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가 교양국의 분산 해체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진행하면서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 등 주요 교양 프로그램이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MBC 교양국 PD들은 집단 성명을 내어 교양국 해체 시도를 규탄했다.

▲ MBC는 이달 말 안으로 교양제작국을 분산 해체하는 조직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상암MBC의 모습 (사진=미디어스)

MBC는 이달 말 안에 현재의 교양제작국을 없애고 해당 소속 PD들을 콘텐츠협력국, 예능1국으로 분산시키는 조직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사·교양 장르를 탄압하는 이러한 흐름은 김재철 전 사장 체제 이후 지속됐다. 4년 동안 시사·교양PD 신입사원 채용이 전무했고, 2012년에는 시사교양국이 해체됐다. <PD수첩> 등의 프로그램이 빠진 현 교양제작국은 이번 개편 후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대표적인 교양 프로그램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 등이 가을 개편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MBC 교양제작국 PD들은 20일 집단 성명을 내어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교양제작국 부서들을 예능국과 외주제작을 담당하는 콘텐츠협력국으로 분산 해체하는 것이 조직개편의 주요 내용이라고 한다.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 등 주요 교양프로그램들이 편성표에서 사라지는 가을 개편까지 비밀리에 준비되고 있다”며 “한 마디로 MBC 안에서 시사·교양을 초토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회적 공익 추구·사회적 약자 보호·품격 있는 프로그램’을 방송의 목적으로 선언한 <MBC 방송강령>을 들어 “시사·교양 장르는 공영방송의 위상을 재는 척도와도 같다”며 “KBS를 비롯해 민영방송인 SBS까지도 ‘교양국’이라는 명칭으로 제작 집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미 축소될 대로 축소된 MBC의 교양부문에서 현 경영진은 국마저 해체시키고 남은 구성원들을 뿔뿔이 흩어 놓는다는 것이다. MBC에서 제대로 된 교양 프로그램이 제작될 수 있는 풍토를 아예 없애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안광한 사장에게 “언론사로서 겪고 있는 전에 없는 신뢰도 추락, 방송사로서의 수익성 악화가 교양국 하나를 희생양 삼아 탈출할 수 있는 것인가. 시사·교양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같은 직종인 시사·교양PD들의 조직을 통합하고 프로그램 시너지를 복원시키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이런 길을 마다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교양제작국 해체를 기정사실화한 조직개편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노조)는 교양제작국의 해체가 노동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 지난 14일 회사에 노사협의회를 요청했으나 회사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MBC노조는 21일 회사에 노사협 개최를 요구하는 공문을 다시 발송할 예정이다.

MBC노조 김재영 편제민실위 간사는 20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 등이 없어지게 됐다. 하지만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얘기도 하지 않고 있다”며 “폐지 프로를 대체할 만한 프로그램을 외주 쪽에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사 PD들은 개편 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외주제작사에서 나온 말 때문에 알게 되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간사는 “회사는 철저히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내일 노조 공문 발송 후) 회사 행동을 보고 구체적인 정보를 알게 되면 그때 PD들끼리 모여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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