 이 의구심이 ‘오바’라고만 말할 수도 없는 현실이었다. 노동당원들의 신원을 확보할 수도 있는 문제 아니었나”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10월 1일의 기자회견이 나왔다. 
 
장여경 활동가는 “기자회견은 주로 검찰과 경찰을 규탄하는 것이었다. 카카오톡에 대한 성토는 많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향은 의외의 곳에서 왔다. 장 활동가는 “정진우 부대표가 정치인이라 그런지, 단톡방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몇 개방을 합치면 3천명이었다. 그중 세월호 참사 추모와 관련한 시민방에 500여명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장여경 활동가는 “검찰이 40일치를 들여다본 게 아니라 6월 10일 것만 봤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자 시민들이 단톡방을 확인해봤는데 그날 정진우는 아무 말도 안했더란 거다. 그래서 정진우 부대표와 별개로 단톡방에 있던 시민들이 카카오톡에 항의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카카오톡의 해명이 문제가 됐다. 논쟁 과정에서 카카오톡의 신뢰가 저하되었다”고 설명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사이버 사찰’의 문제를 정부 수사기관 문제. 법원 문제, 인터넷 사업자 문제, 이용자의 문제 등 네 가지로 나눴다. 장 활동가는 UN 인권위 대표가 9월 이사회에서 정보인권에 대해 밝힌 의견을 인용하며 “디지털시대 국가감시는 과거와 다르며 국가는 어느 때보다 방대한 감시능력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정보의 기록성 때문에 사실상 앉아서 미행이 가능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장여경 활동가는 “법원의 경우 감청 허가 영장을 너무 쉽게 내줘서 문제다. 이는 한국만이 아니라 스노든이 폭로한 NSA 감청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는 적법한 절차를 밟아서 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해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장여경 활동가는 “인터넷 사업자의 문제는 주로 불투명에 있다. 강제수사 영장이 나왔는데 경찰과 카카오톡이 말이 다르다. 추정해보자면 경찰은 팩스로 영장을 보내고 카카오톡은 이메일로 정보를 제공하며 팩스와 이메일이 많이 쌓여 있다 보니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면 이용자는 카카오톡이 뭔가 숨긴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UN 인권위 대표는 사업자에게도 몇 가지를 촉구했다. 첫째, 당국의 요구를 최대한 좁게 해석하라, 둘째, 정부에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법규를 적극적으로 문의하라, 셋째, 이용자와 투명하게 소통하라고 했다. 카카오톡 등 사업자들이 유의할만 하다”고 설명했다. 장 활동가는 “사이버 사찰이 물건 압수수색과 다른 건 상대방이 있다는 것이다. 대화를 들여다보면 상대방의 기본 인권도 침해된다”라고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기본 취지는 이렇다. 오프라인에서 보장되는 권리는 온라인에서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자의 신원은 통신이다"
 
빅경신 교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형사소송법,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한 현행안, 송호창 의원안, 서영교 의원안과 자신의 의견을 비교했다. 박경신 교수는 “두 의원 개정안에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열거대상을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단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모두 통비법상 통신의 내용에 해당한다’고도 한 줄 넣어야 의미가 살게 된다. 그렇게 해서 과거 통신내용은 압수수색, 미래 통신내용은 감청으로 할 수밖에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경신 교수는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에 관한 통지에 있어선 “현행 안에선 기소/불기소 처분 이후 30일 지나서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그토록 많이 했다는데 통지 받아본 사람이 주위에 있느냐”고 되물었다. 박 교수는 “이건 기소처분이나 불기소처분을 해야 통지 의무가 생기니 기소/불기소 처분하지 않을 사람 위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의구심이 있다”면서, “종료 후 30일 이후 통지해야 한다”는 안을 설명했다. 
 
박경신 교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절차에 대해선 폐지를 주장했다. 박 교수는 “통신자료에는 개인이 쓰는 이메일이 포함될 수 있고 이는 통신의 내용이다. ‘통신자의 신원’은 ‘통신의 내용’이라 볼 수 있다. 2014년 캐나다 대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통신자료제공은 일반 영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박경신 교수는 사업자의 의무 문제에 대해선 “사업자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집행할 의무가 없는 감시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방식이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를 소중히 보관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물으면 된다”라고 지적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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