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장관 류길재) 출입기자단이 청와대의 불투명한 대북 정책 ‘언론 공개지침(Press Guidance)’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기자단은 “민감한 남북관계 상황을 모두 공개할 수 없는 정부의 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정부는 최소한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단은 통일부의 거짓 브리핑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5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 우리 정부가 지난 13일 북한에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일정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공식, 비공식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브리핑은 사실과 달랐다.

16일에는 통일부 발 대형 오보가 있었다. 통일부는 언론에 ‘북측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명의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단독 접촉을 제의해왔다’고 알렸으나, 이 또한 잘못된 정보였다. 1보가 나간 직후 통일부는 ‘북측 대표는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라고 수정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회의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 정종욱 부위원장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자단은 이 같은 거짓 브리핑과 오보 배경에는 “청와대나 통일부의 정책 담당 부서가 대국민 창구인 통일부 공보 부서에 최소한의 자료도 주지 않고 ‘공보 전선’에 내보내는 상황”이 있다고 꼬집했다. 청와대와 통일부의 수뇌부만 공유하는, 불투명한 대북 관련 언론정책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기자단이 20일 통일부 장관실과 대변인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홍보수석실에 발송한 <정부의 ‘거짓말 브리핑’에 대한 통일부 출입기자단의 입장>에서 “정보도 권한도 없는 대변인을 통해 중대한 남북관계 상황을 알리는 것은 우리 언론인은 물론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기자단은 “정부는 최근 북한이 수차례 전통문을 보내 고위 군사 당국 접촉 개최를 제안한 것은 물론 정부가 2차 고위급 접촉 개최 날짜를 제안한 사실까지 비공개했다”며 “민감한 남북관계 사안을 모두 공개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미 예고된 2차 고위급 접촉 제안 사실까지 비밀에 부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청와대가 정하는 ‘언론 공개지침(PG)’에 따라 대북 관련 정보를 공개한다. 한 출입기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청와대 PG는 ‘정부가 통일된 방침을 발표한다’는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 때문에 언론이 오보를 쓰고, 청와대 지침 없이는 한 마디도 못하는 통일부가 거짓 브리핑을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기자단은 “‘투명하고 당당한 대북정책’을 천명했던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뀐 것인가” 반문하며 “남북관계의 ‘투명성 원칙’에 대해서는 각자의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정부가 약속한 것이라면 지키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류길재 장관은 22일 기자단과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통일부 출입기자단 입장 전문.

정부의 ‘거짓말 브리핑’에 대한 통일부 출입기자단의 입장

1. 정부는 10월 13일 북한에 10월 30일 2차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 10월 15일 이 사실이 공개될 때까지 정부의 대북 정책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통일부 대변인은 공개·비공개 브리핑에서 “검토 중이라 확정되지 않았다”, “북한에 제의할 시점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민감한 남북관계 상황을 모두 공개할 수 없는 정부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최소한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거짓말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정부의 모든 발표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 이번 ‘거짓말 사태’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2. 청와대와 통일부의 정책 부서가 통일부의 공보 부서에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이번 ‘거짓말 사태’의 뒤에는 통일부 대변인 개인의 실수 차원을 넘어서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청와대나 통일부의 정책 담당 부서가 대국민 창구인 통일부 공보 부서에 최소한의 자료도 주지 않고 ‘공보 전선’에 내보내는 작금의 상황은 오보 양산의 배경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 ‘황병서, 김관진 단독 접촉 요구’ 오보는 작금의 난맥상이 낳은 결과물이다.

정보도 권한도 없는 대변인을 통해 중대한 남북관계 상황을 알리는 것은 우리 언론인은 물론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임을 지적한다.

3. 남북관계 원칙을 지키라.

‘투명하고 당당한 대북정책’을 천명했던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뀐 것인가.

남북관계의 ‘투명성 원칙’에 대해서는 각자의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정부가 약속한 것이라면 지키는 것이 맞다.

정부는 최근 북한이 수차례 전통문을 보내 고위 군사 당국 접촉 개최를 제안한 것은 물론 정부가 2차 고위급 접촉 개최 날짜를 제안한 사실까지 비공개했다.

민감한 남북관계 사안을 모두 공개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미 예고된 2차 고위급 접촉 제안 사실까지 비밀에 부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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