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국정감사 첫날인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는 여야가 기업인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설전만 벌이다 결국 파행으로 치달았다.

오전 10시30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회의실에서 시작된 환경부 국감은 개회가 선언되자마자 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의 국감 증인채택이 불발된 것에 대해 성토했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정몽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증인채택 불발을 비판했다.
그러자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업인들은 국정감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로 맞섰다.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국감은 행정기관이 국정을 수행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로잡기 위한 자리”라며 “야당이 증인으로 신청한 36명의 기업인 중 23명은 노사분규와 관련돼 있는데, 야당이 민주노총 지부처럼 노조를 지나치게 감싸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환노위의 환경부 국정감사는 개회 이후 90분 동안 의사진행 발언만 주고받다 낮 12시에 정회하였고, 이후에도 증인 채택 문제로 마찰을 빚으며 국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먼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전체 국정감사 상황을 조망하면서 환노위의 상황을 1면에 보도했다. 8일자 <조선일보>의 1면 왼편 상단 기사 제목이 <정책 질의는 ‘0건’ / 정쟁하다 끝났다>이다. 제목 위편엔 <國監 첫날, 환노위의 12시간>이란 해설 제목이 달렸고 부제는 <야 “기업 총수들 증인으로 불러라” / 여 “구태 되풀이” 반발… 결국 파행>으로 달렸다. 네 문단의 기사 내용은 전부 앞서 정리한 환노위의 상황이다. 국정감사 첫날의 상황을 아예 환노위 상황으로 대표해서 썼다.
▲ 8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
같은 날 <동아일보>의 1면 우편 중간 기사 제목은 <막말에… 호통에… 국감 첫날부터 파행>이다. 부제는 <중인채택 공방 환경부 국감 무산 / 지역구 민원 챙기기 구태도 여전>이었다. 다섯 문단 기사 중 두 번째 문단과 세 번째 문단 두 문단에 걸쳐 중점적으로 환노위의 상황을 담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위 기사들에서 엄연히 여야의 상반되는 주장이 있는 상황을, 국회가 일을 안 하고 놀고 있으므로 성토해야 한다는 시선으로 몰고 갔다. <조선일보>의 부제에선 아예 야당의 주장을 ‘구태’라고 규정하는 시도조차 보였다. 여의도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 ‘반여의도 포퓰리즘’을 선동하는 전형적인 ‘반정치’의 논리다. 좀 더 관대하게 해석해주면 시장경제는 자율성을 가지는 공간으로 정치권력이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자유주의 원칙에 충실한다고 말해줄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서로의 정치적 견해가 다른 것인데, 마치 야당의 어깃장에 정치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썼다.
기업인들을 위한 신문, <중앙일보>도 질 수 없었다. <중아일보>는 같은 날 해당 사안을 5면에 보도했다. 그런데 5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탑 기사의 제목을 <“기업인 증인 36명 중 23명 노사 관련… 야당, 노총 지부냐”>로 가져갔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의 발언에 따옴표를 붙여 제목을 만들어냄으로써 무지막지한 편파성을 드러냈다.
▲ 8일자 중앙일보 5면 기사
같은 사안을 여타 언론들은 어찌 보도했을까. 중도성향의 <한국일보>의 5면을 펼치면 <기업총수 증인 채택 불발… 환노위 파행>이란 제목의 기사가 있다. 적어도 이 정도 제목이라야 객관적으로 사태를 서술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진보성향의 <경향신문>의 4면을 펼치면 지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탑 기사 제목을 <야 “기업 총수 불러야” 여 “망신주기” 증인 놓고 첫날부터 파행> 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정도 제목이라야 양측의 입장을 공정하게 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조중동’ 트리오의 제목엔 객관성도 공정성도 없었다.
국정감사 때 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이 그렇게까지 실질적인 행위는 아닐지 모른다. 그것은 요식행위일 수도 있고, 기업가들을 데려다 호통이나 한 번 치는 야당의원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쇼일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정치권력이 국가 관료조직이나 경제권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당위만큼은 분명히 있다. ‘요식행위’나 ‘쇼’일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구태’로 몬다면 새누리당과 조중동이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사안에 대한 한국 사회의 보수언론, 소위 ‘조중동’의 보도는 현란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테란 '벌쳐'의 본진 난입을 막기 위해 입구에 ‘몸빵’을 선 '드라군' 세 마리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의 드라군이 ‘몸빵’까지 해가면서 보호하려는 건 일꾼 '프루브'다. 프루브가 사라지면 미네랄을 채취할 수 없고 생산건물이 전부 멈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중동’이 현실세계에서 프루브의 역할을 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조중동은 정몽구나 이재용을 노동자로 착각한 것일까? 아니면 조중동의 미네랄이 바로 그 기업들이기 때문일까? 어찌됐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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