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EBS 고교 <필수 한국사> 교재에서 “여운형·조봉암 내용을 빼거나 줄일 것” “박정희 유신 관련 문항을 줄일 것”, “삼청교육대 내용을 뺄 것” 등을 요구한 것을 두고 EBS 신용섭 사장이 시종일관 “난이도를 조정한 것”이라고 주장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는 22일 오후 8시30분 EBS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의 EBS <필수 한국사> 교재에 대한 ‘사전검열’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관련기사 : 교육부, EBS 수능교재에서 박정희 독재 "빼라") 하지만 정작 EBS 신용섭 사장은 “교육부가 난이도를 조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교육부로 받은 수정요구 메일은 삭제됐다는 이유로 자료제출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장, ‘박정희 유신 관련 문항을 줄이는 것이 문제의 난이도와 무슨 상관이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는 22일 오후 8시30분 EBS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의 EBS <필수 한국사> 교재에 대한 ‘사전검열’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미디어스
EBS 신용섭 사장, “교육부의 수정요구는 난이도 조정한 것”

EBS 신용섭 사장은 ‘교육부에서 역사 교과서에 대해 수정을 요구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한국사가 2017년 처음으로 수능 필수과목이 된다”며 “그를 위해 EBS는 문제집을 만들고 평가원은 감수를 하고 교육부는 난이도 조정을 한다. 이 3개 기관이 협력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가 이메일을 보낸 것은 난이도 조정을 한 것이지 다른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용섭 사장은 “사장으로서 (교육부로부터) 어떤 내용(수정요구)을 받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차례 “난이도를 조정한 것”이라고 되풀이했다. 이어, 신 사장은 “역사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생명이라 생각한다. EBS교재는 학습 참고서로 정부의 압력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난이도 조정’이라는 EBS 신용섭 사자의 발언은 이날 국감 내내 논란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은 “문항에서 삼천교육대, 박정희 유신, 여운형 등 특정 정치적 이념에 따라 ‘빼라’, ‘넣어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을 난이도 조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냐. 역사적 내용을 수정하라는 게 (문항의)난이도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호준 의원, “박정희 유신 빼라는 것이 문제의 난이도와 무슨 상관?”

정호준 의원은 “상식적으로 볼 때에 교재에서 역사를 정부 자신들의 마음대로 넣고 빼고 하려는 것 같다”며 “수능교재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EBS 사장 역할이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정호준 의원은 또한 “교육부가 이메일을 보내 수정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라며 “그래서 수정요구를 받은 이메일 내용을 제출하라고 했더니, EBS는 또 ‘삭제했다’고 하더라. 이것은 일종의 증거인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교육부의 사전검열을 보면서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고 개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개오 의원은 “KBS국정감사에서도 (이인호 KBS이사장 관련) 이념편향이라는 비판을 했었다”며 “EBS 교재 또한 특정 이념이 가미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립적인 편집이 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 또한 “난이도 조정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내용 수정 압력을 넣은 것”이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