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대’가 속도조절을 택했다. 국회의원 십수 명을 이끌고 3박 4일 중국 방문에 나서는 ‘대장 본능’을 발휘했던 ‘무성 대장’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개헌’을 말했다. 하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7일 아침 새누리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중국에서 제가 예민한 개헌 논의를 촉발시킨 것으로 크게 확대보도된 데 대해 해명의 말씀을 드린다”며 ‘개헌 봇물’ 발언을 하게 된 경위를 상세히 설명했다.

김무성 대표는 “정식 기자간담회가 다 끝나고 식사하는 시간에 저와 같은 테이블에 있던 기자와 환담하던 중 개헌에 관한 질문이 있었고, 민감한 사항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제 불찰로 생각한다“며 “대통령께서 아셈 회의에 참석하고 계시는데 제가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발언했다. 이어서 김 대표는 “어쨌든 저희 불찰로 연말까지 개헌 논의가 없어야 하는데 크게 보도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는 우리 당에서는 개헌 논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김 대표는 전날 중국 상하이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 후 개헌논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며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개헌의 구체적 방향까지 거론한 바 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의 전날 발언과 이날의 사과는 정교하게 기획된 ‘치고 빠지기’로 여겨지고 있다. 이 일련의 행보를 그가 대통령과 대립할 수도 있는 여당 대표이지만 벌써부터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겠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아침 라디오에 출연한 ‘친박 의원’들의 반발도 흥미롭다. YTN 라디오 <신율의 새아침>에 출연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일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시진핑 주석과 대담하는 장면이 나오면,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가 나오고, 바로 그 다음날 개헌 이야기를, 대통령과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로 하는 것, 이게 일종의 타임 스케쥴에 의해서 나온 것 아니냐, 그런 의구심을 제기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신율 교수의 질문에 “김무성 대표가 그런 일을 하시는데, 왜 타임 스케쥴을 안 따지시겠습니까? 그래서 더욱 더 섭섭하다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 홍문종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진행된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문종 의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하고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새누리당 대표를 하던 ‘친박누리’ 시절 그 당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친박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러한 홍문종 의원의 발언은 소위 ‘친박’이 김무성 대표에게 가지는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측면이 있다.
홍문종 의원은 “제가 김무성 대표와 대통령 사이에 약간의 갈등이 있을 때도, 제가 대통령께 김무성 대표를 꼭 모셔서 같이 해야 한다. 김무성 대표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고, 우리 당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이렇게 간곡하게 청구했던 사람”이라면서, “아마 그 주변에 있는 분들이 조금, 김무성 대표가 앞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주변 이슈들에 대해서 천천히 살펴보고, 그런 것들이 어떤 임팩트가 있는가를 따져봐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홍문종 의원은 “이번에 중국에 간 문제도 그렇다. 사실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당 대표가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지금 한창 국감 할 때 아닌가? 세월호 이후에 국감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나? 저희도 정말 살 얼음판을 걷듯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데) 국회의원을 여러 명 모시고 중국에 가시면, 국감 기간에 국회의원이 빠진 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임무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감 아니나? 그런 문제부터, 지금 김무성 대표가 하시는 행보 자체가 저희로서는 걱정이 많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홍문종 의원은 “아시다시피 개헌론이라는 것이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야당도 개헌론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찬성한다고 우윤근 의원은 말씀하셨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 저 당이 중구난방이어서 통일된 의견을 내놓기 어렵다. 그런데다가 지금 우리 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굉장히 많이 있고, 또 동의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도 많은 다른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추진해 나가서 어떻게 3분의 2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이 참 걱정이 된다. 결국은 민생이 실종되고, 또 대통령 선거가 3년 반이나 남았는데, 다시 대선 정국으로 몰고 가는 것 같은, 그래서 무슨 도움이 될지 걱정이 된다”라고 전망했다.
▲ 지난 9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창조경제확산위원회 출범 1주년 기념행사'에서 이한구 국회 창조경제 활성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역시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이한구 의원 역시 원내대표를 역임한 바 있으며 대선 국면에선 캠프 내부에서 ‘경제민주화’의 김종인을 무력화시킨 바 있는 대표적인 ‘친박’ 의원이다. 이 의원은 “개헌은 어차피 우리 대선공약이기도 하다”라면서, “제 희망은 경제혁신과 관련된 여러 가지 법안 지금 나와 있는 것 있고 곧 제출될 거 있고 그렇다. 또 공무원연금 개혁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건 대략 금년에 마쳐버리고 내년도 가선 개헌논의를 좀 집중적으로 해서 총선 때 국민투표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친박’ 역시 개헌을 반대하지는 못하지만 대통령의 의중도 있고 해서 지금의 상황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벌써부터 새누리당의 대권주자들이 스스로 ‘미래권력’을 참칭하고 대통령에 격돌하지는 않겠지만, 일사불란의 전통을 가진 새누리당 역시 ‘파워개임’의 쟁투에 들어갈 수 있을 가능성을 이 사건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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