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을 벌인지 100일이 지났다. 그간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은 3차례에 걸쳐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합의를 이뤘지만,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담보하자는 유가족들의 뜻은 번번이 반영되지 않았다. ‘3일 정도 하면 끝날 줄 알았다’던 농성은 계속되고,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세부사항 논의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21일 오후 1시 30분, 세월호 농성이 100일째 진행되고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416 약속지킴이 제안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416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진실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 나아가겠다는 제안이다.

▲ 21일 오후 1시 30분, 세월호 농성이 100일째 진행되고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416 약속지킴이 제안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7월 14일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했고 국민대책회의를 비롯해 시민들이 동조단식을 진행했다. 여기서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두 분의 목사님이 40일 넘게 단식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외 수많은 분들이 단식농성을 하면서 뜨거운 여름을 지냈다. 이제 가을이 다 가고 겨울이 오지만 우리가 그렇게 외쳤던 특별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래군 위원장은 19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가 3번째로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 쪽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때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각 1명씩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안을 내놓았다는 점을 들어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 내용까지도 현격하게 후퇴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래군 위원장은 “대통령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임명한다고 하면 대통령에 대한 면죄부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이 ‘조사대상’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도 수사권과 기소권이 위원회에 없는 안으로 합의되고 있는 마당인데 정부와 새누리당의 이러한 작태에 대해 저희들은 가만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박래군 위원장은 “앞으로는 국민들과 함께 해 가는 진상규명운동, 일명 ‘진실의 광장 운동’을 벌여나가겠다”며 “오늘은 정부여당이 아무리 진실을 덮고 안전사회로 가는 길목을 차단한다고 해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로 가는 운동을 지치지 않고 줄기차게 하겠다는 첫 걸음을 떼는 날”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 ‘그만하자’는 말 대신 ‘힘내세요’라는 격려 부탁

이날 기자회견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40일 넘게 단식을 해 온 유민아빠 김영오 씨도 참석했다. 김영오 씨는 “세월호가 많이 잊히고 있는 것 같아서 몸이 아직 완쾌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왔다”며 “옛날처럼 광화문에 많은 시민들이 오셔서 북적대면 마음 놓고 복식도 하겠는데 솔직히 할 수가 없겠더라”라고 말했다.

김영오 씨는 “3일만 하면 특별법 제정될 줄 알았던 이 싸움이 벌써 100일째다. 국민들도, 저희 유가족들도 지치고 힘이 빠지고 있다”면서도 “1000일이 되더라도 꼭 좀 도와주시고 약속지킴이도 참여 좀 많이 해 주십시오”라고 전했다.

또한 김영오 씨는 “저희 유가족들이나 지금 길거리에 계시는 시민분들에게 ‘그만하라’, ‘지겹다’ 이 소리만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진상조사위에 강제 수사권도 부여가 안 돼 특검 통해 하겠다고 해서, 3년이 아니라 5년 이상 걸릴 엄청난 장기싸움이 될 것 같은데 ‘그만하라’고 하지 말아달라”며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말씀 한 번만 해 주시면 좋겠다. 이 말이면 저희가 안전한 나라 될 때까지 싸우겠다. 10년 걸리든, 20년 걸리든 해 보겠다”고 밝혔다.

▲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동혁엄마 김성실 씨 (사진=미디어스)

동혁엄마 김성실 씨는 “제대로 된 나라라면 이 자리가 없었어야 된다”며 세월호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는 정부를 일갈했다. 김성실 씨는 “저희가 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단 하나, 진실이었다. 세월호 사고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 3일 동안 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라며 “저희도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머지 아이들의 부모로 다시 살고 싶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한 걸음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실 씨는 “‘약속’이라는 것은 실천과 행동이다. 이런 실천과 행동을 국민이 하기까지 국가는 뭘 하고 있었나”라고 반문하며 새누리당에는 유가족 뜻을 왜곡하지 말 것을, 언론에는 형평성 있게 정론을 써 줄 것을 주문했다.

학생도, 노동자도, 선생님도 함께 하는 ‘약속지킴이’

416 약속지킴이는 10가지 기억과 행동의 약속을 해 나갈 예정이다. 노란 리본과 현수막을 달고 주위에 나눠주기,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에 방문,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감시, 언론이 전하지 않는 소식 전하기, 촛불 밝히기, 국민간담회를 통해 가족 이야기 전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자신을 18살 고등학생이라고 소개한 청소년 약속지킴이 제안자 권진우 씨는 “학교에서 특별법 서명 받을 때 이런 얘기를 듣는다. 어차피 잊혀질 게 뻔한데 왜 서명 받느냐고. 하지만 (이런 행동이) 조금이라도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학교에서 알려준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진우 씨는 “세월호 참사 200일에 약속지킴이들은 전국 청소년 추모의 날을 개최할 것다. 또 세월호 문제 끝날 때가지 노란 리본 달기 운동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내일 모레 전국노동자대회를 치른다.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 안전과 생명이 돈보다 중요한 세상을 위해 다시 한 번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며 기다림의 버스 조직, 국민과 함께 하는 대화, 조합원들과 가족의 마음을 모아내는 모금작업 등을 해 내갈 것이라고 전했다.

▲ 광화문 광장 지킴이 김수근 씨 (사진=미디어스)

100일 가까이 광화문 광장을 떠나지 않고 있는 세월호 광장지킴이 김수근 씨는 박근혜 대통령 풍자 전단을 뿌리다 체포됐던 이하 작가의 작품을 들고 나와 “이하 작가가 어제 석방될 때 ‘이런 예술작품까지 무서워서 잡아 가두는 정부라면 대통령직을 그만둬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뭐가 두려워서,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서 길거리에 나선 사람들을 막는가. 이게 나라인가. 왜 수천 수만명 국민들이 서명하고 시위하고 100일 농성해야 하는가. 이 요구가 그렇게 큰 요구인가”라며 “우리가 왜 이 아이들이 죽었는지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되는 그 순간이 우리 교실 안에 평화가 온전히 안착되는 날이 될 것”이라며 “전교조 선생님들은 416 약속지킴이가 돼서 학생들과 함께 노란 테이블을 열어 세월호 참사 진상에 대해 토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말 생명의 존엄이 무엇인지, 국가 의무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416 약속지킴이 참여는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하는 국민간담회 자리, 세월호 416 운동 캠페인 자리에서 현장 신청이 가능하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링크 바로가기)에서 온라인 신청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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