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은 ‘돈’을 풀면 이용자들은 좋다. ‘보조금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맞지 않다, 차라리 출혈경쟁을 하는 게 이용자에게 이득’이라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이게 ‘요금’으로 전가된다는 게 문제다. 서비스는 거기서 거기다. 요금도 같다. 이용자들의 통신요금에는 사업자들의 마케팅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OECD 국가 중 생활비에서 가계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고다. 더구나 이동통신사들은 이동통신서비스를 IPTV와 인터넷과 결합판매한다.

사업자가 돈을 풀면 풀수록 갈아타기는 어렵다. 대신 호갱님이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스텝1. 이통사는 원가는 부풀리고, 정부부처는 이를 눈감아준다. 스텝2. 설비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아 통신장애가 일어나도 보상 한 푼 없다. 스텝3. 수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마케팅비용은 이용자에게 떠넘긴다. 이게 IT 최강국 이동통신사업자의 ‘호갱님 프로젝트’다. 보조금 경쟁을 한다는데 이용자들은 왜 날이 갈수록 호갱님이 될까. 사업자들은 언제나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정부는 시늉이라도 했다. 2010년 5월1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3사를 불러모아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에 합의했다. 당시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석채 KT 회장, SK텔레콤 정만원 사장,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은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용을 2010년 22%, 2011년~12년 20% 이하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마케팅비를 줄여 통신요금을 내리라는 취지였고, 사업자들도 동의했다.

▲ 이통 3사의 마케팅비용. (자료=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실)

그런데 사업자는 돈을 최대 3조 원 더 풀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통3사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3조444억 원 초과했다. 사업자별로 보면 SK텔레콤의 초과금액은 1조5161억 원으로 전체 절반에 이른다. KT는 9826억 원, LG유플러스는 5457억 원이다. 환영할 일이 아니다. 마케팅비를 보면 5대 3대 2 점유율과 거의 비슷하다. 결국 점유율 유지를 위해 과도한 돈을 썼고, 이는 통신요금과 전혀 무관하다.

이를 두고 홍의락 의원은 “가이드라인이 법령상 규정은 아니지만, 적정한 이통사 마케팅비 규모의 기준이 될 수는 있다”며 “이통사는 마케팅비를 절감해서, 그만큼 국민의 통신비를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조금 상한선 제시 등 최근의 정책을 볼 때, 미래부와 방통위는 국민의 이익보다는 이통사·제조사 등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다양한 제재수단을 활용해서, 대통령의 국민 통신비 인하 공약이 꼭 지켜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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