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많은 야구팬들의 예상을 넘어서는 깜짝(?) 뉴스가 발표되었다. 올 시즌을 8위로 마감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KIA 타이거즈가 선동열 감독과 2년 재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2012시즌부터 팀을 맡은 이래 단 한 차례도 팀을 4강에 올려놓지 못한 선동열 감독의 재계약은 야구팬들에게 의외의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역대 프로야구 역사상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도 유임에 성공한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KIA 타이거즈의 선택은 파격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선동열 감독은 2005시즌부터 2010시즌까지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역임하는 동안 팀을 두 차례 우승시킨 것 외에도 오승환, 안지만, 권혁, 권오준, 정현욱 등 이른바 지금 삼성라이온즈 전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최강 불펜 요원들을 양성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한 감독 재임기간 동안 유일하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2009시즌에는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 젊은 타자들을 중용하며 팀 전력의 핵심으로 키워낸 공로도 있다.

▲ 기아 선동열 감독 ⓒ연합뉴스
투타에서 지금 라이온즈 전력의 토대를 마련하여 명장으로 인정받은 선동열 감독이 고향팀 KIA 타이거즈의 사령탑에 임명되었을 당시만 해도 팬들은 엄청난 기대감을 표시했었다. 선동열 감독이 부임 당시 함께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이순철 수석코치와의 케미스트리를 통해 타이거즈 왕조의 부활을 기대한 팬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이순철 수석코치는 더 이상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지 않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본인이 총대를 메고 현장을 떠나 해설위원으로 복귀하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 시절 선동열 감독을 도왔던 한대화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수석코치로 부임하였다. 하지만 올 시즌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선동열 감독의 지난 3시즌은 어찌 보면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맞춘 데서 그 비극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타이거즈 덕아웃의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의 부재이다. 순수한 타이거즈 혈통의 고참선수가 사실상 전무하다. 일반적으로 투수보다는 야수조에서 리더십이 발휘되기 마련이다. 고참 역할을 해줘야 할 최희섭은 매년 원인 모를 통증으로 좀처럼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포수 김상훈도 올 시즌 사실상 지도자 수업을 준비하여 은퇴상태에 있었다. 이현곤은 NC 다이노스로 이적하였다. 그리고 가장 상징적인 존재였던 이종범은 2012시즌을 앞두고 돌연 은퇴를 선언하였다. 이종범의 갑작스런 은퇴 이후 타이거즈 덕아웃은 구심점을 상실하였다.

그렇다고 외야에서 이종범의 부재를 확실하게 메운 젊은 야수가 등장한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신종길의 성장이 위안이었다. 2012시즌에는 그나마 막판까지 4강 경쟁을 펼치면서 2013 시즌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 타이거즈는 2013시즌 초반 무서운 공격력으로 리그 1위를 질주하였다. 그러다 5월 6일 팀내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했던 김상현을 SK 와이번스 송은범과 트레이드하는 과감한 결단을 선보인다. 그런데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그 트레이드 이후 타이거즈 공수전력은 심각한 불균형 현상을 겪게 된다. 와이번스 시절 묵묵한 에이스로 각광받았던 송은범은 타이거즈에서 좀처럼 선동열 감독과 좋은 궁합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3시즌 5월 이후 타이거즈는 상위권과 거리가 먼 행보를 유지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서는 에이스 윤석민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더 큰 어려움을 지니고 시즌을 맞이하였다. 게다가 외국인 투수의 지원조차 얻지 못하면서 올 시즌 타이거즈는 시종일관 하위권을 맴돌았다. 외국인 선수 선발 실패도 타이거즈를 매년 곤경으로 내몰았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계투진도 올 시즌은 최영필과 김태영 두 노장선수의 활약에 기댈 수밖에 없었으며, 기대를 모았던 한승혁과 심동섭 등 성장해야 할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는 더디기만 하다. 16승을 거둔 양현종 외에 단 한 명의 투수도 5승을 넘어선 투수가 없을 만큼 타이거즈 투수진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투수 조련사로 명성을 떨쳤던 선동열 감독의 이름값에 비해 너무도 초라한 결과였다.

▲ 기아 김선빈, 안치홍 ⓒ연합뉴스
여러모로 재계약에 대한 명분이 없어 보이던 선동열 감독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다시 얻게 되었다. 그러나 내년시즌 당장 전력의 많은 부분의 누출이 우려된다. 내야 키스톤 콤비 안치홍, 김선빈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으며, 에이스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투타의 핵심전력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는 타이거즈의 내년 시즌도 전망도 그다지 밝지 못하다. 문제는 3시즌 연속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타이거즈가 과연 의도한 대로 리빌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팬들의 인내심이 허락할지의 여부이다.

올 시즌 새롭게 개장한 최신식 시설의 챔피언스 필드의 관중석은 시즌 막판 을씨년스런 모습을 연출하였다. 만약 내년 시즌에도 타이거즈가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한다면 챔피언스 필드의 최신 시설이 무색하리만치 민망한 광경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선동열 감독은 리빌딩의 명분으로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결국 성적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타이거즈 최고의 레전드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사상 유례가 없는 선택을 감행한 타이거즈 프런트의 의도대로 선동열 감독이 명예회복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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