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들여다 본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카카오톡에는 기자소통방도 있었다. 정진우 부대표는 지난 5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만민공동회를 기획했고, 평소 같이 기자소통방에 관련 소식과 보도자료를 올렸고, 기자들은 취재에 활용했다. 경찰은 6월10일 정진우 부대표를 연행했고, 법원은 사흘 뒤 ‘만민공동회 주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카카오톡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된 것은 6월17일이다. 정진우 부대표는 9월18일 도착한 ‘송·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집행사실 통지’를 받기 전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 9월5일 경찰은 카카오톡 수사자료를 검찰로 송치했고, 16일자로 통지서를 보냈다. 그리고 10월1일 정진우 부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검경의 사찰 사실을 폭로했다.

당연히(!) 기자들의 개인정보도 털렸다.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압수수색 집행 대상과 종류는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메시지 내용 △대화 상대방 아이디 △전화번호 △대화일시 △수발신 내역 일체 △그림 및 사진 파일 등이다. 정진우 부대표에게 쌍용차, 기륭전자, 밀양 송전탑 관련 일정과 정보를 전해받았던 기자들은 졸지에 사찰 피해자가 됐다.

▲ 조윤호 기자가 기자회견 직후 열린 토론회를 취재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도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조윤호 기자는 1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피해당사자로 참석했다. 그는 “권력이 감시하거나 건드리는 사람을 취재하면 ‘내 정보도 털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이후 카카오톡 사용을 줄였고, 기자들이나 주요 취재원과는 텔레그램으로 소통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공권력 통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카오톡이 난타를 당하며 주식이 떨어지니 어쩌니 하는 보도가 많이 나온다.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을 비교하는 기사도 많이 나왔다”며 “카카오도 잘못을 한 게 많지만 사실 문제의 핵심은 검찰 같은 수사기관이다. 정보를 내놓으라고 한 주체는 그곳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윤호 기자와 일문일답.

미디어스) 정진우 부대표 카카오톡 기자소통방(언론소통방)에 있었나.

정진우 부대표가 세월호 참사 이후 만민공동회를 기획하면서 언론소통방을 만들었다. 취재를 하려는 기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취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단체카톡방이었다. 5월18일 만민공동회 행사가 한 번 있었고, 저는 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전날인) 17일부터 카톡방에 들어갔고, 6월10일 이후까지 카톡방에 있었다. 지금까지 40여 명의 기자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디어스) 그러면 압수수색영장 집행사실 통지서를 보면 범위를 특정할 수는 없다. 검찰이 기자소통방 대화내용도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

집회 현장에서는 카톡방이 유용하게 쓰인다. 시끄러운 현장에서는 통화가 잘 안 된다. 예를 들면 카카오톡을 통해 ‘사람들 몇 명이 어디로 연행됐다’ ‘지금 시민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를 공유하는 게 편하다. 그래서 저도 카톡방을 통해 이런 정보를 공유했다. 생각해보면 경찰과 검찰 입장에서는 ‘이 집회가 불법이다’라고 주장하려면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 뭘 했는지 알아야 하는데 카톡방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카카오톡에 신경을 쓴 것 같다.

미디어스) 무섭지는 않았나.

이야기를 듣고 꺼림칙했다. 특히 제가 (카톡방에서) 발언한 것까지 노출되고, 중요한 정보까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취재원과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압수수색 내용을 보면) 만약 취재원이 잘못된 일을 하면 기자들도 같이 털린다.

미디어스) 기자들은 친한 취재원과 내밀한 이야기도 한다. 취재과정에서 알아낸 정보를 공유하면서 취재일정을 잡고, 기사를 만들어 나가는 경우도 많다.

식겁하긴 했다. 사건이 나고 텔레그램으로 바꿨다. 이게 안전한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취재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권력이 감시하거나 건드리는 사람을 취재하면 ‘내 정보도 털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뜨악’ 했다.

미디어스) 기자들에게는 스스로 대화내용을 검열하는 기제가 될 것 같다.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나.

요새 기자들끼리 정보공유를 하는 경우, 취재원이나 대화상대방이 텔레그램을 쓰면 텔레그램으로 대화하는 편이다. 카카오톡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 15일 <박근혜정부 사이버 정치사찰, 국민감시 중단과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윤호 기자. (사진=오마이뉴스)

미디어스) 취재하는 기자로서 검찰 등이 이 논란을 어떻게 불식시켜야 한다고 보나.

디지털 정보를 압수수색한다면 해당 날짜만 가져간다거나 관련 내용만 가져가야 하는데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통째로 가져가다 보니까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또 하나, 검찰이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영장을 남발한다는 생각이다. 당사자가 전혀 모른다는 것도 문제다.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미디어스) 사이버 검열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카카오톡이 난타를 당하고 주식이 떨어지고 다시 오르고 이런 보도가 많이 나온다.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을 비교하는 기사도 많이 나왔다. 카카오도 잘못을 한 게 많지만 사실 문제의 핵심은 검찰 같은 수사기관이다. 정보를 내놓으라고 한 주체는 그곳이기 때문이다. 공권력 통제가 핵심이다. 기업 하나를 조지는 형태로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도 든다. 본질을 보다 잘 접근하는 보도가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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