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의 ‘거부 선언’을 필두로 연세대학교 등 일부 사립대학 총학생회에서 평가 거부 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는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6일 공식 홈페이지에 대학 평가 순위를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7일부터 이 평가 결과를 지면에 반영하고 있는데, 최근의 반대 운동의 조류를 의식해서인지 총점 순위보다는 부문별 평가를 중심으로 기사를 게재하는 중이다.

한편 중앙대학교는 7일 제26회 중앙언론문화상 신문·출판 부문 수상자로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실장을 선정했다. 해당 상의방송·영상 부문에선 이상윤 ㈜티브로드 홀딩스 대표이사가, 광고·PR 부문에선 정상국 LG그룹 자문역(현 한국PR협회장)이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시상식은 8일 오전 11시 중앙대 흑석캠퍼스 R&D센터 3층 대강당에서 열리는 '개교 96주년 기념식'에서 진행되었다.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대학은 언론인에게 상을 주는 훈훈한(?) 광경이다. 왜 언론들의 대학평가가 대학 수시모집 즈음에 결과가 나오는지를 묻는 상황인데, 언론들의 대학평가가 나오는 즈음에 대학이 언론인에게 상을 주는 상황이 발생했다.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의 논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결 같았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한국 사회에서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중앙일보>가 선도적으로 1994년부터 시작했다. 이후 <조선일보>가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공동으로 대학평가를 시작했고, 2013년에는 동아일보도 뛰어들었다. 진보언론으로선 유일하게 이 시장에 뛰어든 <경향신문>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대학지속가능점수를 평가하다 2013년부터 손을 뗐다.
교육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신뢰할 만한 대학관련 민간 싱크탱크로 추천하는 대학교육연구소의 관련 논평 하나를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대학교육연구소의 논평 중 나온 표
“(...) 우선 언론사들의 평가 결과 발표 시점을 보죠. 종합평가 결과 발표가 모두 8~10월입니다. 2014년을 예로 들면, 이 시기는 대학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을 앞둔 때입니다. 학부모와 입시생들이 대학 순위에 가장 민감할 때이고, 대학들도 집중적으로 홍보를 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런데 오비이락이라 할까요? 이들 신문이 평가 결과를 내놓은 때를 전후해 대학들 광고가 쏟아집니다. 심지어 평가 결과 밑에 광고가 붙기도 합니다. 광고 방식도 다양합니다. 대학 입시 일정을 알리는 광고, 대학 입시관계자들이 등장하는 광고, 대학 이미지 광고 그리고 언론사들이 별지를 발행해 특정대학을 집중 조명(?)하면서 3~4개의 광고를 싣기도 합니다.

(...) 신문 광고를 포함해 대학들이 홍보에 쓰는 예산 규모는 엄청납니다. 최근 경쟁이 심해지면서 예산 규모는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의 홍보비를 보면, 2009년(193개 대학) 985억원, 2010년(198개 대학) 1,045억원, 2011년(197개 대학) 1,096억원, 2012년(195개 대학) 1,160억원, 2013년(194개 대학) 1,180억원입니다. 해마다 증가해 2010년부터는 연간 홍보비가 1천억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대학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언론사들의 노골적인 유무형의 압력은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수차례 알려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들은 거대 언론들 앞에 움추려 들기 마련인데, 평가까지 한다는 마당에 '광고를 달라'는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데가 얼마나 될까요?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2009년 ‘교수신문’이 특정 언론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해당 언론의 평가 결과 발표 때까지 게재한 전체 대학 광고의 절반(46.6%)이 평가 상위 20위권 대학의 광고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서로 윈-윈한다’거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직접적인 수치는 확인되지 않지만, 연간 1천억원에 이르는 대학 홍보비의 상당액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는 '조중동'에 집중되고 있을 것이라 추정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평가 결과 발표 이후에 보여지는 언론과 대학의 모습은 더 씁쓸합니다. 많은 대학들이 언론의 대학평가를 불편하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평가 결과가 나오면 이를 또 다른 대학 홍보 근거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대학들은 평가 결과가 발표되면 이를 바탕으로 보도 자료를 뿌리거나 학내 언론에 대대적으로 광고성 기사를 싣도록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가를 했던 언론은 자사 평가에서 얼마만큼 순위가 오른 대학이라고 또 다른 광고성 기사를 쓰고, 해당 대학 광고를 싣습니다. (...)“ (링크)
더구나 문제가 된 <중앙일보>의 대학순위 평가의 경우 매우 ‘깜찍한’ 수준의 의도가 숨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2일 <한겨레>에 실린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무엇으로 사는가?>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 부분을 대단히 예리하게 지적한다.
