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4시께 이인호 KBS이사장이 국감장에 모습을 나타내자 수많은 취재진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22일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물은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이었다.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40분까지 진행됐던 오전 국감은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 ‘맛보기’에 불과한 것처럼 보일 만큼, 오후 국감 내내 이인호 이사장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이인호 이사장은 공영방송 최고의결기관 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역사관을 가진 것 아니냐는 질타 속에도 자신의 견해를 숨기거나, 그간의 발언을 부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제가 가진 역사관은 국민 전반의 역사관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항변하거나 “언론의 부당한 공격이 들어오는 걸 보고 (KBS이사장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등 자신에 대한 오해를 키운(?) 언론에 대한 불만을 몇 차례 표출하기도 했다.

<미디어스>는 22일 국감에서 나온 이인호 이사장의 발언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인호 이사장이 “인터넷에 보도되는 내용이 말을 잘못 연결시켜 정확하지 않게 되는 것이 많다”며 왜곡된 언론 보도를 비판한 만큼, 최대한 전체 답변 내용을 상세히 기술하고자 했다. 질문과 함께 들어야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답변의 경우 질문도 실었다.

KBS 국감 때 나온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의 발언들

◇ 국감 출석 관련

“전병헌 의원님께서 올바르게 말씀하셨듯이 제가 KBS 최고의결기관 의장으로서 마땅히 아침부터 이 자리에 왔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 (미리 인사드리는 게) 저는 상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를 배려하셔서 여야 간사께서 저를 늦게 증인으로 나오라고 하셨다. (여야 간사가 그렇게 결정했는데 제가) 아침부터 나오는 게 옳지 않다는 집행부의 강력한 충고가 있고, 그 사람들이 국감 받는 마당에 마음 불편하게 만드는 게 옳지 않다는 판단 아래 바로 옆에 있는 방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제가 출석하는 걸 꺼렸던 것은 이런 문제(역사관 논쟁)는 많은 토론을 요구하고 증거자료 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국감을 하는 의원님들의 귀한 시간 가지고 충분할까 하는 생각에서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 배려라는 게 필요 없다고 누누이 얘기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전례가 드물게 KBS 국감을 현장에서 한다. 이인호 이사장의 국감 출석에 대한 배려, 국감 출석을 확정짓기 위한 논의과정에서 이런 불편을 초래했다. 국감 때부터 KBS 임직원들에게 불편을 준 건데 유감 표명할 생각 없나”라고 묻자

◇ 역사관 관련

“김구 선생에 대해 제가 얘기한 것은 정확히 말하면 이런 것이다.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의 수반까지 하시면서 독립운동가로서 대단히 훌륭한 분이었지만 1948년에 대한민국이 독립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자로서 김구 선생님을 거론하는 건 맞지 않다. 독립운동가로서 대우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1919년이 대한민국의 건국이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역사학을 공부하고 그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그것을) 하나의 학설로서 내놓을 수 있지만, 저는 전혀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없는 내용이라고 본다. 1919년은 임시정부의 출발점이었는데 임시정부는 임시정부로서도 인정을 못 받았다. 우리가 이승만 박사, 김구 선생 모두 임시정부의 인정을 받고 그래서 일제에서 해방된 다음에 발언권 갖기 위해 굉장히 애썼지만 임시정부 인정 안 해주고 독립국가의 일원이 된 것은 1948년 8월 15일부터다. 저는 1936년에 태어나서 일제 36년 그 얘기를 뼈아프게 들었다. 1919년에 건국됐다면 무엇 때문에 우리가 독립운동하고 피 흘리고 누구로부터 독립하고 왜 분단이 됐겠나. 우리 의지로 생각하면 우리는 일본 밑으로 들어가겠다고 한 적 없다. 1910년도 강요된 합방이었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이 됐다. 불행하게도”
-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한 가지는 정리해야겠다. 김구 선생이 반대한 건 1948년 독립이 아니고 단정을 반대한 것”이라고 말하자

“제가 거듭 말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역사관은 국민 전반의 것하고 크게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저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고 있다. 하지만 제가 역사 강의 안한다고 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역사관이 표출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런 면에서는 하지 못할 것을 하겠다, 제 역사관을 표출하지 않겠다고는 전혀 말씀드리지 않겠다”

“6·25 전에 태어난 세대는 90% 이상은 제가 얘기한 게 정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제 역사관이 잘못됐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KBS이사장은 상근직이 아니다. 제가 역사학자로서 산다고 해서 제가 KBS이사장 직을 못할 이유가 없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이 “(국민) 다수는 (역사관이) 이사장의 견해와 다르다. 그런데 이사장이 그렇게 소수 견해를 강변하면 방송공사가 혼돈에 빠질 것 같다”며 질책하자

“불행히도 저는 상당히 많은 젊은 세대, 6·25 후에 태어난 분들이 우리 역사를 대한민국 중심으로 보지 못하고 북한에서 내보낸 여러 가지 선전 자료 영향을 받아서 잘못된 역사관을 가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KBS 직원들도 그렇다고 생각하느냐?) 5000명 가운데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별적 생각은 조사해본 바가 없어서 모른다”
- 새정치민주연합 이개호 의원이 KBS 임직원들의 역사인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잘못된 인식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면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답변을 요구하자

“저는 거기에 동의 못한다”
“저는 (역사 강의) 안 한다고 안 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역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고 하는 건 아주 엄청난 발언이다. 대한민국에서 그동안이라도 존경받았던 역사학자가 이렇게 일방적이고 편협한 매도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 문창극 강연 관련

