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친 금요일의 최고 선물은 단연 ‘꽃보다 청춘’이었다. 그러나 이번 주는 그 순위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곽진언의 미공개 풀영상 ‘후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니었고 지난 영상이 새삼 화제가 된 것이었다. 이번 주부터 슈스케는 생방송 경연에 돌입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어떠해도 상관없었다. 비록 이미 본 영상이었지만 생방송보다 더 살아있는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처음 김필, 임도혁과 함께 ‘당신만이’로 시작해서 김필과 듀엣으로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로 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더니 결국은 곽진언 혼자 부른 자작곡 ‘후회’는 지금까지의 흐름을 마무리 같은 느낌이었다. 두 명, 세 명 사이에 조용히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않던 곽진언의 진짜 모습은 이것이다. 생방송의 경연으로 인해 어떻게 자기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더라도 진짜 곽진언의 본질은 이것이라고 미리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물론 방송에 비친 낯선 신인을 보고 그것이 본질인지 아니면 기술인지를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본질이면 어떻고 또 기교면 어떻겠는가. 적어도 자기 엄마가 써준 가사에 곡을 붙인 자작곡 ‘후회’는 한동안 대중가요를 들으며 얻지 못했던 감동과 사색을 얻게 해주었고, 감동 이상의 충격으로 남았다. 통기타 하나 그리고 기교 없이 써내려간 담백한 가사 거기에 곽진언의 멜로디는 오래 잊고 있었던 통기타 가수들의 이름들을 떠올리게 했다.

조동진의 낮은 저음도 떠올랐고 김광석도 생각나게 했다. 조금 다른 색깔이긴 해도 정태춘의 초기 모습이 생각났다. 이제 91년생인 어린 곽진언에게서 이처럼 오래 된 가수들을 떠올린다는 것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노래들에게서는 좀처럼 받지 못했던 감동의 기억이 찾은 것이라 어쩔 도리 없는 일이다. 잃어버린 것,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에 대해 노래한 곽진언의 후회는 갖고 싶은 것, 그 욕망에 빠져버린 요즘 노래와는 근본부터 달랐다.

생방송 첫 경연에서 곽진언은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불렀다. 심사위원들은 각자의 색깔대로 이런저런 평가를 했지만 이승철의 심사평은 무척 의외였다. 이승철은 “내 팬들이 뭐라 할지 모르겠지만 목소리 참 부럽네요. 목소리 하나로 모든 악기를 필요 없게 만든다”고 했다. 사실 슈스케6에는 만만치 않은 보컬실력과 톤을 가진 경쟁자들이 있다. 김필이 그렇고, 슈스케 사상 최연소 톱10에 든 이준희의 마이너에 최적화된 목소리도 흡인력이 매우 강하다.

노래가 아니라 말을 하는 것처럼 낮게 부르는 담담한 호소력을 담은 곽진언의 목소리는 그의 노래 해석의 능력에 어울리면서 정말 매력적일 수밖에는 없기도 하다. 그러나 곽진언은 슈스케에 아주 적합한 가수라고 하기는 분명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중을 열광케 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곽진언이 상당히 오래 생방송 무대에서 생존할 것은 분명하지만 우승할 거라는 예상과 기대 모두 힘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곽진언이 보여준 것만으로도 그는 슈퍼스타K 아니 모든 오디션 사상 가장 위대한 신인이라고 하고 싶다. 오디션 성적과는 무관하게 그 다음이 기대되는 신인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슈스케6 생방송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게도 된다. 경연이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무대를 떠나 곽진언 본연의 노래를 만들고, 부를 수 있는 미래가 기다려진다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와 같은 열광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곽진언 같은 신인을 발굴해낼 수 있다면 슈스케는 여전히 존재가치를 자랑해도 좋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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