“(...) 그런데 중앙일보의 대학종합평가를 들여다보면, 이런 면에서의 문제점 이외에 ‘기이한’ 편향으로 여겨질 만한 것도 나타난다. 중앙일보 평가에서 1위에서 20위 사이 변동은 사실 미미한 편이다. 1위와 2위는 20년간 포스텍과 카이스트가 번갈아 한 셈이고, 3~5위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번갈아 했다. 하지만 예외적인 사실이 하나 있다. 1996년 처음 10위권에 진입한 성균관대가 1998년 8위, 1999년 공동 7위, 2000년 단독 7위, 2001~2010년 단독 6위, 2011년 공동 5위, 2012년 단독 5위가 된다. 그리고 중앙일보 대학평가 20주년을 기념이라도 하는 듯이 2013년 단독 3위가 된다. 포스텍과 카이스트가 통상적인 의미에서 종합대학이 아님을 생각하면, 성대는 세칭 ‘스카이’를 제치고 마침내 최고의 대학으로 등극한 셈이다.

이런 사실을 보면,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마치 성대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 기획된 조사로 오해하기 딱 좋다. 모든 대학은 상하 한두 계단 사이를 오가는데, 오로지 성대만이 꾸준히 상승해왔다. 그것이 말해주는 건 성대만 열심히 했다는 것일까? 아니면 모두 달렸지만 성대는 두 배의 속도로 달렸다는 것일까? 중앙일보가 양심적으로 조사했다면 20년간 진행된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내세울 최고의 성과는 성대야말로 혁신의 진원지였으며 세간의 상식과 달리 현재 한국 최고의 대학임을 밝혀낸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주장에 우리 사회 성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중앙일보 조사의 오류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 성원 대다수가 허명에 사로잡혀서일까? (...)“ (링크)
▲ 2일자 한겨레 31면에 실린 김종엽 칼럼
또 2013년 <대학교육>이란 매체에 실린 주현태 인천대학교 기획예산처장의 기고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들이 대학평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하에서는 언론사들은 어떤 행태로든 대학평가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며, 이익 창출의 기회만 주어지면 신규로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언론사도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강제로 금지시키기는 현행법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라고 지적한다. 일견 배려심이 많은 서술로도 보이나, 실상으론 대단히 비관적인 진술이다.
주현태 처장은 이 글에서 “대학입장에서 보면 언론사 대학평가에 대해 대부분의 대학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지만 일부대학에서는 다른 입장을 취하는 즉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형성되어있던 기존의 대학서열을 파괴하고 명문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일부대학들은 언론사 대학평가에서 보여주는 순위 상승을 매우 강력한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에 반해 대학서열을 매기는데 대해 반대하거나 또는 기존의 대학서열을 유지하고자 하는 입장에 있는 대학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대학평가 수요자들에 대한 언론의 파급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각 대학들은 언론사 대학평가결과로부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또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론사 대학평가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대학이 언론사 대학평가에 휘둘릴 수 있는 사정을 설명하고 있다(링크).
이것이 어찌 하루 이틀의 일일까. 좀 더 검색하다 보면 2011년 <시사in>의 기사에까지 닿을 수 있다. <시사in> 212호에 실린 이 기사는 <광고 많이 하는 대학 = 좋은 대학>라는 대단히 선정적인 제목이다. 이 기사엔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한 한 사립대 총장은 ‘광고 때문에 평가 점수가 높아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눈치 보이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는 대목이 있다.
