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는 무척이나 위험한 존재가 된 것 같다. 이제 그는 그저 앞만 보고 달리며 자신이 게스트를 조롱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적정선을 넘은 지 오래다.

동료 진행자는 생각지 않는 진행을 하는가 하면, 게스트에게도 자기 위주의 기분대로 하는 터에 시청자 입장에서 무안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큰 형 김국진도 그저 껄껄거리고 웃을 뿐 저지하지 못하고, 윤종신은 언짢은 것 같으면서도 아닌 척하며 그저 주워 먹는 애드리브 개그로 연명하고 있는 수준이다.

지난주 현진영과 성대현이 출연한 방송의 경우는 불쾌한 경험을 한 회로 기억되기도 했다. 김구라가 적선하는 듯 돈을 거둬 성대현에게 주는 장면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무례함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의 경우도 비슷한 경우. 김구라는 게스트로 출연한 god(지오디)의 박준형에게 수없이 많은 장난을 했다. 그게 장난인 걸 알지만, 그 장난이 상대가 싫어하는 장난이었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것.

박준형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이 하나 있다. 그건 무려 12년 전에 있었던 일로, 모 여배우와 사랑을 나눠 팀에서 방출될 뻔한 일은 제법 유명한 일화다. 당시 박준형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 했다. 그런 지난 기억은 한 번쯤은 웃어넘길 수 있으나 분명 그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었을 터.

그러나 김구라는 그 모습이 웃기다며 여러 프로그램에서 흉내를 내 웃음 소재로 삼았다. 그런데 그가 출연하자 다시 그 기억을 소환해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사실 한두 번이야 웃을 수 있는 소재다. 문제는 당사자가 싫다고 말했음에도 수차례 반복하는 것은 예의에서도 벗어났기에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구라는 이 외에도 여러 차례 결례를 범했다. 송경아에게는 카렌족의 느낌이다! 라고 말했고, 윤종신의 도플갱어에게는 ‘삼류배우야?’라고 묻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또 초반 박준형이 정신없이 들어서자 짜증을 내며 ‘저 형 ADHD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절로 불쾌하게 하는 장면이 됐다.

또한, 박준형이 제작진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시사항을 읽는 장면에서 김구라는 ‘저 형 그걸 또 읽냐’라며 면박을 주는 장면은 아랫사람 대하는 듯한 모습이어서 불편하게 다가왔다. 김구라의 애드리브는 상대를 하대하는 듯한 방식이었고, 유일하게 자신과 인연이 있다는 송경아에게만 배려를 해주는 모습은 진행자의 바른 모습이라 보기에는 무리였다.

윤종신도 신경 안 쓰고 내뱉은 말 하나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톰 크루즈의 키가 작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후! 톰(톰 크루즈) 진짜 뭐 만한 게’라고 하는 장면은 어처구니없게 한 장면이다.

그러나 그 불쾌한 진행에도 웃음은 폭발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오디의 냉동인간 박준형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 박준형은 송경아와 짝을 이뤄 그녀가 원하는 반응들을 보여 큰 재미를 줬다.

신장이 큰 송경아의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도 재미를 줬고, 송경아가 외국에서 활동하던 시절 겪은 외국인에 대한 모습들을 대신 재연해 내는 모습은 포복절도케 한 장면이다. 박준형은 송경아와 마주친 이탈리아인, 미국인, 프랑스인, 영국인의 특징을 재연해 내 폭풍웃음을 안겼다.

숨 쉴 틈 없이 몰아 재미를 준 박준형의 활약은 진행자까지 포복절도케 했다. 전체적으로 웃음이 많은 ‘웨어 아유 프롬’ 특집이었지만, 그럼에도 뒷맛이 씁쓸하고 불쾌한 것은 김구라의 무례함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