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이번에 공직을 맡게 된다면 이것이 저의 마지막 공직이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작은 노력이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광고 판매 대행을 하는 공영 미디어렙 코바코 곽성문 사장의 자기소개서중 일부이다. 곽 사장은 이렇듯 노골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적시했지만, 코바코 이사회에서 별다른 논란 없이 선출되고, 방통위로부터 임명을 받았다. 코바코가 공영방송 3사(KBS, MBC, EBS)뿐만 아니라, 종교방송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퇴’ 논란이 벌어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는 21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곽성문 사장이 공모 당시 제출한 ‘자기소개서’가 논란이 됐다. 또, 민청학련 사건에 대한 프락치 의혹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 코바코 곽성문 사장(사진=연합뉴스)
곽성문, “친박의원들로부터 코바코 사장 지원요청”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코바코는 광고를 잘 알고 위기를 뚫을 분이 필요했다”며 “지상파 중간광고 하나만 놓고도 현 정권과 종편과의 관계 등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으로, 곽 사장은 그 자리에 적절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지적하며 “누구로부터 지원하라는 요청을 받았냐?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곽성문 사장은 “청와대 연락은 없었고, 평소 주변의 친박 의원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도발'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솔직한(!) 대답이었는데, 코바코 사장이 국감장에서 스스로를 거침없이 '친박'이라고 규정해 국감장이 술렁였다.

이어 곽성문 사장이 코바코 사장 지원 당시 제출했던 자기소개서 내용을 폭로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최민희 의원은 “언론계 기관에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쓴 것은 처음 봤다”고 지적했다. 해당 자기소개서에 따르면,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년이 되는 1994년 당시 큰 영애와의 특별 인터뷰를 계기로 인연을 맺었고, 자연스럽게 측근이 됐고 ‘대통령만들기’에 앞장섰다”고 적혀 있다. 또한 마지막 단락에는 ‘코바코 사장이 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적시돼 있다고 폭로했다.

▲ 곽성문 코바코 사장 지원서 중 일부(자료=최민희 의원실)
▲ (자료=최민희 의원실)

질타는 뜨거웠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 또한 “곽성문 사장은 최소한의 코바코가 존립하는 목적과 근거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코바코의 핵심가치가 중립성을 수호하는 것인데, 사장 본인은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편향적 정치적 인식과 정권에 아부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몰아 세웠다. 전 의원은 “그 발언 하나만으로도 더 이상 그 자리에 앉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전병헌 의원은 “코바코가 방송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라면서 “사실상 지상파의 생명줄(광고)을 쥐고 있는 데, 친박 정권의 성공을 위해 온 몸을 불사르겠다는 자세를 가지고 어떻게 (코바코를 통해)공영방송의 공공성 유지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곽성문 사장이 코바코를 통해 공영방송을 종박방송으로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곽성문 사장은 “저의 정치활동 4년에 대해 물을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코바코 업무과 관계없이 솔직히 쓴 것으로 이해해달라”며 “제가 더 이상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언제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해서는 “코바코 사장이 공영방송을 ‘종박방송’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자리는 아니다”고 발했다.

그러나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코바코라는 기관의 특성상 박근혜 정부에 우호적인 방송사에 광고를 몰아주고, 그렇지 않은 방송사의 광고판매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등 얼마든지 관여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코바코라는 조직은 공영방송이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코바코가 박근혜에 우호적인 방송에 광고를 더 배분하고 재원을 통해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충분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업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은 곽 사장의 진술을 받을 수 없다며 정회를 요청했다.

이에 곽성문 사장은 “제가 7년간 놀면서 공직을 갖고자 하는 의욕이 과도하게 표현됐다. 송구하다”고 사과하며 “코바코의 공적인 역할을 하는데 저의 정치적 견해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거듭 약속한다”고 밝히며 문제를 일단락하려 했다.

민청학련 피해자들에게 사과 요구…곽성문, 법증증언 사실 아냐“

이어진 국감에서는 '친박 충성' 논란과 함께 곽성문 사장의 민청학련 프락치 의혹이 제기되며 또 다른 논란이 벌어졌다. 특히, 곽 사장이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대권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위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은 “곽성문 사장의 이력을 보면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허위사실 유포로 벌금형도 받은 적이 있다”며 “위법을 하더라도 방송사를 줄세워 친박진흥공사를 만들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지금이라도 사퇴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2008년 곽 사장은 이명박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400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최원식 의원은 또한 “중앙정보부에 의해 MBC에 입사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소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구설수가 아니라 사실로 믿는다”며 “거짓 발언이라면 그 같은 사람들을 고소해야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병완 의원은 또한 “곽성문 사장은 유신정권의 대표적 용공조작인 민청학련 사건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허위증언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형과 무기징역 등을 선고하게 만들었다”며 “당시 피해자들은 최근 재심을 거쳐 무죄가 확정됐고 사법부으로부터 사과를 받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의원은 “당시 곽 사장의 법정진술이 증거가 돼 무고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할 의향은 없나”라고 물었다.

이 같은 지적에 곽성문 사장은 “대외적으로 소명하지 않았고, 고소할 생각도 없다”며 “보도된 내용 중 법정증인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철 전 사장 등 당사자들과 대화를 해서 (풀겠다)”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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