기사엔 정황증거도 등장한다. 옮겨보자면 이렇다. “2010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최근 1년간 <중앙일보>에 실린 대학 광고 횟수를 조사해보니 이 같은 교수들의 비판이 전혀 근거 없지는 않았다. 지난 1년간 실제로 <중앙일보>에 실린 대학 광고는 424개로, 다른 일간지보다 많았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결과 상위 10위 대학 가운데 절반이 광고 게재 횟수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연세대(광고 게재 10회·대학 평가 4위), 고려대(광고 11회·대학 평가 5위), 경희대(광고 12회·대학 평가 7위), 한양대(광고 17회·대학 평가 8위), 중앙대(광고 12회·대학 평가 10위) 등이었다(대학 평가 순위는 2011년 기준). 광고를 가장 많이 게재한 대학은 세종대(20회)인데, 이 대학은 40위권 밖이었다”. 이를 보면 <중앙일보>에 대한 광고가 대학평가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대학평가가 그 언론에 대한 광고 수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링크).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조중동’이 아닌 진보언론 중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대학평가를 하다가 그만둔 <경향신문>이다. <경향신문>의 대학평가에 대해선 자사 지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2010년 9월 20일자 지면에 <옴부즈만 칼럼>으로 실린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 교수의 <경향신문의 대학평가에 반대한다>란 제목의 칼럼이 대표적이다.
<경향신문>이 처음으로 대학평가에 뛰어든 2010년 당시 김재영 교수는 “경향의 취지와 고민, 결단의 속사정이 잘 담겨있고 공감 가는 구석도 많다. 그럼에도 이 기획을 지금의 방식으로 보도하는 데 반대한다”라면서 <경향신문>의 대학평가를 반대하는 논거를 세 가지로 제시했다.
“(...) 첫째, 경향신문이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 언론사마다 자기 입맛에 맞는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대서특필한다고 상상해보라. 그런 언론이 많을수록 과연 대학이 건강한 체질로 거듭날까. 대학은 고유의 역할보다 가욋일에 자원을 소모하고 편법만 부추길 것이다.

(...) 둘째, 어떤 기준에서든 대학을 서열화하는 일은 역기능만 일으키기 쉽다. (...) 어떤 명목으로든 1위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는 행태는 비교육적 광풍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 셋째, 뭔가를 지표로 설정하고 수치화하는 작업은 불완전하게 마련이다. 경향이 이번에 시도한 ‘대학지속가능지수’란 틀은 참신하고 의미 있다. 이미 대학평가를 실시 중인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 비해 혁신적이고 타당한 지표를 개발해 적용했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 이 모든 지표는 참고할 수 있으나 객관화해 비교하는 순간 본래 의미가 퇴색된다.“ (링크)
<경향신문>은 3년간 대학평가를 하면서 타 조사와의 변별성을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에는 내외의 비판 등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것을 포기했다. 한 대학관계자는 몇 년 전 언론사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고 한다. “대학의 평가는 학교로서는 엄청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기준이 아무리 부실하다해도 결국 언론에서 말하면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하고 영향을 받게 되니 대학으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대학평가 시즌에 광고도 신중하게 집행하게 되는 등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이 진술은 <경향신문>의 ‘포기’가 그들의 문제 때문이라기 보다 대학평가 자체의 문제 때문이었을 거라는 추론을 뒷받침한다.
특히 보수언론이 중심을 잡고 나서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상황은 ‘장사’라는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이제 대학이 언론에게 상을 주겠다고 나온 상황이라면, 이 ‘쌍방장사’의 목적이 궁금해진다. 매년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들이 언론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눈먼 돈을 쓰는 상황을 생각하면, 대학과 언론의 상호평가를 ‘훈훈하다’는 말로만 표현할 수는 없게 된다. ‘조중동’이 대학을 평가하는 상황을 단지 공적인 측면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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