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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윤근 체제, 새정치의 '딜레마' 부추기는 조중동의 노림수는?'친노' 집착 언론의 게으름, '무식'하거나 '무지'하거나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10.10 11:24

하나의 딜레마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 계파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을 ‘친노’와 ‘비노’의 대립으로 표현하는 것도 매우 세밀하지는 않을지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어떤 지지자들은 존재하는 계파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조중동 프레임’에 휘말렸다고 비판하곤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조중동 프레임’, 이렇게 두 단어만 넣으면, 무슨 일이 있든 새정치민주연합을 옹호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보수언론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갈등을 존재 이상으로 부추기고, 이것을 활용하여 그 정당을 분열시키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견인하기 위해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리고 이들의 ‘장난질’ 때문에 정작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주문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도 현실이다. 
 
9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로 선출된 우윤근 의원에 대한 보수언론의 보도를 보면 다시 한 번 이 딜레마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우윤근 의원은 ‘친노’로 구분된다. 이런 구분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윤근 의원이 ‘친노’로 분류되는 이유를 살펴보면 열린우리당 시절 정계에 입문했다는 것,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것 정도다. 
 
   
▲ 10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
 
굳이 이런 방식으로 따진다면 새정치민주연합 사람들은 크게 두 패로 갈린다. 열린우리당-민평련(김근태)-정세균-486세대와 어떤 식으로든 얽힌 한 패가 있고, 구민주당-정동영-손학규-김한길-안철수-호남과 어떤 식으로든 얽힌 한 패가 있다. 이들 중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이들의 이름은 '주류‘, ’구주류‘, ’신주류‘ 등으로 바뀌며 요동을 친다. 
 
전자를 ‘친노’로, 후자를 ‘비노’로 부를 수 있을까? 이들 두 계파가 대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걸까? 흔히 ‘강경파’와 ‘온건파’의 노선투쟁이 있다고 하는데, 위의 구분의 전자가 강경파라 볼 수 있을까? 
 
하나하나 다 성립하기 힘든 얘기다. 일단 고 김근태 고문의 유산인 민평련은 흔히 ‘친노’로 묶이지 않는다. 민평련 자체가 현재는 동호회 같은 분위기가 되어 있기도 하다. 정동영은 열린우리당 분당 과정에선 구민주당 지지자와 척을 졌지만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친노 이해찬과 대결하면서 비노의 대표가 되었다. 김한길과 안철수가 당권을 잡았을 때, 그들은 정동영에게는 공천을 주지 않았고 손학규에겐 어려운 지역구를 줬다. 
 
강경파와 온건파 문제까지 가면 문제가 훨씬 더 복잡해진다. ‘강경’과 ‘온건’이 노선을 말하는 것인지 방법론을 말하는 것인지가 헷갈린다. 가령 정동영을 생각해보자. 이명박 정부 시기 그는 민주당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이 되었다. 지나치게 과거 민주노동당의 노선과 정책을 고집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정동영은 분명 ‘비노’인데, 현재의 모습으론 ‘친노’보다 ‘진보적’이다. 그렇다고 그를 ‘강경파’라고 불러야 할는지는 불분명하다. 
 
