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기본은 진실입니다. 진실. 그에 바탕하지 않은 언론은 언론도 아니고 거짓말쟁이, 쓰레기입니다” <성유보 선생 마지막 육성 인터뷰 중>

비영리독립언론 <뉴스타파>가 21일 밤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의 ‘10·24자유언론실천선언’ 40주년을 맞아 특집 다큐멘터리 <40년>을 제작, 공개했다. <40년>에는 동아일보 해직기자로 ‘참언론인의 삶’을 살다 타계한 성유보 선생의 마지막 육성 인터뷰가 포함됐을 뿐 아니라, 자유언론실천선언 당시 동아방송 신입이던 맹경순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맡아 그 의미를 더했다.

▲ 뉴스타파 다큐멘터리 '40년' 캡처
‘1974년’이 아니라 ‘40년’인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0년>은 권력의 언론장악 문제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40년>에서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에 동참했던 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의 모습과 그들이 2014년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는 광화문을 찾는 장면은 해당 다큐멘터리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집약된 것으로 보인다. 1974년과 2014년은 똑같이 닮아 있다.

1974년....과거

다큐멘터리 <40년>은 1972년 12월 27일 유신헌법 정국을 먼저 보여준다. 그 사건을 계기로 성유보 선생의 싸움이 시작됐다. <40년>에는 당시 언론 상황에 대한 다음과 같은 증언들이 나온다.

“신문 방송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을 말을 못하게 했다. 정부 비판을 일체 허용하지 않았다”<윤활식 동아방송 해직PD>

“말하지 않을 자유마저도 박탈당했다. 정부당국이 특정 기사를 실어라 하면 싣지 않은 자유가 없었습니다” <박종만 동아일보 해직기자>

“대한민국은 박정희 한 사람 밖에 없었다” <문영희 동아일보 해직기자>

유신정권이 언론인들의 입을 막았을 뿐 아니라, 말하지 않을 자유도 박탈했다는 증언을 생생하게 의미를 살려 전하면서 다큐멘터리 <40년>은 당시 시대상을 정확하게 표현한다.

▲ 뉴스타파 '40년' 중
<40년>에는 유신시절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 김영기 씨도 등장한다. 그는 “죽지 않을 만큼 당했다”라면서 당시 상황을 회고한다. 김영기 씨는 요시찰 인물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취업조차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야만 했다.

‘침묵’하던 언론인들이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통해 권력에 맞서기 시작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생생한 감동이 전해져왔다. <40년>은 이 날의 사건에 대해 “더 이상 권력에 굴종하지 않겠다는 언론의 독립선언”, “거짓보도 중단, 진실보도 자기 선언”, “권력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시선에서 보도하겠다는 다짐”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2014년....현재

그러나 다큐멘터리 <40년>은 이후 2014년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언론인들에 주목한다.

2008년 구본홍 낙하산 사장에 반대해 공정방송 투쟁을 벌이다 해직된 조승호 YTN 기자는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항의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2012년 ‘쪼인트’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촉구를 위해 170일간 파업 중 해직된 MBC 박성제 기자는 “70년대 유신시대처럼 직접적으로 바로 감옥에 처넣고 이런 상황은 아니지만은 훨씬 더 기존의 공권력을 합법적인 명분을 동원해서 언론을 탄압하고 낙하산 사장들을 보내서 공영방송 체제를 권력의 치하에 두려는 그런 움직임이 다시 과거로 회귀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1974년의 상황이 아니다.

▲ 뉴스타파 '40년' 중
다큐멘터리 <40년>이 2014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성역인가”라고 다시 묻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민적 비극사건으로 기록된 세월호 참사 당일의 대통령 행방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죄가 되는 사회, 기사를 쓰면 잡혀가는 사회, 사이버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열어보는 사회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박성제 기자가 “70년대 유신시대처럼 직접적으로 바로 감옥에 처넣고 이런 상황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하는 바로 그 점을 빼고는 과연 1974년과 지금이 무엇이 다를까? 광화문에서 박근혜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배포하는 팝아트 이하 작가를 취재하던 <주간경향> 사회팀 김태훈 기자가 연행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1974년이 아니라 2014년 10월 20일이다.

다큐멘터리 <40년>의 마무리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성유보 선생의 마지막 육성 인터뷰로 끝이 난다.

“언론도 스스로 고쳐진다고 볼 수 없. 정치권력도 마찬가지다. 독재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 봤나. 독재를 가만 놔두면 나중에는 세습까지 된다. 그래서 저는 그것을 바꾸는 힘, 그걸 어디서 찾느냐. 저는 함석헌 선생이 말한 ‘깨어있는 백성'의 힘, 결국 시민의 힘이라고 본다. 그리고 2000년대를 시작으로 10년 쯤 돋아나고 있다. 그런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있다”<성유보 선생 마지막 육성 인터뷰 중>

성유보 선생은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말씀을 전하고 있지만 이 글의 마무리는 유신시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현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그리고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문으로 끝을 내고 싶다.

“정부가 하는 일이면 그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극한적으로 되풀이했다. 자유와 민주는 지금 헌법에 반대하고 있는 일부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전유물이나 특수한 지식도 아닙니다”<박정희 전 대통령>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입니다”<박근혜 대통령>

자유언론실천선언문

우리는 오늘날 우리사회가 처한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선언한다.
민주사회를 유지하고 자유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사회기능인 자유언론은 어떠한 구실로도 억압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것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교회와 대학 등 언론계 밖에서 언론의 자유 회복이 주장되고 언론인의 각성이 촉구되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뼈아픈 부끄러움을 느낀다.
본질적으로 자유언론은 바로 우리 언론 종사자들 자신의 실천과제일 뿐 당국에서 허용하거나 국민대중이 찾아다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언론에 역행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민주사회 존립의 기본요건인 자유언론 실천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선언하며 우리의 뜨거운 심장을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신문, 방송, 잡지에 대한 어떠한 외부간섭도 우리의 일치된 단결로 강력히 배제한다.
1. 기관원의 출입을 엄격히 거부한다.
1. 언론인의 불법연행을 일절 거부한다. 만약 어떠한 명목으로라도 불법 연행이 자행되는 경우 그가 귀사할 때까지 퇴근하지 않기로 한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사 기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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