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감사 대상자에게 ‘식사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미디어오늘>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저녁 7시께 서울 서대문 인근 한정식집 ‘수정’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민주당 문방위원들과 만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는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이 문방위원들과 일정을 협의해 잡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 의원 외에 이종걸 장세환 서갑원 변재일 의원 등 5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보도에서는 “전병헌 간사가 민주당 문방위원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유인촌 장관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여당 위원들은 다 만났다. 야당 위원들도 만나야 하지 않느냐’고 만남을 제의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국감을 앞두고 잘 봐달라고 하는 자리이겠거니 해서 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민주당 한 국회의원의 발언도 소개됐다.

이번 모임을 조직(?)했다는 전병헌 민주당 문방위 간사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시간30분 동안 저녁식사를 하면서 인사를 하는 정도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과연 ‘향응’에 속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번 최시중 방통위원장과의 자리는 납득하기 힘든 ‘문제적 식사’라는 혐의를 쉽게 벗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그간 행보를 돌이켜보자. 민주당은 지난달 3일 KBS 정연주 사장 후임의 선임을 논의하기 위한 이른바 ‘KBS대책회의’에 참석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정정길 대통령실장, 유재천 KBS이사장 등 7명 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KBS 대책회의’가 무엇인가? 정연주 사장 후임 인선 직전,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서울시내 한 호텔 식당에서 주선한 ‘식사 자리’였다. 이날 2시간동안 열린 ‘저녁밥 먹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언론 장악의 주역’이 되어 민주당에게 직권남용으로 고발당한 것이다. ‘식사 자리’로 고발당한 사람이, 고발한 사람과 식사 자리를 갖는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들들은 “민주당이 도대체 왜 그 자리에 응했냐”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스스로 언론장악의 주역이라며 사퇴를 촉구해온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제안한 자리라면 거절하는 것이 당연지사일 법하다는 얘기다. 국감이라는 격전을 앞둔 시점에서, 당연하지 못한 행보를 보이며 피감기관과 밥 먹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최시중 접대받은 민주당, 야당 역할 포기하는가’라는 논평을 내어 “민주당은 야당이 아니라 ‘전(前) 여당’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에서는 얼굴 붉히며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뒤로는 정부 관료들과 우의를 돈독히 하기에 여념 없는 모습은 부적절한 만남이요, 야당의 역할이 무엇인지, 국회의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망각한 행태’라는 비난과 함께. 요약하자면, ‘전병헌 문방위 민주당 간사와 몇몇 민주당 의원들이 제1야당의 역할을 깜빡한 것이냐’는 내용이다.

전병헌 의원이 지난달 29일 원음방송 <시사 1번지>에서 밝혔듯이 “정부의 미디어 장악 문제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철저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는 제1야당으로서의 결의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건망증부터 치료하셔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은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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