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가 "징계 대상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노조원 33명 가운데 11명의 징계 사유가 조작됐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YTN지부는 "합리적 소명 절차 보장도 없이 징계 사유 조작을 통해 인사위가 일방적으로 징계를 강행할 경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혀, 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인사위원회는 노조원 33명을 대표이사 출근저지,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징계 대상자로 선정했으며, 지난 24일부터 사흘 동안 총 13시간에 걸쳐 노조원 25명에 대한 징계 심의를 진행했다. 이런 가운데 29일 인사위는 남은 노조원 8명에게 구두 소명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서면진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며, 이로써 심의 절차를 종결했다.

YTN지부는 30일 밝힌 ‘인사위원회의 징계 사유 조작 사례를 폭로한다’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다음과 같은 인사위 징계 사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 지난 18일 인사위원회가 노종면 지부장에게 보낸 출석통지서. 출석통지서에는 징계 사유가 '대표이사 출근저지' '업무방해'라고 되어 있으며, 시기는 '2008.8.6~2008.9.17'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YTN지부

1. 사안 발생 시점과 출석통지서 상 징계 사유 발생 기간의 불일치

인사위는 당초 출석통지서에 징계 사유를 밝히며 '2008.8.6~2008.9.17'이란 기간을 명시했지만, 노조가 인사위 쪽에 확보한 문서(서면진술서)에는 지난 8월 6일 이전 시점 행위인 '대표이사 출근저지(2008.7.22등)' '대표이사실 앞 항의농성(2008.8.4/2008.8.5)'이 징계 사유로 포함돼 있다.

▲ 노종면 지부장이 지난 26일 인사위에 요구해 확보한 서면진술서. 당초 출석통지서 상에는 징계 사유가 '대표이사 출근저지' '업무방해'였지만, 서면진술서에 명시된 노 지부장의 인사위 징계 회부사유는 모두 7개이다. ⓒYTN지부

2. 출석통지서 징계 사유와 인사위 문건 징계 사유의 불일치

지난 18일 인사위원장 명의로 발송된 출석통지서 상의 징계 사유에는 '대표이사 출근저지' '업무방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노종면 지부장이 지난 26일 인사위 쪽에 요구해 확보한 문서(서면진술서)에는 출석통지서 상과는 다른 징계 사유가 명시되어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노 지 부장의 인사위 징계 회부사유는 △대표이사 출근저지 △대표이사실 앞 항의농성 △보고업무 방해 △급여결재업무 방해 △인사위원회 개최 방해 △생방송뉴스 피켓시위 △상기 1~6호 행위의 결정 및 주도 등이다.

YTN지부는 이에 대해 "인사위가 당초 징계 사유를 사측으로부터 넘겨받아 당사자들에게 출석통지서를 발송한 뒤 노조 투쟁의 핵심 인사들에게는 더 무거운 징계를 부과하기 위해 징계 사유를 추가한 것"이라며 "인사위는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징계 대상자들에게 적당한 사유를 붙여 중징계를 강행하기 위해 관련 문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인사위원은 "출석통지서에서 징계 사유 모두를 명시해야 할 규정이 없다. 그렇기에 소명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사팀 관계자도 "출석통지서 상에 징계 사유를 모두 열거할 필요가 없어 포괄적으로 명시하는 것"이라며 "노조의 출근 저지는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라 70여일 넘게 이어지고 있기에 하나하나 대응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덧붙였다.

▲ 인사위원회가 지난 29일 다시 노조에 보낸 노종면 지부장 서면진술서. 26일 공개된 서면진술서와 같아 보이지만 이 문건은 당초 출석통지서에 명시된 일자 '2008.8.6~2008.9.17'로 기간이 조정됐다. ⓒYTN지부

3. 9월 26일 인사위원회 직후 문건 조작

지난 26일 노 지부장의 징계 사유 조작에 대한 노조의 지적이 잇따르자, 인사위는 29일 인사위 회부 대상자 징계 사유가 사안별로 적혀있는 문건을 다시 노조에 보냈다. 29일 노조가 받은 문서의 형식은 26일 문건과 같은 '서면진술서'였지만, 이 문건에는 원래 출석통지서 상의 기간으로 일자가 모두 조정됐다.

YTN지부는 "노 지부장이 26일 인사위에서 징계 사유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인사위는 행정적 착오로, 18일 발송된 출석통지서를 기준으로 하겠다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29일 다시 조작된 문건에는 배제됐던 사유들이 버젓이 되살아나 있었고 일자도 출석통지서 상의 기간을 벗어나지 않도록 바뀌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사측이 무조건 해당 노조원을 징계하기 위해 징계 기간과 사유를 끼워 맞추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왼쪽은 지난 26일 노종면 지부장 요구로 인사위원회가 밝힌 서면진술서이며, 오른쪽은 29일 인사위원회가 노조에 다시 보낸 서면진술서이다.

4. 구본홍 출근 저지 행위 없었음에도 징계 사유에 포함

YTN지부는 "일부 노조원의 서면진술서에는 징계 회부 사유 가운데 '대표이사 출근저지' 항목으로 해당 날짜가 기재돼 있지만 해당 날짜에 노조원이 그 자리에 없었거나, 구본홍씨가 출근하지 않아 실제 '출근 저지' 행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노 지부장의 서면진술서에는 '대표이사 출근저지' 날짜로 8월 13일이 명시돼 있지만, 당시 노 지부장은 오전 9시 노조 출정식을 열었으며, 오후 3시부터 구본홍씨와 대화를 시작했다. YTN지부 역시 구본홍씨가 회의실로 갈 수 있도록 저지 투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면진술서에 명시된 8월 20일은 구본홍씨가 외부 일정을 이유로 출근하지 않아 출근 저지 투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YTN지부는 "이렇게 믿기 힘들 정도로 날치기 인사위가 강행되고 황당한 징계 사유 조작이 이뤄지는 이유는 단 하나일 것"이라며 "바로 각본대로 사측이 원하는 노조원들을 엮어 넣기 위해 무리하게 징계 수순을 밟고 있는 증거"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 노조원도 "징계는 해당 노조원 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평생 상처로 남을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회사는 인사위원회 과정에서 많은 절차상 문제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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