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송전선로를 땅에 묻은 지중화구간 주변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세계보건기구가 어린이백혈병 발병율 위험기준을 최대 수십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이 서울지역 지중화구간 7곳에 흐르는 전자파(극저주파 자기계)를 복수의 장비로 측정한 결과다.

16일 장하나 의원실이 공개한 <지중화송전선로 전자파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팀은 △서울 국회 앞 △양천구 목동 아파트단지 주변 △영등포구 양평동 아파트단지와 대형마트 인근 △노원구 상계동 △서초구 서초동 주택과 고속도로 인접지역 △강남구 삼성동 대로구간 △강남구 대치동 대로구간 등 총 7곳을 조사했다. 조사팀은 세 종류의 극저주파 전자파 측정기(환경보건시민센터 보유 TENMARS TM-192, 국립환경과학원 보유 EMDEX2, 한전 전기연구원 소유 narda)로 극저주파 자기계를 측정했다. 조사팀은 “성인과 어린이의 키차이를 고려해 한 지점에서 50cm, 100cm, 150cm의 3곳 높이에서 측정하고 이의 평균값을 대표값으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지난 2001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고압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잠재적으로 인체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매개체’로 분류, ‘가능한 발암성(possible carcinogenic)’으로 규정한 바 있다. “고압송선전로 전자파의 건강영향: 3~4mG 이상의 고압송전선로 전자파 세기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세계보건기구 공식발표 내용이다. 장하나 의원실은 “극저주파가 4mG(밀리가우스) 이상이면 암 발생 위험도가 2배가 넘고 3mG이상 노출 시 상대위험도가 1.7배 증가한다는 것이 관련 보고서들의 공통된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 국회 정문 앞 측정결과. (사진=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

조사결과를 보면, 국회 앞 인도의 전자파 대표값은 71.3~74.9mG로 나타났다. 목동의 경우 측정지점에 따라 최소 0.01mG, 최대 65.08mG으로 측정됐다. 양평동 지중화구간에서는 최소 7.99mG, 최대 131mG로 나타났다. 노원구 상계동의 지중화구간에서는 74.49mG인 장소부터 최대 300.2mG을 기록한 곳까지 있었다. 서초동 지중화구간 5곳의 측정값도 모두 3mG 이상으로 나타났고, 삼성동 지중화구간 7개 지점에서는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3mG 이상으로 측정됐다.

조사팀은 “고압송전선로 지중화 구간의 전자파세기가 지상구간보다 최고 10배 이상 높다”며 “특히 국회의사당 앞, 영등포구 양평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등의 지중화구간에 매우 높은 전자파세기의 핫스팟(hotspot)지역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일례로, 노원구 상계동 지중화구간에 있는 유치원 인근을 측정한 결과, 인접 인도에서는 93.15mG, 유치원 옆 옹벽에서는 150.6mG, 유치원 마당에서는 67.7mG로 측정됐다. 반면 지상철탑이 있는 지상을 측정한 값은 11~16mG다. 조사팀은 “고압송전선로 전자파는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2급 발암물질(Group2B)인데 어린이 백혈병 발병율 높이는 3~4mG의 수십, 수백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조사팀 현장 측정 모습. (사진=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장하나 의원실은 한전에 확인한 결과 “그동안 고압송전선로 지중화 지역에서의 한전이나 지자체 및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전자파측정이 공식적으로 진행된 바 없고 관련 정보도 공개된 바 없다”고 밝혔다. 장하나 의원실은 이어 “서울지역 152곳 341km 지중화구간 중 전자파 차폐설비가 갖춰진 곳 한곳도 없다”며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조사팀은 “서울과 전국의 고압송전선로 지중화구간에 대한 전자파 발생실태를 속히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매우 높은 세기의 전자파가 측정되는 ‘지중화 전자파 핫스팟(hotspot) 지역’에는 임시조치로서 안내판을 설치해 오랫동안 체류하지 않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한전과 지자체에 대책을 촉구했다.

조사팀은 “우선 주거지역과 학교, 유치원 등에 대해 전자파 차단 기술설비를 적용해 국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사팀은 또한 “같은 지중화 구간에서 특별히 전자파세기가 높은 구간의 경우가 있고 구간별로도 전자파세기에 큰 차이가 있어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전자파 세기를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 질의에 대한 한전 답변. (자료=장하나 의원실)

일단 묻고 보자는 식의 공사방식을 지양하고, 보완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조사팀 결론이다. 조사팀은 “고압송전선로가 지중화되어 매설되는 추세인데 전자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 매설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신설되는 지중화 구간중 사람들이 통행하는 구간에는 모두 전자파 차폐시설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팀은 이어 “고압송전선로의 지중화는 지상의 가공 송전탑 시설이 야기하는 경관문제, 재산권침해 문제의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다만 본 조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지중화 매설 시 전자파 차단기술을 적용해 전자파공해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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