   
▲ 10일자 한겨레 6면 기사
 
이렇듯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문제는 ‘친이’, ‘친박’ 혹은 ‘친박’, ‘비박’ 정도만 따지면 되는 새누리당보다 훨씬 복잡하다. 새누리당이야 누구와 친한지 누구에게 줄섰는지 정도로 설명이 되지만, 이쪽은 해묵은 구원에 이념과 노선문제까지 개입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우윤근이라는 정치인을 살펴보자. ‘친노’인가?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는 ‘온건파’로 분류되고, ‘호남’ 정치인이다. 흔히 ‘친노’에 붙여대는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새누리당에선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연속성 때문에 정책위의장이었던 그가 원내대표가 되기를 학수고대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기에 이런 경우 언론에선 흔히 “친노이지만 계파색이 옅다”라고 표현한다. 앞서 정리한 것을 매번 다시 적기엔 지면이 아깝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지식을 다시 한번 탑재하고, 신문을 훑자. 보수언론 중에서도 눈에 띄는 언론이 있다. <동아일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적어도 위에서 정리한 “친노이지만 계파색이 옅다”라는 설명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중앙일보> 5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탑 기사 제목이 <친노 온건파 우윤근 “이완구와 얘기 통하는 사이”>인 것이 그 예다. <조선일보>도 우윤근 원내대표 선출에 대한 5면 상단 기사 제목을 <“정부와 民生정책 경쟁…代案 없는 비판 안하겠다”>을 가져갔다.
 
   
▲ 10일자 중앙일보 5면 기사
 
다만 <조선일보>도 5면 하단 기사 제목을 <비대위 이어 원내대표도 ‘親盧 싹쓸이’…野 계파 갈등 커질듯>으로 가져가기는 했다. 그런데 이게 <동아일보> 보도에 비하면 ‘애교’에 가깝다는 게 큰 문제다. 10일 <동아일보>는 1면과 3면에 해당사안을 보도했다. 1면 기사 제목은 <새정치聯 원내대표에 ‘親盧’ 우윤근>으로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3면 탑 기사 제목은 <42:33:43… 野계파갈등의 민낯 드러내>로 야권의 분열을 부추기려는 노골적인 의도가 엿보였다.
 
<동아일보>의 내심은 사설에서 드러났다. 이날 <동아일보>는 사설 제목을 <원내대표까지 친노 뽑아 민심에서 더 멀어진 새정연>로 달았다. ‘친노’가 ‘민심’에 반대되는 것에 있다는, 사실 여부를 신경쓰지 않는 노골적인 배제의 덧칠이었다.
 
사설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첫 문단에서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이 된다. 범친노인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친노 비대위원인 정세균 인재근 의원, 친노는 아니지만 언제든 친노와 손잡을 수 있는 박지원 비대위원까지 포함하면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친노 일색이다.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소리가 나온다”라고 적었다. 앞서 정리한 두 계파 중 ‘전자’의 범위를 최대한 늘려 ‘친노’를 정의했고, 박지원 비대위원도 ‘친노’와 손잡은 적이 있단 이유로 ‘친노’로 분류했다. 변희재의 ‘광의의 종북’에 비견할 수 있는 <동아일보>식 ‘광의의 친노’다.
 
   
▲ 10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또 <동아일보> 사설은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문제는 강경파가 득세하는 계파 정치다.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계파 정치에 휘말려 단명(短命)으로 끝났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10%대로 최악의 수준이다. 선명성을 내세운 강경파들이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를 이어온 탓이 크다. 정치를 대화와 타협이 아닌 투쟁 일변도로 내몰아 국회를 공전시키고 정국을 마비시킨 것도 계파 정치의 산물이다. 여기에 새 지도부가 친노 중심으로 채워져 사실상 계파 정치의 청산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라고 적었다.
 
문장을 잘 보시라. 그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를 ‘계파 정치’로 적고 있지만, 내심은 ‘강경파’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친노’를 ‘강경파’ 내지는 ‘강경파에 휘둘리는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다. 
 
앞서 정리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을 본다면, <동아일보>식 정리는 ‘무식’의 산물이거나 ‘무모’한 정치성의 반영이다. 저기에 정치성이 있다면, 그것은 무슨 이념이니 노선이니 하는 차원의 정치성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는 강경파 때문이었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들을 온순하게 길들이거나, 그러지 않을 경우에도 계속 집안싸움을 하도록 부추기겠다는 수준의 저열한 의도의 정치성이다. <동아일보>의 보도는, 우리가 야권 혁신을 바라는 정치적 비판을 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것, 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반면교사처럼 보여주고 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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