“문창극 관련해서는 저는 지식인의 정직성, 정확성 그런 걸 얘기한 거다. 그 방송(문창극 전 후보자 망언 KBS 단독보도)에서 저는 이런 식으로 어떤 견해를 정확하게 요약하지 않은 방송이 나가면 안 된다고 봤다. 청문회나 그 사람이 총리가 되면 안 된다 하는 건 국회의원들의 권한이지 언론이 여론재판하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 그분 전체강연 들어본 것하고 KBS 가 요약한 것을 볼 때 전혀 다른 인상 나온 걸 볼 때 그걸(그런 방송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저는 역사가로서 훈련받은 사람이고 정확하게 말하고 정직하게 얘기하는 것은 제가 평생 목숨과 같이 소중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잘못 짜깁기가 되면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오해를 낳는다. 그렇게 하는 건 지식인들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고 사회 갈등 구조 심화되는 게 거기서 오는 영향이 있다고 늘 생각했다. 그래서 강력한 얘기했던 거다”

◇ 언론 관련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KBS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 (사진=미디어스)

“제가 요즘 인터넷에 떠오르고 있고 심한 경우에 ‘망언 제조기’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데 제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상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주 러시아 대사로 임명하셨고 재단 이사장으로도 근무했던 사람이다. 근데 왜 이렇게 됐느냐. 제가 그런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보도되는 내용이 말을 잘못 연결시켜서 정확하지 않게 되는 것이 한 가지고, 또 한 가지는 일부 언론인들, 지식인들, 정치인들 사이에서 대한민국 기원에 관해서 생각하는 게 저와 다르다는 점이 있다”

“(이사장 되는 과정에) 절차적 하자 없었다고 본다. 내정됐다는 기사 보고 굉장히 놀랐다. 이걸 수락해야 할지 말지 하는데 내정됐다면서 바로 신문에 떴다. 이사 선임은 방통위에서 하는 것이고 이사장 선임은 이사회에서 하는데 ‘내정’이라는 말은 그 의원들의 권한 침해로 적절치 않다고 봤다. 저 자신이 마음의 결정 못했는데 그게(그런 기사가) 나와서 놀랐고, 수락하기로 마음 결정한 게 그 얘기 나가면서 신문 이런 데서 일부에서 저에 대한 공격, 부당한 공격이 들어오는 걸 보고 이건 내가 해야 되겠다 하는 결론을 내렸다”

“(저는) 편성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 옛날에 여러분들이 걱정하시는 게 전두환 정부 정도였을까 할 때면 소위 방송 장악한다는 것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 단계에서 그 단계를 훨씬 넘어갔다”

“전 한때 MBC가 상당히 그런 경향 보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KBS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
-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이 이인호 이사장 과거 칼럼을 들며 “좌익성향 사람들에 대해 방송 장악됐다고 생각해 본 적 있느냐”고 질문하자

“저는 모른다”
“제가 모르고 있었다”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이 최근 우리나라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완전자유국에서 부분자유국으로 된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자

◇ 공영방송 이사장의 역할과 책임 관련

“(역사학자로서 식견과 소신 밝히는 것은 KBS이사회 업무 수행하는 것과) 저는 직접적인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방송 제작, 편성, 경영은 사장에게 위임된 권한이고 이사들이 직접 관여할 건 없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최종의결기구로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할 때 제가 가지고 있는 국가관, 방송관은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는 부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 본 영역이고 평생 전공한 영역이고 역사 강연하는 것은 본업에 속한다. 사실 제 역사관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 전제로 말하는 것 같은데…”
“저는 편협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르다는 것은 인정한다”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 역사관을 갖지 않은 사람이 이사장 되어야 한다는 말이냐”
“저는 여야가 대립하는 정파적인 현안은 절대 강연 안 할 거다. 제가 얘기하는 역사관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해물과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다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역사관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공영방송 이사장이 됐으면) 민감한 역사적 사안에 대해서 공개적인 강연을 중지해야 된다는 얘기다”라고 질타하자

“(방송 제작, 편성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한 적 없다. 이사장의 역할이라는 것은 굉장히 간접적인 영향 끼치는 정도지 그 이상은 안 된다. 그러나 비판하고 프로그램에 대해서 의견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분쟁이 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나 비판에 대해선 역사관의 차이만이 아니다. 방송이 지켜야 될 여러 가지 잣대가 있는데 잘못한 건 지적하고 잘한 건 칭찬해야지 그래야 방송이 공공방송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사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불행히도 우리가 이념적으로 나라가 분열돼 있기 때문에 그것만 의식하는데 방송 문제는 그 이상이다. 첫째는 방송은 진실해야 되고 공정해야 하고…”
-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이 “비판, 비평만 간접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해도 (이사장이) 자기 주관을 세게 얘기하면 간섭이 된다. 그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하자

“이사님들이 11분이고 이사 자격 가운데 굉장히 중요한 게 있다. 실제 4분은 야당쪽에서 추천할 수 있고 7사람은 여당 쪽에서 추천할 수 있게 법이 돼 있지만 중요한 단서조항이 정파정치에 개입을 안 한, 그런 식의 정치를 한 경력이 없는 사람을 모시도록 돼 있다. 여쪽에서 야쪽에서 추천받았든 각기 자기 양심과 양식에 비춰서 최선 다하고 국민 전체를 대신해 눈과 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저도 그걸 강조한다. 그래서 그분들이 가장 최선의 의견을 도출해서 그것이 KBS 방송이 나가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게 되고, 방송 자체가 정파적 정치에 함몰되지 않고 상생의 정치할 수 있게 적극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 지켜야 한다. (방송은) 사회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실해야 되고 내용이 공정해야 되고 그리고 또 저는 (다른) 조건이 붙어야 한다(고 본다). 전체 나라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고 사회적 선의와 평화 화합을 도출하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공정하다고 하더라도 사회가 분열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상생의 정치가 되도록 하는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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